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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쟁점Ⅱ]'분양가 9억원'의 그늘

  • 2019.06.07(금) 13:00

강남 넘어 강북까지 총분양가 9억 초과 단지 수두룩
대출규제로 서민 '그림의 떡'…'줍줍'하는 현금부자 활개
HUG 고분양 사업장 기준 강화…분양가 낮아질 듯

'그들만의 리그'

부자들만 집을 살 수 있는 강남은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다. 교통과 학군 등 무엇하나 빠지지 않으니 집값도 가장 먼저, 그리고 큰폭으로 오른다. 이곳에선 부자들만 집을 사고팔고, 거기서 차익을 얻어 더 큰 부자가 된다. 서민들은 강남 입성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런 그들만의 리그가 더는 강남에 국한하지 않고 강북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나마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가격 면에서) 접근하기 쉬운 강북을 노렸다. 하지만 최근들어선 이마저도 문턱이 너무 높아졌다. 서울 입성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현금부자들은 자금력을 앞세워 남아있는(미계약) 알짜 물량들을 주워담고 있다. 무주택 서민들 입장에서는 '우리들의 리그'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 야속한 숫자 '9억'

작년까지만 해도 고분양가는 강남에 국한된 얘기였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에 '로또청약'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3.3㎡ 당 3000만원을 훌쩍 넘는 분양가에 서민들은 사실상 청약을 넣어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총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다는 게 진입장벽이 됐다. 분양가 9억원 이상 주택은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 까닭이다. 당장 수억원의 현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를 두고 '현금부자들의 잔치'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이유다.

올해는 이런 단지들이 강북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시작이라고 칭하기 어려울 만큼 전체 분양 물량 가운데 총 분양가 9억원 이상인 주택이 절반에 육박한다.

직방 빅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분양한 주택 중 한강 이북지역에서 분양가 9억원 초과 비중은 45.4%로 전년도보다 39.2%포인트 급증했다.

이처럼 지역을 막론하고 서울 전역에서 분양가가 크게 오른 것은 집값 상승의 영향이 크다. 분양가 책정 시 주변 시세가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와 이같은 분양가 상승에도 완판하는 단지들이 나오고, 또 평균 분양가를 낮추는 공공택지 내 분양이 서울에서는 많지 많은 점 등이 서울의 분양가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 대출규제가 만든 역설

강북 지역에서 9억원이 사실상 '고분양가의 기준'처럼 여겨지는 데는 중도금대출 가능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중도금 대출 없이 9억원 이상의 주택을 분양받기는 어렵다. 이런 이유로 청약 당첨자 중에서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 사이 강남에 쏠려있던 현금부자들의 눈이 강북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분양한 단지들은 재개발을 통해 공급돼 입지 면에서 미래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계약 물량에 대한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본 청약보다 높게 나오고 있는 것에서 현금부자들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청량리 한양수자인192의 경우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사전 무순위(주택소유 여부 등 자격조건 없음) 청약을 진행했는데, 총 1만4376건이 접수됐다. 이후 진행된 1순위 청약 경쟁률은 4.2대 1을 기록했다. 이후 청약 부적격자와 계약 포기자가 발생하면서 399가구가 미계약 됐고, 미계약 물량을 차지하기 위한 무순위 청약자들의 경쟁률은 20대 1에 달한다.

정부는 현금부자들이 미계약 물량을 주워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예비당첨 비율을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예비당첨자를 전체 공급물량의 5배수로 확대해 뽑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공급물량의 80%를 예비당첨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근본적으로 무주택 실수요자들은9억원 초과 주택을 살 수 있는 자금여력이 부족한 만큼 이들에게는 대출 문턱을 낮춰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분양을 통해 집을 마련하려는 무주택자자나 입주 시 기존 집 처분을 약속한 1주택자 등 실수요자 대상으로는 과감히 대출규제를 없애야 한다"며 "이들에게도 일괄적으로 같은 잣대를 적용하면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은 부자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 경우 대출규제 완화 대상은 타이트한 기준을 설정해 선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등 시장으로 유동성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출규제를 완화하면 집값이 또 다시 가파르게 오를 수 있고, 이로 인해 분양가는 더 비싸지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출 문턱을 낮춘다면 연령대나 주택 소유 여부·경험 등 기준을 까다롭게 만들어 무주택 실수요자임이 입증된 경우에 한해서만 규제 완화를 적용하는 방법 등은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고분양 심사기준 강화…서민 숨통 트일까

무주택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대출 규제 완화도 필요하지만 치솟은 분양가를 낮추는게 현실적으로 더 절실하다. 이에 실질적으로 민간 분양단지에서 고분양가를 통제해 왔던 HUG(주택도시보증공사)는 최근 고분양가 논란이 발생하자 심사기준을 강화했다.

새 기준이 적용되는 사업장(6월24일 분양보증 발급분) 분양가 기준은 기존 분양가의 110%에서 105%로 낮아지고 주변 시세의 100%를 넘을 수 없다.

HUG는 이번 심사기준 변경으로 1년 초과 분양기준과 준공기준의 경우 분양가 수준이 현행보다 하향 조정되는 효과가 예상돼 보증 리스크와 주택시장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9억원 초과 주택 비중이 70%를 넘는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무주택 실수요자가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강북 지역은 분양가가 낮아져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9억원 미만 단지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청량리 재개발 단지인 '청량리역해링턴플레이스'와 '한양수자인192'를 보면 두 사업장 3.3㎡ 당 평균 분양가는 각각 2400만원, 2570만원 선이다. 이들 단지는 앞서 올해 1월 분양한 동대문구 용두동 'e편한세상 센트럴포레' 분양가(2600만원)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해 분양승인을 받았다. e편한세상 센트럴포레는 주변에 1년 이내에 분양한 사례가 없어 용두동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평균매매가의 110% 이내)를 책정했다.

HUG 관계자는 "새 기준(평균매매가 100% 이내)을 적용하면 e편한세상 센트럴포레 분양가가 2300만~24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지고, 이 영향으로 청량리에서 분양하는 3개 단지 분양가 역시 지금보다 더 낮아졌을 것"이라며 "이런 현상을 고려하면 앞으로 분양하는 단지에서는 이전보다 안정된 분양가로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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