지자체는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낮췄고(현재 의도성 여부는 알수 없음), 한국감정원은 이를 검증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했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지자체의 개별주택 공시가격 검증 결과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서울 8개 구 개별주택 456가구의 공시가격이 잘못 산정됐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지자체가 의도적으로 공시가격을 낮췄다고는 판단하지 않고 있지만 주민들의 민원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민선 지자체의 산정기관으로서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를 검증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한 한국감정원의 전문성 및 부실 검증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개별주택의 공시가격이 낮게 산정됐다고 판단함에 따라 일부 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도 불가피해졌다.
◇ 표준주택 잘못 선정하고 특성 임의변경도
국토교통부는 개별주택 456가구에서 공시가격 산정 및 검증 과정상 오류로 추정되는 사안들을 발견했다. 이번 조사는 표준주택과 개별주택 공시가격 간 변동률 차이가 3%포인트를 초과하는 서울 종로구, 용산구, 성동구, 서대문구, 마포구, 동작구, 강남구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주요 오류 유형으로는 ▲표준주택을 잘못 선정 ▲개별주택 특성을 잘못 입력하거나 ▲임의로 변경 ▲표준주택 선정 및 비준표로 산정한 가격을 임의로 수정한 것 등이 지적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근 특성이 유사한 표준주택이 있는데도 멀리 떨어진 표준주택을 선정하거나 용도지역이 1종 일반·주거지역에서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됐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는 식(특성오류)이다. 또 토지용도가 실제 주거상업혼용지대이나 순수주거지대로 수정(특성임의변경)하거나 비교표준주택과 주택가격비준표를 적용해 산정된 공시가격을 합리적 사유 없이 변경한 사례(공시가격 수정)도 발견됐다.
국토부는 발견된 오류에 대해 감정원과 지자체간 협의를 거쳐 재검토하고 각 구별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통해 조정토록 요청했다. 이들 개별주택의 공시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규현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90% 이상이 표준주택 산정에 대한 문제로 대부분 가격대가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오류가 발생한 456가구 중 상당 수가 공시가격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서 발생했다.
국토부는 이번에 점검한 서울 8개 자치구 외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확인 결과 표준-개별 공시가격간 평균 변동률 격차가 비교적 크지 않아 정밀조사는 실시하지 않았다.
다만 전산시스템 분석 등을 통해 오류가 의심되는 건은 해당 지역에 통보해 지자체가 감정원의 지원을 받아 이를 재검토해 각 구별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통해 조정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 감정원 검증실패·전문성 도마위
이번 국토부 조사결과 오류가 발견됨에 따라 주민들의 민원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지자체의 한계와 감정원의 검증 실패도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개별주택 공시가격은 시군구의 가격산정(1.25~2.8), 감정원 검증(2.11~3.13), 소유자 의견청취(3.15~4.4), 공시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4월30일 시·군·구청장이 결정·공시한다.
그동안에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큰폭으로 오르지 않았던 만큼 이같은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들어 서울의 경우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17.8%나 급등했다. 이 때문에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지자체가 의도적으로 낮춘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규현 토지정책관은 "비교표준주택 지정은 어느 정도 지자체의 재량 권한이 있기는 하다"면서 "담당 공무원이 의도적으로 낮췄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산정과정에서 실수가 있을 수 있고 감정원이 이런 오류를 어떤 과정에서 거르지 못했을까에 대해 집중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정원 지사 검증 담당자는 지자체가 가격을 산정하면 해당 시·군·구청에 방문, 지자체의 개별주택 가격산정조서 등을 점검해 가격의 적정성을 검증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조차 이같은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데 대해 전문가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명백한 검증실패라는 얘기다.
감정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 및 토지가격을 가장 크게 결정하는 게 용도지역"이라며 "가격 산정 과정에서 이를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인데 지자체에서 이를 확인 못했을리 없고, 검증과정에서도 못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비준표를 적용해 산정한 공시가격을 수작업으로 변경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면서 "지자체에서 이유 없이 변경을 한 것도 그렇고, 당연히 검증에서 걸러져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