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재개발 사업장을 잡아라.'
공사비만 수조원에 달하는 갈현1구역과 한남3구역에 깃발을 꽂기 위한 대형건설사들의 경쟁이 본격화했다.
건설사 입장에선 이들 사업장을 수주하면 하반기 실적, 브랜드 경쟁력, 지역 내 랜드마크 등을 한 손에 거머쥘 수 있다. 다만 규모가 워낙 큰데다 정부의 규제로 인해 분양가 산정이 어렵다는 점 등은 변수다. 위험 부담을 나눌 수 있는 '컨소시엄' 카드도 조합 내 반발로 차마 꺼내들지 못하는 분위기다.
◇ 갈현1구역, 현대·GS·롯데 '3파전' 가시화
29일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클린업시스템에 따르면 갈현1구역과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달 입찰 공고를 내고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갈현1구역은 은평구 갈현동 300번지 일대로 지하 6층~지상 22층, 아파트 32개 동, 4116가구(일반분양 819가구)로 조성된다. 연면적은 65만2769.93㎡로 공사비가 1조원에 달하는 9182억원의 대형 사업장이다.
아울러 지하철 3·6호선 연신내역이 도보권이고, 오는 2023년 GTX-A노선이 개통하면 강남 삼성역까지 10분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입지적 강점도 있다.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 3개 건설사는 진작부터 수주 의사를 밝히고 조합과 소통을 해 왔으며, 지난 26일엔 조합이 개최한 현장설명회에도 참여했다.
앞서 문제가 됐던 까다로운 입찰 조건은 다소 완화됐다.
조합은 당초 현장설명회 예납금 50억원을 포함한 1300억원을 입찰 보증금으로 책정했다. 이후 은평구청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입찰보증금이 1000억원(현장설명회 예납금 5억원)으로 하향조정됐다.
◇ 한남3구역, 내달 2일 경쟁구도 윤곽
한남3구역 수주전에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이 뛰어들 전망이다.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등 4곳이다. 삼성물산은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내달 2일 조합에서 개최하는 현장 설명회를 거쳐야 확실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용산구 한남동 686번지 일대인 한남3구역은 하반기 강북 재개발 매물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 동, 5816가구로 조성되며 공사비만 1조8881억원에 달한다. 한강변에 위치한 데다 남산 조망이 가능해 '노른자 입지'로 평가 받는다.
한남뉴타운 2~5구역(1구역은 해제) 중 사업 진척도 가장 빠르다. 대형 건설사들은 3구역을 수주하고 나면 나머지 구역으로의 진입도 수월해질 것이란 기대감에 지난해부터 조합을 드나들며 전략을 구상해 왔다. 일부 건설사는 올 초부터 홍보영상을 제작하거나 모델하우스 투어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
◇ 관건은 '컨소시엄'…손 잡을까?
건설사들이 갈현1구역과 한남3구역에 대해 강한 수주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한편으론 사업성에 따른 위험 부담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사업장에 참여 의사를 밝힌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시장 상황을 보면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가 없다"며 "규모가 크고 랜드마크적 성격을 갖고 있어 프리미엄 단지로 만들어야 하는데 들어간 돈에 비해 분양가를 올리지 못하면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컨소시엄(공동도급)'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조합원 반발이 심해 의향을 내비칠 엄두도 못낸다는 게 건설사들의 입장이다.
현재 갈현1구역과 한남3구역의 입찰 공고문에는 '컨소시엄 불가' 항목이 포함돼 있지 않아, 건설사들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각 조합의 일부 조합원들이 컨소시엄 불가 항목을 포함해 달라며 서면 동의서를 받거나(갈현1구역), 단독 추친위원회를 결성(한남3구역)하는 등 반발이 커 사실상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건설사들은 컨소시엄 추진 여부에 대해서 "왜 안 하고 싶겠느냐"면서도 "입찰 전략이라 자세한 건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사 관계자는 "다들 내부적으로는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며 "사업장별로 분명히 리스크가 있고 분양가 규제에 대한 부담이 있는 상황인데 조합원들이 워낙 싫어해서 대놓고 말을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여지는 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조합 입장에선 입찰 공고에 컨소시엄 불가 항목을 추가하려면 이사회 등을 거쳐 다시 공고를 올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시간이 또 소요되고 건설사 입장에선 시공권을 놓치긴 싫은데 리스크는 줄이고 싶어하기 때문에 컨소시엄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