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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제도 빨간불]②내 부동산 공시가는 누가 매겼을까

  • 2019.04.12(금) 16:51

표준단독·공동주택은 감정원, 표준지는 평가사 몫
감정원 전문성 논란…평가사 vs 감정원 갈등 골 깊어져

부동산 공시가격에 대한 주택보유자들의 불만 혹은 불신이 커지자 공시가격 산정 주체들간 책임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큰 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 정부(국토교통부)는 최근 표준단독주택과 개별단독주택 간 공시가격 변동률 차이가 커 논란이 되자 검증절차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국토부 지침을 따랐다면서 반발하는 상황이다.

공시가격 조사‧산정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감정원과 앞서 이 업무를 수행했던 감정평가사(민간) 간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 토지는 평가사, 주택은 감정원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총 418만호의 주택 가운데 22만호를 표준주택으로 선정, 한국감정원에서 이들의 공시가격을 조사‧산정한다. 이후 각 지자체에서는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바탕으로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매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시가격을 책정한다.

이 과정에서 표준주택과 개별주택이 동일할 수 없고, 개별주택마다 특징이 있기 때문에 표준주택과 개별주택 간 차이를 보전해주기 위한 비준치를 적용한다. 이후 최종적으로 개별주택 공시가격이 표준주택을 근거로 정확히 산정됐는지 검증을 거친다.

토지를 대상으로 공시지가를 산정하는 방식도 이와 동일하다. 차이점은 표준주택 공시가격 산정은 한국감정원이, 표준지 공시지가는 감정평가사가 수행한다는 것이다.

주거 형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등)은 표준주택 선정 없이 감정원이 모든 주택의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이 같은 역할분담은 2017년부터 이뤄졌다. 2011년까지는 표준지 공시지가나 표준주택 공시가격 총괄 업무를 감정평가사협회에서 수행했지만 2012년부터는 국토부가 위탁기관을 변경하면서 한국감정원으로 넘어갔다.

표준주택 공시가격 역시 2016년 9월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2017년부터 감정원이 조사‧산정과 검증 업무를 맡고 있다.

◇ 검증 부실부터 전문성 논란까지
 
최근 공시가격을 둘러싼 논란은 올 초 발표된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과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큰 차이가 발생하면서 더욱 커졌다.

개별주택 공시가격은 표준주택을 근거로 산정하기 때문에 차이가 클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지자체가 산정한 개별주택 공시가격이 지난 1월 발표된 표준주택보다 상당히 낮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고가 단독주택이 많은 서울 용산구의 경우,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전년대비 35.4% 올랐지만 개별주택은 27.8%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에 국토부는 비교 표준주택 선정에서의 오류 등 가격 결정 과정에 부적절한 점이 발견되면 최종 공시(4월30일) 전까지 시정되도록 각 지자체에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또 개별주택가격 산정 결과에 대한 감정원의 검증 내용이나 절차가 적절했는지 등 검증업무 전반에 걸쳐 감사와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는 감정원에 대한 전문성 논란에 불을 지핀 격이 됐다. 감정평가사들은 특히 검증 과정에서 이같은 불균형을 걸려내지 못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가령 표준지 공시지가를 산정할 때는 감정평가사 1078명이 투입돼 복수 검증이 가능하고, 개별 토지 공시지가 검증 과정에도 해당 지자체 공무원과 함께 각 토지 특성에 맞게 가격이 산정됐는지를 따져본다.

이에 반해 감정원은 전체 직원 500여명 가운데 감정평가사는 20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감정원이 산정해야 할 표준단독주택과 공동주택 수는 방대하다. 이 영향으로 개별주택 공시가격 검증 과정이 감정평가사가 참여하는 공시지가 검증에 비해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감정평가사들의 주장이다. 공동주택의 경우 검증 절차마저도 없다.

감정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개별주택 공시가격 검증 과정에서 감정원 직원들이 지자체 담당자들과 머리를 맞대면서 가격 산정이 적절했는지 하나하나 따져본 것이 아니라 자료만 넘겨받아 검토한 것으로 안다"며 "공시가격을 검증하려면 감정평가사와 지자체 담당자가 표준주택(표준지) 선택 이유와 표준과 개별주택의 차이 등 여러 요인을 따져야 하는데 이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지난해에는 부동산 시장 불안정으로 가격 변동성이 컸고, 공시가격 현실화율 개선이라는 정부 정책도 있어 이전과 비교해 공시가격을 산정하는데 어려움이 컸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감정원이 전문성에서 한계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국감정원은 전문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줄곧 반박해 왔다. 특히 공시가격 산정 업무는 개별 직원들(감정평가사 등)이 아닌 감정원이라는 전문 기관에 맡겨진 것이라는 얘기다.

감정원 관계자는 "특정 시점이 아닌 상시적으로 가격 산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부담은 크지 않다"며 "감정원이 보유한 빅데이터와 고도화된 전산 시스템을 바탕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시가격 산정 업무는 전문성을 갖춘 한국감정원에 주어진 것으로 직원들 역시 감정원의 전문성 안에서 업무를 하고 있어 문제될 게 없다"고 강조하며 "다만 공시가격 검증 문제는 현재 감사가 진행되고 있어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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