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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청약가점 11점밖에 안되는 30대입니다"

  • 2020.09.02(수) 08:40

김현미 장관, 30대 영끌에 “매수말고 분양 기다려라”
낮은 청약가점, 주택공급량 부족…주택시장 인식차 여전

저는 청약가점이 고작 11점밖에 안 되는 무주택자입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님이 최근 30대의 아파트 매수 열풍과 관련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했다는 뜻) 보다는 매수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더군요.

"패닉 바잉(공황 구매)이라는 용어가 청년들의 마음을 급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순화하는 분위기가 청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하셨습니다.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을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한 청년이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서 매물 시세를 보고 있다./채신화 기자

30대 입장에서 보기엔 장관님이 말씀하셨던 '주택공급을 기다렸다가 분양 받는 일'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해도 청약에 당첨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니까요.

현재 주택투기과열지구(서울 전 지역)에선 전용면적 85㎡ 이하는 100% 가점제로 운영됩니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32점 만점) ▲부양가족 수(35점 만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 만점) 등 세 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총 84점 만점인데요.

만 30세가 안됐고 미혼인 전 무주택기간에선 0점(미혼은 30세부터 계산, 기혼자는 나이 무관·결혼 이후부터 계산) , 부양가족 수에선 기본 점수인 5점(0명)을 받습니다. 그나마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4년 이상이라 6점을 받아 청약 가점은 총 11점입니다. 제가 미성년 때부터 청약저축을 들었다고 해도 미성년자 땐 2년만 인정해주기 때문에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점수가 14점이라 총 점수는 19점밖에 안 됩니다. 기본적으로 가점제는 나이가 많아야 유리한 구조인 셈이죠. 

장관님께서 기다리라고 한 공급은 신도시 분양으로 보이는데요. 문제는 고작 몇 년 지난다고 상황이 크게 나아지진 않는다는 겁니다. 3기 신도시 분양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3년 후(2023년)에도 제 가점은 크게 높아지지 않습니다.

무주택기간에서 8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에서 3점 추가돼 총점이 22점으로 오르고요. 그 사이 결혼도 하고 자녀도 한 명 낳는다면 10점이 더 추가돼 32점이 됩니다. 요즘 청약 시장을 봐서는 명함도 못 내밀 점수죠.

현재 30대 중‧후반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령 만 30세에 결혼해 무주택기간 7년(16점), 부양가족 2명(1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0년(12점)인 경우에도 총 가점은 43점에 불과하니까요.

부동산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 '청약홈'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7~8월 서울 아파트 청약당첨자의 청약 가점 커트라인은 평균 60.6점입니다. 그동안 시장에서 안정권이라고 봤던 '가점 50점'도 이젠 낙(落)이네요.

30대들에게 청약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돼버렸는데요.

그러자 정부는 7‧10대책, 8‧4대책을 통해 특별공급과 공공분양·임대를 대안으로 내놨습니다. 생애최초나 신혼부부 특공 비율을 올리고 지분적립형주택 등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기로 한건데요. 이 또한 와닿지는 않습니다.

일반공급 물량의 10% 이하를 특별공급으로 배정할 수 있다는 건데요. 민간택지의 경우 생애최초 특공은 그중에서 7%, 신혼부부 특공은 20%입니다. 일반분양 물량이 500가구라면 생애최초는 3~4가구, 신혼부부 특공은 10가구 뿐입니다.

공공임대도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습니다. 최근 조금씩 손을 보고 있긴 하지만 소득기준이나 자격요건이 까다롭고요. 역세권이 아니거나 평수가 작습니다. 소득 5~6분위를 대상으로 나온 지분형적립주택도 20년은 거주해야 하는데다 시세차익도 환수하기 때문에 젊은층들 사이에서 반응이 미적지근합니다.

늘어나는 수도권 인구에 비해 주택 수도 부족해 보이고요. 최근 통계청 집계를 보면 1인 가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전체 인구에서 1인 가구 비중이 30%를 돌파했는데요. 그만큼 주택 수요가 많아진다는 겁니다. 30대인 저에게 기회가 올지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두렵기도 하고요.

장관님은 오히려 '패닉바잉'이라는 말이 30대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 반대로 이런 30대들의 현실이 패닉바잉으로 이어졌다는 게 정확한 분석으로 보입니다.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지난달 기준 8억5000만원(한국감정원)에 달하는데요. 그나마 영끌로 패닉바잉에 나설 수 있는 30~40대가 부러울 따름입니다.

한때는 집값을 잡겠다는 장관님의 말을 믿었습니다. 지금은 더는 믿기지가 않습니다. 제도개선이나 새로운 정책을 내기 전에, 그리고 집값을 잡겠다고 얘기하기 전에 이런 인식의 차이를 좁히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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