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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공공재건축…"차라리 일대일이나 리모델링"

  • 2020.08.11(화) 17:27

강남도, 강북도 "공공재건축 사업성 없다"
"임대 늘리느니 일반분양 줄이겠다" 움직임도

"검토할 가치조차 없어요."

강남구 한 재건축 아파트 추진위원회 임원에게 정부가 제시한 공공재건축(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참여 의사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이미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재건축 소유자들의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임대주택 공급 의무까지 더해지면 사업성이 크게 악화한다는 이유 탓에 반발이 거세다.

비강남권의 재건축 추진위나 조합도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선 용적률 상향이나 층수 제한 완화 등을 받기 위해 임대주택을 늘리느니, 차라리 일반분양을 줄이더라도 일대일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강남서도, 강북서도 '외면'

8·4대책(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이후 공공재건축 대상으로 거론되는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줄줄이 '참여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공공재건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시행사로 참여해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기부채납을 확대하는 제도다.

이 제도의 요지는 공공이 참여한 서울 시내 재건축 층고 제한을 기존 35층에서 50층까지로 풀고 용적률을 300~500%까지 높여 가구 수를 최대 2배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늘어나는 용적률로 추가된 주택의 50~70%는 임대주택, 공공분양 등의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

정부는 공공재건축을 통해 도심에 5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서울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않은 93개 사업장(26만가구) 가운데 약 20% 참여를 예상한 수치로, 8·4대책에서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아파트 물량(13만2000가구)의 3분의 1을 넘는(37.8%) 물량이다.

하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재건축 소유자들은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공공재개발과 달리 공공재건축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예외 혜택이 없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규제도 그대로 적용받기 때문에 사업성 개선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임대주택 공급도 조합원들에게 '눈엣가시'다. 고급 아파트라는 평가가 퇴색될 수 있다는 는 이유에서다. 특히 '부촌'인 강남권에서 반대 여론이 거세다.

올해로 입주 50년차인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에 따른 여러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임대주택을 늘리면 사업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소유자들도 수익이 있자고 하는 일인데 이득 없는 재건축은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준공 43~50년 된 압구정3구역(구현대)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도 같은 이유를 대며 "대부분의 사업장이 반대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특히 강남에선 공공재건축을 받을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강남권도 시큰둥하긴 마찬가지다. 2만7000여 가구에 달하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와 강북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마포구 성산시영(3710가구) 등도 공공재건축을 검토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다만 재건축 연한은 채웠지만 용적률이 낮은 노원구 상계·중계동 주공아파트 등은 공공재건축 참여 가능성을 가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계주공의 경우 층수가 11~15층에 용적률이 140~180%에 불과한데 현행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최대 250%밖에 용적률을 올릴 수 없어 '고밀 재건축'으로 사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일대 주민들 사이에 반대 여론도 높아 실제 추진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차라리 일반분양 포기?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들 사이에선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 임대주택을 늘리느니 사업비가 더 드는 방식을 통해서라도 '고급화' 하자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분양 수익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는 것을 포기하더라도 일대일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으로 단지를 고급화하면 미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일대일 재건축은 기존 가구수와 동일한 가구수로 재건축하는 방식이다. 일반분양을 하지 못하는 만큼 건축비 부담은 늘지만 가구당 전용 면적을 넓힐 수 있고, 여러 재건축 규제도 피할 수 있다.

강신봉 한국도시정비협회 부회장은 "공공재건축은 이제 막 재건축 사업을 시작하는 단지 중에서도 높은 층수를 요구하는 단지 정도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선택받기 어려워보인다"며 "강남에선 오히려 단지의 고급화, 쾌적화를 저해하는 고밀 재건축을 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공공재건축과는 상반되는 개념인 일대일 재건축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라며 "앞서 조합장이 일대일 재건축을 공약으로 걸었던 압구정3구역이나, 잠실주공5단지 등에 일대일 재건축 여론이 이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택하는 단지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리모델링은 건물 뼈대를 남긴 상태에서 대수선 공사를 통해 단지를 새로 꾸미는 사업이다. 주로 기존 용적률이 200%가 넘어 재건축 사업성이 낮은 단지들이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동훈 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가령 용적률이 250%인 단지라면 전용 85㎡ 미만의 경우 리모델링을 통해 용적률을 기존의 최대 40%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250×40%) 총 용적률이 350%가 된다"며 "공공재건축으로 용적률 최대 500%를 받더라도 조합원분이 375%에 그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이 임대주택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주민들이 사업 주도권을 공공에 위탁하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오히려 비슷한 조건이라면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검토하려는 곳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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