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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건설사 컨소시엄 다시 흥할까

  • 2019.11.13(수) 15:30

고척4구역, 소송전 벌였던 대우-현엔 손잡고 입찰 참여
단독시공 추진 갈현1‧한남3구역도 컨소 '스멀스멀'

'차라리 손 잡자'

한동안 쏙 들어갔던 건설사 컨소시엄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비사업 조합들이 단독 시공을 원할수록 건설사별 각개전투가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면서다.

건설사들은 출혈 경쟁을 피하는 동시에 수주 곳간을 채우고 조합은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공동도급 수주를 대안으로 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 고척4 '이러다 장기 표류할라'…차라리 '컨소'로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주요 재개발 구역에서 컨소시엄 수주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총 983가구‧공사비 1964억원) 재개발 사업은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링의 공동 시공이 사실상 확정됐다.

고척4구역 조합이 지난 3월 첫 번째 시공사 선정 공모를 진행했을 때만 해도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단독으로 입찰하며 팽팽한 양자 대결 구도를 그렸다. 하지만 6월 시공사 선정 총회 개표 과정에서 '무효표 논란'이 일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관련기사☞[사건의 재구성]판 흔들리는 '고척4구역' 수주전

양사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결국 사업 장기 표류를 우려한 조합은 지난달 시공사 선정을 원점으로 돌렸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손을 잡고(?) 깜짝 등장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서로 날을 세우던 두 회사가 '적과의 동침'(컨소시엄)을 선택한 것.

양사 관계자는 "조합에서 양사에 사업의 조속한 진행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했다"며 "서로 소송을 걸어놓은 상태라 빠르게 사업을 진행하려면 차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수주하는 편이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조합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당초 조합 사이에선 공동 시공을 반대하는 기류가 있었으나, 현재는 시공사들의 소송전으로 사업이 늘어지는 것보단 화합해서 속도를 내는 게 더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합은 조만간 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조합이 지난달 29일과 이달 6일 시공사 선정을 위해 개최한 현장설명회에도 이들 컨소시엄만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았고 두 번 유찰되면서 수의계약 요건을 갖췄다.

양사 관계자는 "컨소시엄으로 계약을 체결하면 양사가 진행 중인 소송도 자연스레 마무리돼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현재 컨소시엄 계약을 한다는 전제 하에 주관사 협의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갈현1구역 인근에 붙은 컨소시엄 반대 플래카드

◇ 갈현1구역·한남3구역, 컨소 카드 다시 나올까

'컨소시엄 절대 불가'를 외치는 곳 중에서도 공동 시공 가능성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갈현1구역(총 4116가구‧공사비 9200억원)도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재입찰 공고를 냈다. 지난 8월 첫 번째 입찰에선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참여했지만 조합 측이 현대건설의 제안서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입찰을 무효화했다. 이 때문에 경쟁입찰이 성립하지 못했다. 관련기사☞갈현1구역 이번엔 순항할까?…세가지 변수

이곳 조합은 꾸준히 단독 시공을 원하지만 정작 입찰 공고엔 '업체간 공동도급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빼지 못했다. 현재도 조합원들이 상가 벽에 '컨소 불가' 스티커를 붙이거나 서울시 클린업시스템 게시판 또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컨소불가 결의서에 서명을 받으면서 단독 수주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선 컨소시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입찰 공고에 공동도급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는 데다 한 번 더 유찰되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이 때 컨소시엄 카드를 들고 나오면 조합에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정비업계에선 GS건설과 롯데건설의 컨소시엄 등 시나리오가 무성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갈현1구역은 사업장이 워낙 커 당초 시공사들이 컨소시엄으로 준비를 하다가 조합원들이 단독 시공을 원하면서 갈라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입찰도 유찰되면 컨소시엄으로 수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남3구역(총 5816가구‧공사비 1조8880억원)도 컨소시엄 수주로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린다.

하반기 재개발 최대어인 한남3구역은 입찰에 뛰어든 GS건설, 현대건설, 대림산업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정부가 이례적으로 3주간의 특별점검을 진행 중이다. 특별점검 결과에 따른 경쟁구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고 앞선 사례처럼 특정 건설사가 고배를 마시면 소송전으로 비화하거나 사업 자체에 잡음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조합의 등쌀에 내려놨던 컨소시엄 카드를 다시 꺼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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