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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롭테크 탐방기]'빌사남'이 알려주는 실전 '빌딩거래'

  • 2019.06.12(수) 09:00

21살부터 빌딩 중개 발 디딘 젊은 빌딩 전문가
빌딩 데이터 플랫폼 사업 구상…자산운용사 최종 꿈

각종 IT 기술을 결합한 부동산서비스 산업, 이른바 프롭테크(Prop-tech) 산업이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들도 과거처럼 발품을 팔지 않아도 손쉽게 부동산 정보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업계 선두인 직방이나 다방을 제외하면 아직은 인지도나 활용도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프롭테크 기업 혹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그들의 정보와 서비스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들 기업이 그리고 있는 미래도 함께 엮어볼 예정이다. [편집자]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VR(가상현실) 등 첨단 IT 기술을 부동산 자산과 접목해 새 가치를 만들어내는 게 최근 프롭테크 스타트업들이다. 그 중에서도 '현장'에서 직접 빌딩을 거래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기반으로 프롭테크를 일구고 있는 곳이 있다. '빌딩을 사랑하는 남자'를 일컫는 '빌사남'이다.

빌사남은 빌딩 매물 중개를 전담했던 전문가들 집단이다. 이들은 그 동안의 경험을 데이터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발판삼아 최종적으로는 빌딩을 중심으로 하는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김윤수 빌사남 대표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꼬마빌딩의 모든 것 담는다

빌사남은 꼬마빌딩으로 불리는 중소형 빌딩 실거래가 정보를 모바일 앱과 인터넷 웹 서비스를 통해 제공한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원룸 등 주거 상품에 대한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직방‧다방 등)의 '빌딩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이미 프롭테크 업계에는 밸류맵과 디스코 등 토지와 빌딩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존재한다. 특정 지역에 어떤 규모와 형태의 건물을 지으면 어느 수준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지 예측하는 서비스(스페이스워크)까지 나온 상태다.

이런 판(?)에서 빌사남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차별화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빌사남은 실제 현장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와 전문성을 갖춘 콘텐츠를 담아내고 있다. 빌딩 전문가들이 직접 빌딩을 중개하면서 겪었던 경험과 시행착오, 노하우 등을 모아 '액키스'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빌사남을 이끄는 김윤수 대표는 10여년 가까이 빌딩만 전문으로 중개한 빌딩 전문가다.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 역시 비슷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그 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빌딩의 실거래가 뿐 아니라 공시지가와 매물분석 등 다양한 정보를 담아내고 있다.

김 대표는 "여러 곳에서 빌딩 실거래 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실은 등기부등본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빌사남에서 최초로 공개했다"며 "현재 빌딩 3만 여채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빌사남은 단순 실거래가를 넘어 최근 시세를 비롯해 빌딩의 임대 상황, 관리비 등 세세한 정보까지 제공하면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는 "빌딩 매입에 관심 있거나 빌딩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정보를 바탕으로 플랫폼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빌딩의 주인이 누구인지부터 빌딩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수집해 데이터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약관(弱冠)의 나이에 빌딩을 꿈꾸다

김 대표는 19세의 나이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흔히 공인중개사는 40~50대의 중년들이 은퇴를 대비해 자격증을 따는 경우가 많다. 최근 그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김 대표처럼 10대에 중개사가 되는 것은 흔치 않다.

그가 이런 결정을 내렸던 데는 아픈 사연이 있었다. 어릴 적 살던 집이 개발되면서 세입자였던 김 대표 가족은 쫓겨나다시피 거처를 떠나야 했는데, 당시의 경험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그 일 이후로 부동산을 제대로 알기 위해 중개사 자격증을 공부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고등학교 때 집을 잃으면서 친구들은 수능 공부할 때 나는 공인중개사 공부를 했고 19살에 자격증을 땄다"며 "아픈 기억도 있지만 내가 살 던 곳(현재 KTX광명역 일대)에 도로가 뚫리고 대형 상가와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는 것을 보고 부동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김 대표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 부동산 부자들을 많이 만나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가 여러 부동산들 중에서도 아파트 등의 주거상품이 아닌 빌딩 중개에 뛰어든 이유다.

김 대표는 "고교 졸업 후 바로 군복무를 시작했고, 제대하기 전 빌딩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중개회사에 취업했다"며 "20대 초반부터 빌딩을 공부했고, 직접 고객들에게 중개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빌딩 중개 시장에서 어린 나이는 한 편으로는 무기가 될 수 있었지만 반대로 약점이기도 했다. 수십억원의 빌딩 중개를 담당하는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려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 대표는 수시로 발품을 팔고 고객들을 직접 찾아가 신뢰 관계를 쌓는데 주력했다. 이는 그가 빌사남을 세우고 회사를 키워나가는 밑거름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너무 어린 나이 때문인지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꾸준히 여러 빌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제공하고, 직접 찾아가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면서 고객이 매물을 직접 보지도 않은 채 나의 추천을 믿고 빌딩을 매입하는 경우가 생길 만큼 신뢰 관계를 쌓았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 부동산 자산운용사를 꿈꾸다

빌사남은 김 대표를 필두로 빌딩 매물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경쟁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IT 기술을 접목한 분야는 많지 않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사의 기반을 닦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현재 빌사남은 빌딩 매물 중개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빌딩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투자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매물 추천과 분석부터 중개와 임대, 사후관리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 대표는 "빌딩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곳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교육과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나아가 폐쇄적인 빌딩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종합 서비스를 기반으로 김 대표는 빌사남을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빌사남자산운용)로 키우겠다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재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빌딩 정보를 보다 구체화해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것 역시 자산운용사로 발전하기 위한 디딤돌로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빌딩을 중심으로 부동산 임대차 사업은 물론 우리가 갖고 있는 빌딩에 대한 정보를 활용해 중소형 빌딩 중심의 부동산 자산운용사를 설립할 계획"이라며 "이르면 연내 자산운용사 설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흰 색 와이셔츠에 단단히 조여 멘 넥타이까지, 김윤수 대표는 그 동안 만났던 프롭테크 스타트업 대표들과는 조금 달랐다. 그들에게서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면 김 대표에게서는 정형화된 느낌도 없지 않았다. 특히 외모에서는 풍기는 모습은 어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실제 김 대표는 29살로 아직 서른도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20대 중반에 빌딩 중개로 이미 억대 연봉을 경험했고, 그 이후 회사를 뛰쳐나와 여러 동료들을 이끌며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길거리를 거닐면 빌딩만 보인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빌딩에만 빠져 있는 전문가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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