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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싸라기 땅인데…' 우려섞인 성동구치소 부지 개발

  • 2020.02.06(목) 17:22

1년 반만에 개발 시동…다시 뿔난 주민들 '우리 의견은'
주민활용공간 부족‧학급 과밀‧구치소 보존 등 반발 여전

서울시가 옛 성동구치소 부지 개발에 본격 시동을 건 가운데,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다시 불만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지의 60% 이상을 주거단지로 조성하는 데다 임대가구가 끼어 있는 신혼희망타운까지 들어서기 때문이다. 구치소 일부 시설을 보존한다는 점에서도 걱정이 크다. 전반적으로 당초 지자체장 등이 약속했던 '복합문화시설'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다.

서울시와 SH공사(토지소유주)는 주민들의 의견을 일정 부분 반영해 마스터플랜을 내놓는다는 계획이지만 주요 민원이 해소되지 않아 향후 반발이 예상된다.

옛 성동구치소 부지 모습./채신화 기자

◇ 집값 안정에 밀린 '40년 꿈'?

성동구치소는 지난 1977년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161, 162에 개정한 이후 2017년 6월 문정법조단지로 이전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부지는 지하철 3‧5호선 환승역인 오금역이 도보권이고 오금공원, 송파도서관 등이 가까운 강남권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기피시설인 구치소가 자리하면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역 주민들의 눈총을 받아 왔다.

주민들 입장에선 40년 만에 눈엣가시가 사라지자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올랐다. 이 부지에 공공도서관, 청년스타트업 공간 등의 복합문화시설이나 공원 등을 조성해 활력을 찾자는 주장이 잇따랐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성수 송파구청장이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관련 내용을 공약에 올리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구치소 부지를 신규택지로 지정하면서 개발 방향이 틀어졌다.

집값 안정을 목표로 했던 부동산 정책인 만큼 주민들이 기대했던 화려한 개발 계획 대신 공공주택 공급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때 나온 청사진은 ▲1300가구의 공공‧민간 주거단지(700가구 신혼희망타운, 600가구 민간분양) ▲복합 비즈니스‧창업 공간 ▲문화‧체육, 청소년 시설 등 조성이다.

주택단지가 5만2000㎡로 전체 부지(8만3777㎡)의 62%를 차지하고, 그중 신혼희망타운 부지 규모가 2만1372㎡다.

이 계획이 발표된 후 인근 주민들이 '성동구치소 졸속개발반대 범대책위원회'(옛 성동구치소 졸속개발 결사반대위원회)를 출범하며 반발에 나서자 개발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1년 반 만인 이달 서울시와 SH공사가 구치소 부지 내 들어설 신혼희망타운의 설계공모를 실시하면서 다시 시동이 걸렸다.

◇ 임대가구, 구치소 일부 보존 등 반대

성동구치소 부지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동안 주민들이 개선을 요구해 왔던 ▲임대주택 공급 및 주민활용공간 부족 ▲인구‧학급 과밀 ▲성동구치소 일부 보존 등이 그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성동구치소 졸속개발반대 범대책위원회는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구치소 부지에 복합문화시설 등을 짓겠다고 약속했으나 38%에 불과한 땅(주택부지가 62%)에 교육문화시설 등을 짓겠다는 말로 지역 주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성명서를 낸 바 있다.

아울러 신혼희망타운 700가구 중 일부는 임대가구로 조성된다는 점에서도 반발이 여전하다.

서울시와 SH공사는 구치소 부지 내 신혼희망타운 설계공모를 할 때 분양과 임대 비율을 '6대 1'로 고지, 일부 조정 가능성도 시사했지만 사실상 6대 1일 가이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100가구 내외는 임대가구로 조성되는게 확정된 셈이다.

학급 과밀 문제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구치소 부지와 가까운 곳엔 가동초등학교, 가주초등학교, 송파중학교 3곳이 있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이들 학교의 학생 수는 각각 947명, 920명, 1008명으로 일대 학교와 비교하면 많은 편이다. 인근 신가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719명, 석촌중학교는 413명에 불과하다.

구치소 일부 시설물을 보존한다는 점에도 거부감이 크다. 서울시는 구치소 담장과 감시탑 등을 보존해 문화시설을 만들어 대중에 개방하겠다는 계획이다.

2018년 10월 성동구치소 부지 인근 가로수에 '성동구치소 졸속개발반대 범대책위원회'(옛 성동구치소 졸속개발 결사반대위원회) 출범 안내 공고문이 붙어 있다./채신화 기자

◇ 연말 '마스터플랜' 밀어붙이는 서울시

서울시는 이같은 주민들의 불만 사항에 대해 대부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혼희망타운의 임대가구 수, 층 수, 전용면적 등은 설계공모를 통해 추후 확정될 부분이고 공공시설 부지에도 어떤 시설을 들일지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유치는 교육청의 부지 구입 등의 문제도 있지만 인구 수 등을 분석해 봤을 때 과밀 학급의 우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구치소 시설물 보존에 대해서는 "구치소 시설물을 그대로 보존한다는 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리모델링한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SH공사가 지난해 5월 성동구치소 개발 관련해서 주민설명회를 하고 11월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대부분 개발 계획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며 "신혼희망타운 설계공모 당선작이 나오면 올해 중순께 마스터플랜 수립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생각과 달리 인근 주민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반발의 조짐이 나오고 있다.

'성동구치소 졸속개발반대 범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서울시와 SH공사가 구치소 부지 내 신혼희망타운 설계공모를 하자 바로 다음 날 1000여명의 회원이 가입한 카페를 통해 구치소 부지개발에 대한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사이트를 공유했다.

이틀 만에 송파구청 홈페이지엔 '학교 건립 요청' 등 13건의 관련 민원이 업로드되고, 남인순 송파구병 국회의원 블로그에도 불만이 담긴 덧글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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