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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D-?]밀어내기 분양, 더 심해졌다

  • 2019.09.17(화) 10:54

'상한제 공포' 성큼…추석 이후 서두르는 주요 아파트 단지들
2007년 민간택지 상한제 첫 시행때와 흡사…"12월까지 밀어내기 분양"

'얼마 안 남았다.'

정부가 예고(10월중)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분양 시장에서 '밀어내기 분양'이 본격화하고 있다. 상한제 시행 전으로 분양을 앞당길 수 있는 단지들이 9~10월중으로 분양 일정을 속속 확정하고 나선 것.

시장에선 민간택지에 상한제가 처음으로 도입됐던 2007년 벌어졌던 현상이 그대로 재현되거나 오히려 증가량으로 볼때는 더 심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한제 시행 직후까지도 '회피 물량'은 더 몰릴 것으로 보인다.

◇ 9~10월에만 9만 가구 쏟아진다

부동산114가 이달 16일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미 분양한 아파트를 포함한 9~10월 분양 예정 아파트는 9만3562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4만2205가구)의 두 배가 넘는다.

그동안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분양을 미루거나 후분양을 검토하던 단지들이 분양가 상한제라는 더 큰 벽을 만나면서 선분양으로 뱃머리를 돌린 영향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16일 조사한 9~10월 분양 예정 물량은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대책 발표 직전인 8월에 조사했던 수치(6만6346가구)에 비해 2만4000여 가구 이상 늘었다"며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전으로 분양 시점을 앞당긴 건설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상한제 여파가 큰 수도권에서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9~10월 서울 분양 예정 아파트는 7736가구로 전년 동기(1147가구)의 7배에 달한다. 경기도에서도 3만5266가구로 전년 동기(1만1848가구)보다 3배 더 늘어난다.

당장 이번주부터 밀어내기 분양 물량이 나오기 시작한다.

서울 강남권 분양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 재건축)는 이번 주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나선다. 이 아파트 조합은 HUG와의 분양가 줄다리기 끝에 강남권에서 가장 먼저 후분양을 계획했으나, 정부의 상한제 발표로 10월 전 선분양하기로 했다. 상한제를 피해 분양을 앞당긴 대표적인 단지다.

이 밖에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4차를 재건축한 '역삼센트럴아이파크'가 이달 중 분양하고, 경기 과천시 갈현동 지식정보타운 S9블록에 짓는 공공분양 아파트인 '과천제이드자이'는 이르면 다음 달 공급한다.

◇ 12년 전과 판박이…"12월까지 분양 몰릴 듯"

이같은 현상은 12년 전 민간택지에 상한제를 처음 도입한 때와 비슷하다.

앞서 정부는 2007년 1·11 부동산 대책을 통해 상한제 도입을 발표하고, 같은 해 9월부터 적용키로 했다. 당시에도 건설사 및 정비사업 조합들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분양 일정을 줄줄이 앞당겼다.

다만 당시 부동산 시장 침체, 미분양 우려 등으로 상한제 시행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분양 물량이 올해처럼 두드러지게 늘어나진 않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7년 1~8월까지 전국 분양 아파트는 14만7814가구, 서울은 1만9380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 88.3% 늘었다.

상한제 시행 직후엔 '회피 분양' 물량이 더 쏠렸다. 업계에서는 이 역시 상한제 이전 분양을 계획했다가 일정이 늦어진 '회피 물량'으로 보고 있다.

2007년 9~12월 분양 물량은 13만9933가구로 전년 동기(10만1018가구) 대비 38.5% 늘었다. 서울에선 1만5518가구로 전년 동기(4917가구) 대비 212.2%나 공급이 확대됐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당시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서 상한제 시행 전으로 분양을 앞당겨도 미분양 우려가 있었고 또 분양을 앞두고 있는 아파트는 미루는 데도 한계가 있다 보니 상한제 시행 이후에도 분양이 몰렸다"고 말했다.

이어 "9월 상한제 시행 직후인 10~12월 분양 물량이 연간 전체 물량의 40%가 넘는데, 이 또한 상한제 이전에 분양한 물량과 마찬가지로 상한제 회피 물량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선례로 미루어 봤을 때 정부가 예고한 대로 10월에 상한제 시행 직후인 11~12월에도 분양 물량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11~12월 분양 예정 물량은 6만6828가구로 전년 동기(4만7059가구) 대비 42% 늘어날 전망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등이 상한제 적용 시점 이후인 연말 분양을 검토 중이다.

서울 한 재건축 단지 조합장은 "상한제 적용으로 조합원들의 분담금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분양을 계속 미루기엔 금융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분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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