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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 뒷전…특산품 '홍보장' 전락한 국토부 국감

  • 2019.10.21(월) 17:33

주택 정책 관련 '송곳' 질의 전무…관심도 떨어져
총선 앞두고 지역구 민원도 아닌 홍보에만 급급

"OO과 OO의 고장, OO 출신 OOO 의원입니다"(여야 막론 상당수 의원들)
"OO일부터 우리 지역 특산물인 포도를 국회에서 판매하니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

국민들은 치솟는 집값에 불안해하고 있고 분양가 상한제 등 당장 시행을 눈앞에 둔 여러 부동산 정책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은 여유가 넘치는 듯 보였다.

지난 1년 동안 국내 주택·교통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의 국정감사 자리지만 송곳 같은 날카로운 질문은커녕 의원들 본인 홍보에 바빴다. 작년만 해도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1‧2기 신도시 교통망 등 주요 현안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지만 올해는 이런 질문도 찾기 힘들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부 종합 국정감사는 지난해는 물론이고 지난 2일 열린 국감보다 더 맹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감을 통해 나온 새로운 내용이라면 김현미 장관이 "이달 말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 이외에는 전무하다.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는 중계조차 되지 않았고,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역시 맹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사진: 국토교통부)

올해 국토부 국정감사는 지난해 못지않게 여러 현안들이 산적했다. 주택 정책 분야에서는 공시가격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한 형평성과 가격 산정에 대한 투명성 문제 등이 제기됐고, 3기 신도시 지정에 따른 인근 주민과 원주민들의 반발 등도 국토부가 책임져야 할 큰 숙제였다.

특히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고, 정부가 꺼내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찬반여론이 팽팽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과열되고 있는 시장 열기를 잠재우고 가격도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반면 시장에서는 공급 축소와 로또 청약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통 분야에서는 코레일과 한국도로공사 등 산하기관 노조원들의 파업 등도 주요 질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올해 국감은 뚜껑을 열기 전부터 미지근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정국을 뒤덮은 까닭에 상대적으로 국토부 국감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다. 이에 지난 2일 열린 국감은 중계조차 되지 않았다.

그나마 2일 국감에선 김현미 장관이 주택법 시행령 개정이 마무리되면 분양가상한제를 이달 말 시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한 측면도 있었다. 아울러 김 장관은 상한제 시행에도 주택시장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대책도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민들은 새로 나올 수 있는 대책이 무엇인지 궁금해했고, 의원들은 규제 중심의 정책에 대한 지적을 제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날 열린 국감에서는 이에 대한 질의는 없었다.

이규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동성 장세에서 아파트 가격 하락이 가능할지, 양도세 강화를 통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게 실익이 없다는 인식을 주는 게 낫지 않냐"며 질의한게 전부다.

이에 대해 김현미 장관은 "8.2대책과 9.13 대책으로 대출‧세제‧청약부문을 두루 규제했다"며 "실질적인 규제 효과가 연말부터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와 관련 후속 질문이 없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8.2대책과 9.13 대책 발표 당시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실질적으로 집값 안정 효과는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연말부터 규제 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김 장관의 발언에 추가 설명이 필요했지만 의원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를 홍보하는데 열중했다. 대다수 의원들은 자신의 질의 차례에 지역 특산품과 주요 행사, 출신 지역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한 의원은 질의 도중 잠시 감사가 중단되자 자신의 지역 특산물을 많이 사달라며 홍보하기도 했다.

농담 같은 진담으로 분위기 전환 삼아 던진 말 한마디로 당시 국감장 분위기는 다소 풀렸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한숨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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