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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시장은 지금 전쟁중…'노룩매수' 현상까지

  • 2020.09.10(목) 16:47

커뮤니티선 "전입신고후 공실" vs "단지 입출입내역 등 증빙"
전세품귀·노룩매수…"한동안 전세시장 불안 이어질듯"

"전입신고한 뒤 공실로 두겠다"

"이삿짐센터계약서, 단지입출입내역 등 실거주 증빙 요청해라"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된 지 한달가량 지난 가운데 집주인과 세입자의 '밀어내기-버티기' 신경전이 한창이다. 이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야 새 계약을 체결할 때 임대 보증금을 올릴 수 있고 일시적 1가구2주택자의 경우 정해진 기한 내 주택을 팔아야만 취득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임대차법 영향으로 전셋값이 오르고 전세 매물 자체가 귀해지자 기존 세입자들은 방어에 나선 상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계약갱신 대처 요령' 등이 공유되고 세입자가 집을 보여주지 않아 '노룩매수'(집을 보지 않고 구매하는 것) 사례가 늘어나는 등 주택 시장이 혼란한 모습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임대인 "일단 공실로"vs 임차인 "실거주 인증" 

최근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임대차법과 관련한 문의나 대처 요령 등이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말 임대차2법이 시행되고 가을 이사철이나 연초 계약만료 시점이 바짝 다가오자 임대차법을 피부로 느낀 당사자(임대인-임차인)들의 이해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임대인들 사이에서 나오는 계약갱신청구권 대처 방법으로는 '전입신고 후 공실'이 꼽힌다.

임대인(직계존속·비속 포함)이 실거주할 경우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있는데 나중에 실거주가 허위로 드러나면 기존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일단 전입신고를 한 뒤 일정 기간 공실로 두겠다는 임대인도 나오고 있다.

한 임대인은 "기존 세입자에게 실거주한다고 한 뒤 세대분리해서 자식들(직계존비속) 전입신고 해놓고, 2년간 공실로 둔 다음에 새 세입자를 구하면 된다"고 말했다.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선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갱신청구를 거절해도 집주인의 실거주 의무가 없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 위반에 따른 민법에선 실거주 의사 없이 허위로 갱신 거절한 것으로 판단할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게시글엔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가고 실거주한다고 주장하면 된다"며 "책임 입증(실거주 입증)을 세입자가 해야되는데 무슨 기준으로 하겠느냐"고 말했다.

주택 수선이나 인테리어 공사를 제시하는 임대인도 있었다. 집주인이 입주하기 위해 주택수선이나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경우엔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임차인들은 '실거주 인증'으로 받아치고 있다. 임대인들이 계약갱신을 거부하기 위해 전입신고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등기 등을 통해 실거주를 인증해달라는 요구다.

한 임차인은 "집주인이 들어와 살 일 없으니 오래 살아도 된다고 해서 자녀 교육까지 생각해 이사를 했는데 갑자기 실거주하겠다며 나가달라고 했다"는 글을 올리자 또다른 임차인들이 실거주 증빙을 요청하라고 댓글을 달았다. 한 임차인은 "내용증명을 통해 직장출퇴근거리나 이사짐센터계약서 등 실거주 증빙을 요청하고 추후 실거주 여부는 아파트단지 입출입내역, 주변상권이용내역 등을 요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임대인이 새 계약자나 매수자를 찾기 위해 집을 내놔도 기존 임차인이 집을 보여주지 않고 직접 내부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한 것을 건네주는 등의 일도 비일비재인 것으로 보여진다.

◇ 전세 매물은 없고, 전세 낀 집은 안팔려

이런 혼란은 시장에도 고스란히 투영된다.

임대 시장은 임대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기존 세입자의 계약이 연장되면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전월세 임대차계약은 총 6022건으로 전년 동기(9296건) 대비 35.2%, 전월(9770건) 대비 38.4% 감소했다. 서울시가 관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단독·다가구 전세도 3341건으로 전년 동기(4748건) 대비 29.6% 줄었고, 다세대·연립도 4787건으로 전년 동기( 5629건) 대비 14.9% 줄었다. 최근 1년간 월별 건수 중 가장 낮다.

공급이 부족하니 가격도 꾸준히 상승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16%로 지난해 8월 둘째 주 이후 57주째 오르고 있다.

전세가 '없어서 못 산다(live)'면 전세 낀 매매는 '있어도 안 사는(buy)' 분위기다.

전세보증금을 낀 주택은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데다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기존 세입자와의 임대 계약은 승계되기 때문이다. 전세 낀 매물을 샀는데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한다면 집주인은 실거주를 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구매 희망자가 있다고 해도 세입자가 집을 보여주지 않아 집을 살펴보기 어렵다. 이에 일부 집주인들이 매수자에게 '노룩 매수'를 하면 집값을 깎아주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갭투자자들의 자산 정리도 힘들어졌다.

6‧17대책이 시행되면서 규제지역에서 집을 매수할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6개월 이내 실제 입주해야 하고, 매수 1년 내 기존 집을 팔지 않을 경우 취득세도 2주택자에 해당하는 8%를 내야 한다. 하지만 기존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청구하면 주택을 매도할 수 없기 때문에 이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차3법의 영향으로 전세 물량 자체가 워낙 없는데다 내년부터 사전청약 물량까지 나오면서 인기 지역 등은 수요 유입이 높아 임대 시장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매물이 감소하면서 당분간 가격이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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