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남에 갑니다'
아이가 7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들어갈 시기가 다가오면서 자꾸 귀에 꽂히는 얘기가 있습니다. 강남에 간다는 얘기입니다.
한번은 유치원에서 6세 아이의 엄마를 만났습니다. 유치원이 끝나면 곧장 압구정동으로 차를 몰아 아이 학원에 간다고 합니다. 아이도 어리거니와 이곳 성북구에서 강남 압구정까지는 못해도 30~40분 이상 걸립니다. 왕복 한시간이 넘는 거리죠.
또 한번은 학원에서 7세 또래 아이의 엄마를 만났습니다. 아이가 수업을 받는 동안 엄마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물론 아이 교육 얘기가 대부분입니다. 그 엄마는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곧 강남으로 이사를 간다고 하더군요.
강남으로 이사간다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전이거나 혹은 초등학교 고학년 등 시점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유는 모두 같습니다. 교육입니다. 초등학교는 괜찮은데 주변에 중·고등학교가 없다는 얘기부터 학원이 마땅치 않다는 등의 이유입니다.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강북권의 교육과 관련한 인프라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강남을 제외하고 학원가로 유명한 중계동이나 목동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곳 역시 강남으로의 이주 수요는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자녀를 둔 학부모일 겁니다. 당연히 30대에서 40대, 50대까지 이어집니다. 30대에서 50대까지 경제활동이 활발한 시기이고 내집마련의 주된 세대입니다. 이들이 강남을 선호한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KB금융지주에서 낸 '한국부자보고서'에 따르면 거주지역 가운데 강남3구를 선택한 이유는 '좋은 교육환경'이 36.7%로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다음 순위인 주변환경이 쾌적(11.9%), 오랫동안 거주한 친밀감(11.9%), 가격상승 등의 투자가치(11%) 등은 모두 11%대로 엇비슷한 수준이었고요.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강남은 중산층 이상이 선호하고 있고 그들의 대기수요가 많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최근들어선 자율형사립고 폐지 얘기가 나오면서 강남 8학군의 입지가 강화되고 선호도는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고요.
고 교수는 "사실 이제는 강남을 넘어 서울불패라고 해야 한다"면서 "서울은 서울사람만의 시장이 아니고 지방 부자들도 서울에 아파트 한채 사볼까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의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구조"라고 강조합니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강남 4구(서초 강남 송파 강동구)에서 올해들어 1월에서 8월까지 거래된 아파트 7702채 가운데 1806채, 23.4%가 지방 거주자(서울 이외 거주자)가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5채 가운데 1채는 지방 부자들이 매입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강남구의 경우 올해 지방 거주자의 매입비율은 24.6%까지 치솟았고 2018년의 24.3%, 2017년의 22.6%보다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고요.
'더 이상 나올게 있을까' 할 정도로 강남을 타깃으로 하는 각종 규제들이 지난 2년여간 쏟아졌습니다. 그럼에도 강남불패, 혹은 서울불패는 사그라지기는 커녕 더욱 공고해지는 분위기인데요.
왜 이곳에 돈이 몰리는 걸까요. 이런 현상은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강남불패?]를 통해 훑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