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이례적으로 재선임되며 연임한다. 대신 김 대표이사를 사업대표로, 정항기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해 관리대표로 신규 선임함으로써 각자대표 체제로 돌입한다.
사실상 산업은행(산은의 구조조정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체제에서 CEO가 연임한 사례가 없었고 정항기 사장을 각자 대표로 선임함으로써 매각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형 사장과 정항기 사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 각자대표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오는 6월 7일 임시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확정한다.
김형 사장은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매각 포기 이후 2018년 취임했다. 대우건설 매각을 앞두고 기업가치 개선이라는 숙제를 안고 출발했다.
재무전문가인 정항기 부사장 또한 2019년 사내이사로 선임돼 김형 사장과 함께 재무구조개선을 가속화하는데 주력했다.
앞으로 김형 사업대표 예정자는 국내·해외 공사의 수주와 사업운영 등 사업부문을 맡고 정항기 관리대표 예정자는 전략·재경 등을 맡아 재무구조와 체질개선에 주력하는 등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우건설 매각작업에 본격 나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형 사장을 재선임함으로써 매각 등의 작업을 앞두고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사업부문 운영에 주력하는 동시에 정항기 각자대표 예정자가 전면에 나서면서 매각 등의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도 "매각이 본격화될 경우 관련 기능을 재무통인 정항기 CFO에 집중함으로써 매각 프로세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며 "매각 관련 업무에 대한 부담을 던 김형 사장은 안정적 사업운영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동걸 산은 회장은 2019년 국정감사에서 대우건설 매각 재추진과 관련해 "2년 정도를 거쳐 시기가 좋아지면 기업가치를 높여 판매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올해가 적기라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김형 사장 취임후 실적에 고전을 겪었지만 지난해 4분가 터닝포인트를 맞으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3% 증가한 5583억원을 기록했다. ▷관련기사: 실적 반전한 대우건설, 김형 사장 거취도 반전 이룰까(1월29일)
주가 역시 지난해초 200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10월부터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해들어선 최고 7000원대를 찍었다. 전일(22일) 종가 기준 7010원을 기록하는 등 기업가치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입질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