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에 뚜렷한 '방향성'이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서울 집값 상승률은 보합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거래가는 단지별로 천차만별이다. 일부 단지는 신고가를 기록하는 반면 다른 지역에선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는 등 혼란스럽다.
무엇보다 주택 매매거래량이 크게 줄면서 가격 흐름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오는 27일부터 규제지역 내 모든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돼 거래시장은 갈수록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내 집 마련을 계획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머릿속만 복잡해지고 있다.
◇ 확 줄어든 매매거래, 집값 예측 어렵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주택 매매거래량은 1만755건으로 전달보다 25.6% 감소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거래활동이 급격히 위축됐던 4~5월 이후 올 들어 가장 적은 거래량이다.
수도권 역시 11.6% 줄어든 3만8089건의 거래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 역시 지난 4월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주택 매매시장에서 거래량은 가격 흐름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가령 집값이 하향 안정화되는 흐름을 보이려면 집주인들이 조정된 가격에 매물을 내놓고 이를 매수자들이 받아들이면서 여러 건의 거래가 이뤄져야 실제 가격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급매물 혹은 신고가 거래 한 두건 만으로는 정확한 집값의 흐름을 파악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거래량이 줄어들면 보통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보합권을 유지하는 등 혼조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부동산 규제로 인해 거래가 위축된 영향으로 실수요자들의 집값 예측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에 거래 더 줄어들듯
이처럼 매수 매도자 간의 줄다리기 장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매물은 조금씩 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세 지속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보유세 등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압력이 커지면서 다주택자 매물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총 매물 수는 6만3405개로 이달 1일(5만7543개)에 비해 10.4%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가 확대되면서 변수로 등장했다.
지난 6.17대책의 후속 조치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오는 27일부터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거래 신고 시 거래금액과 무관하게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실상 일부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이 해당된다.
또 자금조달계획서 작성항목별 객관적 증빙자료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자금 출처가 분명한 수요자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계획서 제출 자체가 매수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집값이 본격적인 하향 안정화에 접어들려면 조정된 가격으로 나온 매물들이 시장에서 소화돼야 하는데,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수요자들의 매수 판단에 일부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 매입 시 자금출처를 굉장히 타이트하게 보기 때문에 거래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전셋값 상승과 3기 신도시 토지 보상 등의 요인으로 인해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심교언 교수는 "거래량이 줄고 현재 시장에서 집값 하방 압력이 더 많은 게 사실이지만 아직 이 같은 흐름이 보이지는 않는다"라며 "좀 더 긴 흐름에서 집값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