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견본주택 처음 와 봤어요. 강남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무조건 잡으라고(청약하라고) 하길래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막 왔어요."
8일 르엘 신반포 센트럴 견본주택에서 만난 50대 A씨(잠실 거주)는 '강남이니까' 무턱대고 왔다고 말했다. 청약에 당첨만 되면 입주할 때쯤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A씨를 비롯해 다수의 수요자들을 강남으로 향하게 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당분간 새 아파트 공급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컸다.
롯데건설이 처음으로 내놓은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을 적용한 단지라는 점도 수요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고급화에 치중하면서 견본주택 관람 방문객을 소규모 예약제로 받고, 유상옵션 품목이 많아진 점 등은 불만의 목소리로 터져 나왔다.
◇ 시세차익 최고 10억원, 가점 안정권 65~70점 예상
롯데건설은 이날 서초구 서초동 르엘캐슬 갤러리에서 2층엔 르엘 신반포 센트럴(반포우성 재건축), 3층엔 르엘 대치(대치2지구 재건축) 견본주택을 열었다.
롯데건설은 방문객이 몰릴 것을 고려해 사전 예약한 1일 100팀(500여명)만 입장하게 했다가 항의를 받고 예약 인원 외에도 1일 선착순 200팀(800~1000명)을 더 받기로 했다. 이 역시 오전 10시 기준으로 예비번호 200번까지 배포되는 등 방문자들이 몰렸다.
방문객들은 2층과 3층을 오가며 입지나 가구 내부 등을 비교했다. 두 아파트의 청약 당첨자 발표일이 다른 데다, 청약 경쟁률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복 청약을 하려는 수요가 많았다.
강남권에 거주하는 50대 B씨는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배 아파서 분양 하겠느냐"며 "일단 강남에서 나오는 아파트가 있으면 청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울 27개 동에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한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사업 중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는 내년 4월 말까지 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 이후부터는 '공급 가뭄'이 예상되는 만큼 분양하는대로 청약을 해보겠다는 게 수요자들의 공통된 답변이었다.
로또청약 기대감도 엿보였다.
반포동에 거주하는 C씨는 "사실 분양가가 싼 편은 아닌데 교통이 워낙 편리하고 개발 호재도 꾸준히 있어서 집값이 떨어질 염려는 없다"며 "인근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보니 지금도 5억원 이상 차이가 나더라"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에 들어서는 르엘 신반포 센트럴의 경우 3.3㎡(1평)당 평균 분양가가 4891만원으로 일반분양 물량이 많은 84㎡는 14억5900만~16억9000만원에 책정돼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인근에 위치한 반포경남아파트 73㎡가 지난달 21억700만원(5층), 래미안퍼스티지의 경우 84㎡가 지난 9월 27억5000만원에 거래돼 현 시점에서도 7억~10억원가량 차이가 난다.
강남구 대치동에 들어서는 르엘 대치는 평당 분양가가 4750만원으로 59㎡가 11억4700만~11억59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인근에 있는 쌍용대치2가 지난 7월 84㎡가 19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7억~8억원 정도 저렴하다.
이런 이유로 지난달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래미안 라클래시',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의 뒤를 이어 높은 경쟁률이 예상된다.
정한영 미드미(분양대행사) 상무는 "최근 분양했던 사업장들과 비슷한 청약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르엘 대치는 일반분양 물량이 적고 저층 배치도 있어서 청약 가점이 최하 65점, 르엘 신반포 센트럴은 70점은 돼야 안정권"이라고 내다봤다.
◇ '르엘' 첫 적용 단지 고급화…비싼 옵션엔 불만
롯데건설은 두 아파트 모두 강남 재건축 단지인 만큼 고급화에 공을 들였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인 '르엘'을 처음으로 적용해 관심을 끌었다. 르엘은 'Silent Luxury(사일런트 럭셔리)'를 콘셉트로 한정판을 의미하는 'Limited Edition'의 약자인 'LE'와 '시그니엘', '애비뉴엘' 등 롯데의 상징으로 쓰이는 접미사 'EL'이 결합된 명칭이다.
견본주택에서도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차별화된 설계나 구성품을 내세웠다.
르엘 신반포 센트럴의 경우 단지 외관을 커튼월 룩으로 시공하고, 가구 내 거실 전면 창 앞에 유리 난간을 적용해 세대 내 전망을 극대화했다. 이날 전시된 84B(타워형)의 경우 발코니 확장시 거실과 안방에 2.48m의 우물형 천장이 제공되고, 20층 이하 격층엔 개방형 발코니가 들어간다. 가구 주방에 음식물쓰레기 투입구와 이송관이 있고 주방 수전은 독일 명품 수전 그로헤(GROHE)를 선택할 수 있다.
르엘 대치도 특화동 외관을 커튼월 룩으로, 단지 조경은 석가산을 시공한다. 외부공간 조경, 커뮤니티센터, 가구 내부 구성은 르엘 신반포 센트럴과 비슷하다. 1가구만 분양하는 77타입은 테라스만 20평에 달한다. 다만 일반분양 물량(31가구)이 적어 견본주택엔 조합원 분양분인 84A(판상형)만 전시돼 방문객들 사이에서 불평이 나왔다. 유니트를 둘러보고 나온 E씨는 "르엘 대치 59㎡ 청약을 생각 중인데 정작 견본주택 유니트엔 전시가 안 돼 헛걸음한 기분"이라며 "프리미엄 브랜드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 요즘 나오는 새 아파트와 특별한 차이를 못 느꼈다"고 말했다.
유상 옵션 품목도 지나치게 많아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르엘 대치는 일반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59㎡의 경우 유상옵션 품목을 전부 선택하면 발코니(1900만원), 천정형 시스템 에어컨 전실(650만원), 빌트인 냉장고 등 가전기기(850만원), 현관‧바닥‧주방‧붙박이장(2820만원) 등으로 6220만원에 달한다.
르엘 신반포 센트럴은 84㎡B 기준으로 발코니 확장(1900만원), 천정형 시스템 에어컨 전실(750만원), 빌트인냉장고 등 가전기기(1045만원) 등 선택할 수 있는 유상옵션 품목이 10개가 넘는데 이를 총 합하면 7305만원이다.
견본주택 입장 시 이례적으로 '사전 예약'을 받은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롯데건설은 지난 4일부터 견본주택 사전예약 접수를 받고 시간당 12팀, 1인당 최대 3팀(1팀당 최대 4인까지) 동반 입장이 가능하다는 방침을 밝혔다. 8~10일 3일만 견본주택 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에 약 1000명만 초대받는 셈이다.
지난 9월 청약 접수를 받은 '래미안 라클래시'의 1순위 청약자 수가 1만2890명,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가 8975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민원이 잇따르자 결국 사전예약을 하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일반 관람(선착순)을 진행키로 했지만, 주말새 수요자들을 수용하기엔 부족할 거란 얘기가 나온다.
강남권에 거주하는 D씨는 "사전예약 하는줄도 모르고 아침에 뉴스보고 부랴부랴 와서 한 시간 정도 대기했다"며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는데 제대로 따져 보지도 못하는 것 같아 황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