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와 투기세력을 정조준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애꿎은 세입자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집주인들이 늘어난 세금부담을 전세(월세)가격에 전가할 수 있고, 아파트 임대사업도 사실상 없어지면서 세입자들이 내몰릴 수 있어서다.
정부는 임대차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 세입자 보호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집주인들이 전세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세입자들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차3법 통과시 일단 시장은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셋집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 임대차 시장 대혼란
최근 임대차 시장에는 변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임대차3법이 발의되면서 전세가격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 집주인들이 미리 전세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6.17대책에서는 갭투자(전세끼고 주택 매입)를 차단하기 위한 대출규제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샀을 때 거주의무가 추가됐다. 특히 재건축 조합원 분양을 받으려면 조합원들이 2년 이상 의무 거주해야 하는 조건이 더해지면서 서울 강남 전세시장이 대혼란에 휩싸였다.
갭투자는 투기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임대차 시장에 전셋집을 공급하는 측면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강남 일대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생활 인프라와 교육환경 등으로 인해 전세 거주자들이 많다. 이런 단지들에서 전세매물이 사라진다면 임대차 시장에서 '수요-공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우려다.
여기에 7.10대책에서는 기존 민간임대로 등록한 주택에 대해선 임대기간 연장을 하지 않고, 이에 따른 세제혜택도 없애기로 했다. 안정적 주거환경을 위해 등록 임대주택을 선택했던 세입자들은 집주인이 임대의무기간 종료 전 자진말소 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임대의무기간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추가 연장이 어렵다는 점 역시 전셋값이 오른 상황에서는 세입자들에게 부담이다.
실제 임대차3법을 시작으로 정책 변수가 발생할 때마다 전셋값은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첫 주 서울 전세가격 변동률은 0.1%로 전주 상승률을 유지했다. 올해 누적 상승률로는 1.41%로 오른 상태다.
◇ 임대차3법으로 해결 가능할까
정부는 주택 수급 상황을 감안하면 현존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통해서도 전셋값 폭등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임대인이 세금부담 전가를 목적으로 임차인을 계약기간중 내보내는 것은 불가능하고, 올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도 약 11만가구로 예년보다 17% 많아 단기간 가격을 올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임대차3법을 통해 세입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임대차3법이 통과되면 기존 세입자들에게도 법이 적용돼 과도하게 임대료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해당 법안이 빨리 통과돼 세입자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 역시 임대차3법이 시행되면 세입자 보호 효과는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법 시행 후 앞으로 세입자들은 계약 갱신이 가능하고 가격 상승도 제한돼 장기적으로 세입자 보호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집주인들에 대한 규제로 전세공급이 부족해 민간 임대시장 불안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임대차3법으로 단기간 시장이 잡힐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셋집 공급이 감소해 가격이 계속 오를 수 있다"며 "집주인들의 세금 부담이 늘면서 투자수익이 떨어지고, 비용부담도 늘어 전세 대신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차시장에서 민간의 역할이 줄어드는 만큼 공공의 역할이 커져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가격이 안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