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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쟁점Ⅲ]분양가 상한제 "더 낮춰야"vs "여력없다"

  • 2019.06.10(월) 09:51

경실련 "간접비·가산비로 분양원가 부풀리기 수법"
건설업계 "항목에 따라 분류, 임의로 부풀리기 어려워"
전문가도 "제도 정비 필요" vs "히든코스트, 무자르듯이 안돼"

"공공택지에 건설되는 아파트가 주택업자와 신탁회사, 건설업자 배 불리기에 이용되고 있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아파트는 규정대로 분양가를 산정한다. 과도한 이익을 남길 수가 없는 구조다."(건설사 관계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 중이지만 지나치게 분양가가 높다는 우려에 동의한다. 지금 분양가가 적정한지 다시 한 번 점검하겠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분양가 상한제'의 적정성‧실효성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시공사‧시행사들이 이익을 남기기 위해 간접비 등을 추가해 분양가를 부풀렸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나오면서다.

수분양자와 주택수요자들은 공공택지 아파트의 분양가가 높다는 데 동의하며 내심 제도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억울한 표정이 역력하다. 이미 분양가 상한 규제를 받아 시세보다 가격을 낮게 조정해 왔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결국 정부가 관련 제도 검토에 나서면서, 공공택지 분양 사업장들은 분양을 미루며 눈치 보기 장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분양심사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분양가를 옥죌수록 '로또 아파트'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실련이 지난달 28일 경실련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천지식정보타운 내 공급하는 공동주택의 적정분양가를 제시했다. 경실련은 '과천제이드자이'의 3.3㎡(1평)당 적정 평균분양가로 980만원을 주장했다. 현재 시장에서 예상되는 과천제이드자이 평당 평균분양가는 2300만원대다./제공=경실련

◇ "건설사들이 분양가 부풀렸다"…고분양가 논란

고분양가 논란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올 초 분양한 위례신도시 3개 아파트의 분양가를 지적하면서 불거졌다.

분양가 상한제는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공동주택의 분양가격을 산정할 때 건축비에 택지비를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고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게 하는 분양가 규제 제도다. 이에 따라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아파트들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가가 책정돼 '로또 분양' 꼬리표가 따라붙곤 했다.

올 상반기 공공택지인 북위례에서 분양한 '북위례 힐스테이트', '위례포레자이', '위례 계룡리슈빌 퍼스트클래스'도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저렴해 '로또 단지'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경실련은 이들 3개 단지가 건축비에 간접비와 가산비 등을 추가해 총 4117억원을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간접비와 가산비는 사용 여부가 불명확하고 일부 항목은 원가 공개 의무가 아니어서 비용의 적정성‧투명성을 확인하기 힘들다.

단지별로 봤을 때 '위례 계룡리슈빌 퍼스트클래스'의 건축비는 3.3㎡당 988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이 중 실제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는 건축비의 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간접비 373만원, 가산비 226만원 등이 책정됐다.

경실련 측은 "공공택지를 추첨 받아 시행사 역할을 하는 주택업자는 분양가를 부풀리기 위해 공사비용, 설계비용, 감리비용 등 핵심 항목이 아닌 간접비의 일반분양시설경비와 기타사업성 경비 등을 부풀리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불똥은 올해 처음 조성되는 과천 지식정보타운(이하 지정타)으로까지 튀었다. 분양 첫 타자로 나선 '과천제이드자이'의 3.3㎡(1평)당 평균 분양가가 2300만~2400만원으로 추산되자, 경실련은 '고분양가'라고 지적하며 분양 중단을 요구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세종시에서 국토부 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를 갖고 주택정책 각 분야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당시 김 장관은 공공택지 분양 아파트의 고분양가 논란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 중이지만 지나치게 분양가가 높다는 우려에 동의한다. 지금 분양가가 적정한지 다시 한 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과천제이드자이는 예상 분양가만 해도 인근 아파트 시세와 비교했을 때 2억~3억원가량 저렴해 예비 청약자들의 관심을 끈 단지다. 하지만 경실련이 조성원가 기준으로 산출했을 때 과천제이드자이의 토지비는 526만원, 적정건축비는 450만원으로 평당 980만원에 분양이 가능하다고 봤다. 2015년 이후 국정감사 자료 중 LH, SH의 도급내역 및 설계내역을 기반으로 산출했다고 경실련 측은 설명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과천제이드자이의 적정 분양가는 분양원가 공개항목 62개를 바탕으로 산정했으며 순수 원가뿐만 아니라 토지를 조성하면서 발생했던 인건비, 기타 비용, 시행사 이익 등까지 반영한 것”이라며 “이를 전부 포함해도 시장 분양 예상가의 절반 수준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형건축비가 부풀려져 있는데다 시행사들이 택지비에 주변 시세, 토지 감정가를 과하게 책정하면서 공공택지 분양 아파트 가격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고분양가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택지의 분양가가 적정한지 다시 한 번 점검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과천제이드자이를 비롯해 지난달 말부터 줄줄이 분양 예정이던 과천 지정타 분양단지들이 분양 일정을 미루며 분양가 재산정에 돌입했다.

◇ 속 끓이는 업계 "과도한 이익 남기기 어려운 구조"

'고분양가'를 주장하는 쪽에선 분양가 거품을 꺼트리기 위해선 분양원가 항목 공개를 확대하고, 분양가 상한 규제를 더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실련은 지난 3월 20일 공공택지 분양원가 공개 항목이 12개에서 62개로 확대됐으나, 여전히 건설사들이 엉터리 원가를 산출해 공개하고 있다며 기본형건축비의 산출근거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건설업계는 경실련의 이같은 주장에 속만 끓이고 있는 분위기다.

분양가는 주택법 및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기본형건축비', '건축비 가산비용', '택지비' 등으로 세세하게 항목이 정해져 있어 임의로 가격을 올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등으로 공공택지 분양가로 이익을 보는 건 5~10% 수준에 그친다"며 "원가를 공개하는 항목이 있고, 상한선도 있기 때문에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분양가를 책정해 과도한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기본형건축비는 국토부에서 매년 정해서 공시하는 것으로 마음대로 부풀릴 수 없고, 건축비와 택지비 모두 분양가 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실련이 제시한 과천제이드자이의 적정 분양가는 산출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며 “특히 분양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택지비에 감정평가, 시세 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현실적으론 동떨어진 금액인 1000만원대의 분양가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심사항목 등에 대해선 좀 더 세세하고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기준을 잡기엔 모호한 부분이 많고 지나치게 분양가를 낮추다 보면 '로또분양'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분양가 심사도 강화해 일정 부분 분양가를 떨어트릴 필요는 있다"며 "그러나 기본 항목 외에 들어가는 간접비, 인프라비용, 브랜드 가치 등 히든코스트(Hidden cost‧숨은비용)가 많기 때문에 분양가 항목을 칼로 무 자르듯이 확실히 공개하거나 평준화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건설사들이 간접비 등으로 분양가를 부풀리는 관례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정비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분양가 상한 규제를 강화해 분양가를 낮추면 시세와 차이가 심해 로또 청약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가령 과천제이드자이의 분양가가 경실련이 주장한대로 산정되면 인근 시세보다 7억~8억원이 저렴하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노린 청약자들이 너도 나도 뛰어들어 청약 시장이 과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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