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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 공공임대주택에 산다구요?

  • 2020.10.26(월) 17:49

정부, 24번째 대책에 중산층 겨냥 30평대 공공임대 공급 예고
'영세민 아파트' 임대주택 인식 개선 기대…전세난 해소는 "영향없어"

정부가 24번째 부동산 대책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는 '중산층 공공임대' 도입에 대해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중산층 공공임대는 주로 서민·취약계층이 이용하던 공공임대주택의 면적을 넓혀 소득 수준이 높은 중산층까지 살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유형의 임대주택이다.

이를 통해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고 전세 수요도 일부 흡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당장 입주할 수 있는 물량이 적고 수요자들의 반응도 미지근해 벌써부터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 '영세민 아파트' 이미지 사라질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공공임대의 평형을 확대해 중산층에도 공급하는 방안을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라며 "11월 중에는 구체적인 방안을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서민층에 공급하던 공공임대에 중산층을 겨냥한 30평형대 유형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임대를 중산층까지 포함해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만드는 방안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우선 공공임대주택의 전용면적을 기존 60㎡(18평) 이하에서 85㎡(25평)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 장관은 "공공임대가 면적이 너무 좁고 건축자재나 마감재의 질이 떨어지면 소셜믹스를 이루는 것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입주자 소득 기준 상한선도 기존 중위소득 120%(4인 기준 747만원) 이하에서 150% 정도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의 중위소득 150%면 3인 기준 844만원, 4인 934만원, 5인 1041만원이다.

부부가 맞벌이로 한 달에 1000만원 가까이 벌어도 공공임대를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올해 서울 국민임대주택의 소득 요건이 4인 가구 436만원(중위소득 70% 이하)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소득 요건이 두 배 이상 완화되는 셈이다.

이런 중산층 공공임대가 공급되면 임대주택에 대한 이미지가 점차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국내에서 공공임대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이들이 사는 곳이라는 편견이 강해 선호도가 낮다. 지역민들이 집값 하락을 우려해 공공임대주택 조성을 반대하는 등 '님비' 현상이 이어지고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을 빗댄 차별적인 언어들도 공공연하게 쓰일 정도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국에서 임대 아파트는 영세민 아파트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임대주택의 질을 높이고 소셜믹스 등을 통해 중산층도 공공임대를 이용하게 되면 공공임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어 정책의 방향성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 그래서 중산층이 살까(live)?

하지만 이번 공공임대 정책의 대상인 중산층들은 정작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면적이나 입지 등 여전히 임대주택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루 아침에 임대주택에 대한 이미지가 바뀔 수 없는 데다 단순히 평수를 늘리고 품질을 높이는 식의 하드웨어 개발만으로 중산층들이 반길지 모르겠다"며 "집은 입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직장, 학교 등과 가까워야 하는데 이런 수요를 채우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난에도 큰 도움을 주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임대차3법 도입, 부동산 규제 등으로 전셋값은 오르고 전세 매물은 '제로' 수준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KB국민은행 부동산의 주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51% 올라 2011년 9월 둘째 주(0.62%)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11월 서울 입주 물량은 296가구로 입주 물량은 2018년 4월(55가구) 이후 2년7개월 만에 가장 적을 전망이다.

전세난을 해소하려면 빠른 시일 내 입주가 가능한 '실물주택'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계획 중인 '중산층 공공임대'는 아직 공급 전이라 당장 전세난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진미윤 박사는 "저소득층은 월세 거주 비중이 높고 중산층은 전세 거주 비중이 월등히 높다"며 "전세난의 불을 끄려면 손에 잡히는 추가 물량(즉시 대응 가능한 입주 물량)이 확보돼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향후 중산층 공공임대의 공급량이 충분히 나올지도 의문이다.

현 정부에서 임대주택 관련 재정 투입 규모가 증가하고 주택도시기금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만약 임대주택 수는 그대로인데 대상범위만 넓히면 오히려 경쟁만 더 치열해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중산층과 주거취약계층이 같이 청약할 경우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져 빈곤층의 주거복지에 소홀해질 수 있다"며 "아울러 공공으로만 공급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민간에서는 사업성이 없어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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