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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고척4구역 누구 품에?

  • 2019.07.01(월) 15:43

정비구역 지정 10년, 시공사 선정 목전에 불발
'무효표 4표'에 운명이..대우-현대엔지 대립
조합, 침묵속 해법 고심..사업속도 늦어질까 우려도

"사전에 합의한 내용대로 보면 유효표가 맞다."(대우건설)

"투표 샘플지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무효표 소지가 있다."(현대엔지니어링)

"민감한 사항이라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척4구역 조합)

고척4구역이 정비구역 지정 10년 만에 시도한 시공사 선정이 불발됐다. 볼펜으로 표기한 '4표'가 판을 엎었다. 조합이 이 표를 유효표로 인정하면 시공권은 대우건설에게로 돌아간다. 반대로 무효 처리할 경우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투표 총회를 열어야 한다.

무효 처리된 4장의 투표용지를 둘러싼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석이 극명히 나뉘는 가운데, 업계에선 두 시공사 희비를 가를 조합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무효표냐 유효표냐, 그것이 문제로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고척제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고척4구역)은 지난달 28일 오후 7시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중 최종 사업자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열었다.

이날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266명 가운데 246명이 참여해 124표 이상의 표를 받은 건설사가 시공권을 얻을 수 있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를 선정하는 총회는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과반을 득표한 건설사가 없어 시공사 선정이 수포로 돌아갔다. 개표 결과 대우건설은 122표, 현대엔지니어링은 118표를 얻었다.

그러자 대우건설이 '무효표'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이날 나온 무효표 6장 중 4장이 대우건설에 기표한 투표용지였는데, 투표 마킹을 보면 대우건설을 지지하는 의사가 확실히 드러나 '유효표'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양 시공사는 기표소 입장 전 투표용지 확인시 볼펜 등이 마킹된 용지를 유효표로 인정하기로 합의하고 투표를 진행했다"며 "하지만 개표때 총회 사회자가 기표용구 외 별도 표기된 투표지를 무효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양사는 투표용지에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표기란 경계에 있는 부분을 걸쳐서 볼펜으로 기표하거나 도장을 찍으면 무효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볼펜이든 도장이든 어느 한쪽에 확실히 의사표시가 돼 있으면 인정하기로 사전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합은 투표 전 조합원들에게 투표용지의 기표가 시공사 간 구분선에 걸치지 않고 양사 중 한 시공사를 선택한 의사표시가 명확하면 유효 투표로 인정한다는 예시표를 총회장 내 공지했다"며 "사회자가 임의로 무효화한 4표를 포함하면 126표를 득표했기 때문에 대우건설이 시공자로 선정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조합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며 사실상 '논란의 4표'가 무효라는 주장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장에서 유효투표지 샘플과 무효투표지 샘플을 한가지씩 게시했는데, 이번에 나온 무효표 4장은 샘플로 제시한 사례를 벗어났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일반적인 투표 형식이나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 등의 투표 기준을 보면 해당 4표의 마킹은 무효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에서 (무효표라고) 결정했기 때문에 조합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주장했다.

◇ 조합에 쏠린 눈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입장이 극명히 나뉘는 가운데 조합은 입을 굳게 닫고 있다.

현재 고척4구역 조합은 공식 전화번호로는 전화를 받지 않는 등 언론 대응을 일체 하지 않고 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한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 양쪽 입장이 있으니까 굉장히 예민한 문제라서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협의해 나가야 할 문제"라면서 이 외 답변은 모두 거부했다. 개표 과정 등을 촬영한 영상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논란의 소지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문제가 조속히 봉합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당 투표용지의 기표를 무효 또는 유효로 볼 것인지를 비롯해 조합이 아닌 정비업체 소속의 사회자가 해당 투표지를 무효처리한 점, 대우건설이 무효표 여부를 이의제기한 시점 등에서 양 사의 팽팽한 입장차가 있다.

조합이 해당 표를 유효라고 볼 경우 현대엔지니어링 측의 반발이, 재투표 결정 시 대우건설 측의 반발도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법적 공방으로 이어져 사업이 지연될 우려도 나온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의 경우 시공사로 HDC현대산업개발을 선정했으나, 사업 진행 과정에서 이견이 생겨 시공사 선정 취소 총회까지 했다. 투표결과 HDC현산의 자격을 박탈했지만 이후 서면결의서 등이 조작됐다는 의혹에 법적공방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조합 내홍까지 불거지며 시공사 선정으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업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우려한 조합과 시공사 등은 빠른 사업 진행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업 진행이 늦어질수록 조합도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조속히 협의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도 "어떤 방식으로 갈 지는 모르겠지만 조합의 판단에 존중해서 향후 일정을 대비하고 있을것"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 구로구 고척동 148번지 일대인 고척4구역은 4만2207.9㎡ 부지에 총 983가구, 지하 5층~지상 25층 아파트 10개 동과 부대복리시설을 건축하는 사업으로 공사금액은 1964억원 규모다.

전체 983가구 중 조합분 266가구와 임대주택 148가구를 제외한 569가구(전체 가구수의 58%)가 일반분양 될 예정으로, 수주난이 심각한 서울 사업지인데다 일반분양분이 많아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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