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에 대한 진입장벽이 아니라 현장의 관행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건설업계는 보수적이기로 유명하다. 사업 규모가 큰 것은 물론 건설사를 중심으로 다수의 협력업체가 모여 공사를 수행하다보니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이유로 신생 기업들에게는 기술적 진입장벽보다 그 동안의 관행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 때로는 더 힘들기도 하다.
창소프트아이앤아이(이하 창소프트)의 김은석 대표도 이 부분에 절실히 공감했다. 그들의 기술을 건설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설득과 기술력 입증이 필요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관행 장벽을 극복해나가고 있는 창소프트는 이제 사업 영역 확대와 함께 해외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와 함께 그들의 기술이 소비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날도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 새는 건설비 잡는다
'건설 디지털 솔루션'은 창소프트가 제공하는 서비스다. 일반인에게는 낯설다. 공사 과정에 영향을 주는 것이어서 직접적으로 경험하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솔루션은 건설 현장에 적용된다. 전산기술에 기반한 구조설계 최적화, 도면 자동 인식‧생성기술을 활용한 BIM(Building Inforamtion Model) 서비스 등이다.
'StrAuto'는 구조설계 최적화를 위한 소프트웨어다. 다수의 설계안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평가한 뒤 최적의 설계안을 찾아낸다. 초고층 등 복잡하고 특별한 형태의 건물을 지을 경우에는 다양한 설계 변수가 건물이 완성됐을 때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예측이 어렵다. StrAuto는 자동 반복 설계 프로세스를 통해 수천가지의 대안을 만들어 평가하고 최적의 비용을 실현하는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준다.
김은석 대표는 "건축물을 지을 때 구획에 따라 콘크리트 강도를 어떻게 달리할지, 철근 직경 강도는 어느 정도로 할 때 가장 효율적일지를 StrAuto를 통해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한다"고 설명했다.
'빌더허브'(BuilderHub)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체에 특화된 BIM 시스템이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체는 가장 비전산화 된 공정에 의해 건설된다. 그만큼 주먹구구식 행태가 만연하다고 볼 수 있으며, 여러 참여자에 의해 제작‧수정되는 까닭에 건설 과정에서 잦은 마찰과 문제를 일으킨다.
빌더허브는 3D모델을 활용해 도면 뿐 아니라 공사에 필요한 철근 등 자재 물량을 산출하고 공정연결을 포함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든다. 이를 활용하면 공사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은석 대표는 "이전에는 공사에 필요한 철근 등의 물량을 약식으로 계산해 산출했는데 이는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뿐더러 일일이 직접 계산했던 탓에 손도 많이 갔다"며 "빌더허브는 시공 전에 가상으로 건물을 그려보고 필요한 자재 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계산을 통해서는 실제 사용된 자재와 예측된 자재 물량의 차이가 많게는 8~10% 수준이었지만 빌더허브 오차율은 1% 수준으로 매우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여러 건설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철근 구조물에 대한 최적화된 설계와 자재량을 산출해내는 프로그램은 StrAuto와 빌더허브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실질적으로 창소프트가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창소프트는 국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어 선두주자다. 외국 기업들이 창소프트를 쫓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 만큼 상품성과 기술력은 입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오랜 시간 이어져온 건설 현장의 관행을 깨부수기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는 부정확한 약식 계산을 통해 필요한 자재량을 산출했고, 이마저도 혹시 모자랄까 여유 있게 자재를 확보했다. 이에 반해 StrAuto와 빌더허브를 이용하면 자재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자재 구매와 관련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음은 물론이고 넉넉히 자재를 쌓아두고 공사하던 현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한 까닭이다. 이런 상황을 김 대표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고 말했다. 그 간의 고충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김은석 대표는 "우리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가령 기존에는 여유분 포함 1만톤의 철근을 사용했던 것에서 정확한 자재 산출을 통해 9500톤에도 시공이 가능하다"며 "이를 현장에서 적용해야 효과가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자재 물량이 줄어드는 것을 누구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 대형 건설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해당 건설사 견적팀과 끊임없이 논쟁한 경험이 있다"며 "우리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순간 그들이 기존에 해왔던 업무 체계를 바꿔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해외진출 가시화
우여곡절 끝에 관행을 조금씩 헤쳐 나가며 창소프트의 프로그램은 여러 건설사와 설계 업체에서 사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 대형 건설사와 제강사, 엔지니어링 기업들이 창소프트의 주요 고객사다.
김은석 대표는 "초기에 진입 장벽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주요 건설사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며 "그들의 계열사는 물론 협력업체에 우리 프로그램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 이들 프로그램 사용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창소프트 역시 또 다른 공정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철근과 거푸집, 마감재 등에 적용되는 솔루션만 보유하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설비를 비롯해 PC(선조립) 등의 분야에도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BCA(건설사업청)에서 지원받아 철근 자동화 모델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과 베트남 등에도 진출 계획을 세운 상태다.
김은석 대표는 "우리 프로그램이 적용되는 분야를 넓혀가는 것은 물론 앞으로는 축적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웹 솔루션 개발도 준비할 계획"이라며 "해외 진출을 위해서도 파일럿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진행하는 등 단계를 높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석 대표는 건축공학에서도 구조설계 분야를 전공했다. 2007년에 창소프트아이앤아이에 합류했다. 합류 당시만 해도 건설업계 현장에서 일할 후배들을 위해 구조설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후 더 깊은 공부를 위해 유학을 다짐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회사에 남아있다. 지난해 대표로 취임하면서 이제는 창소프트의 리더가 됐다. '여기 오지 말고 그냥 유학을 갔어야 해'라고 농담처럼 말하며 웃었지만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직접 경험한 비효율적인 운영에 대한 문제점, 이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느꼈던 게 지금까지 그를 창소프트와 함께 할 수 있도록 한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