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A씨는 청약 가점이 낮아 번번이 청약에 실패하면서 점점 '내 집 마련' 꿈과 멀어졌다. 그러자 A씨의 아버지가 청약통장 하나를 건넸다. 매달 10만원씩 20년 동안 납입한 2400만원짜리 청약저축통장으로 납입액이 웬만한 공공분양주택에선 '당첨 안정권'이다. A씨는 아버지에게 증여받은 청약통장을 어느 단지에 쓸 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올해 분양 시장이 서서히 막을 내리면서, 내년부터 줄이을 공공분양으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자들은 미리 이사를 가거나(당해요건) 특별공급 자격을 알아보며 청약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찾느라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단기에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다. 공공분양의 청약 당락을 가르는 '청약저축액'은 매달 10만원까지만 인정되기 때문에 오래 준비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낙'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부모님의 '잠자는 통장'을 찾아보자. 일부 청약통장은 세대 합가 및 세대주 변경 등을 거치면 증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0만원대 통장이 수억원대의 아파트를 안겨주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금수저도 은수저도 아닌 '청약 수저'를 잡는 셈이다.
84점 만점의 청약 가점은 민영주택 청약 시 적용되는 점수다.
공공주택(공공분양) 청약 시엔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등으로 점수를 매기는 민영주택과 달리 '청약저축액'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1순위 자격은 ▲투기과열지구는 가입기간 24개월 이상(납입횟수 24회 이상) ▲수도권은 가입기간 12개월 이상(12회 이상) ▲지방은 가입기간 6개월 이상(6회 이상) 등의 무주택자여야 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전용 40㎡ 초과 주택은 저축 납입 총액, 전용 40㎡ 이하 주택은 청약 납입 횟수가 많을 사람부터 순차적으로 당첨된다. 청약 납입액은 아무리 많이 넣어도 한 달에 10만원까지만 인정되기 때문에 오래 저축한 사람일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결국 공공분양도 민영주택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유리한 셈이다.
올해 3월 분양한 '과천제이드자이'(공공분양)은 최저 14년6개월, 최고 22년(1700만~2600만원대) 납입한 이들이 청약에 당첨됐다. 59㎡A의 경우 당첨자의 저축총액이 2170만~2646만원에 달했다. 이처럼 공공분양은 청약저축액이 2200만원은 돼야 '당첨 안정권'이라고 보는데 매년 10만원씩 20년 가까이 저축해야 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청약통장도 '증여'가 된다는 점에서 희망을 가져볼만 하다.
현재 청약통장의 종류는 ▲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부금 ▲주택청약종합저축 등 4개다. 청약저축은 국민주택(공공주택)에 청약할 수 있고 청약예금은 민영주택에 청약할 수 있다. 청약부금은 전용 85㎡ 이하의 민영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통장이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국민주택과 민영주택에 사용 가능하다.
이중 청약저축과 2000년 3월27일 이전에 가입한 청약예금, 청약부금은 증여가 된다.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은 가입자가 사망한 뒤 상속만 가능하다.
이때 조건은 증여받은 세대원이 새롭게 세대주가 돼야 한다. 가령 세대주인 아버지가 갖고 있던 청약저축을 자녀에게 증여하려면 세대를 합친 뒤 자녀를 세대주로 바꿔야 한다. 다만 배우자의 경우 세대를 분리해도 증여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부모님이 오래 저축해 놓은 청약통장을 증여받으면 '청약문'이 확 넓어진다. 게임으로 치면 '치트키'(게임의 어려움을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 만든 것)를 쓰는 셈이다.
가점제에서도 유리하게 적용된다.
만약 B씨가 무주택 기간 6년(14점), 부양가족수 3명(20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0년(12점)의 상황이라면 청약 가점은 총 46점이다. 여기에 20년 된 아버지의 청약 통장(납입액 2400만원)을 증여받고 세대를 합친다면 무주택 기간 6년(14점), 부양가족 수 4명(30점), 통장 가입기간 20년 이상(17점 만점)으로 총 61점이 된다. 가점이 15점이나 추가된다.
5000만원 미만의 증여이기 때문에 증여세가 없다는 점도 이득이다.
이에 대해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MB정부 때 나왔던 보금자리주택도 청약통장 증여를 이용해 당첨된 사례가 꽤 있었다"며 "청약통장이 2000만원 수준이라고 해도 당첨만 되면 사실상 그 가치가 수억원에 달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민영주택 청약의 경우 가점을 위해 미리 세대합가를 해두는 경우가 많아서 청약통장 증여로 가점이 크게 올라가진 않을 것"이라며 "내년 3기 신도시 청약 등 공공분양을 노린다면 청약통장 증여가 크게 유리할 수 있으니 부모님께 연락해 청약저축이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총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