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진 재건축·재개발 지역주민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여의도, 강남 등 주요 지역에선 준공 연한이 40년이 훌쩍 넘은 재건축 아파트들이 다양한 명목으로 사업 추진에 퇴짜를 맞고 있다. 유일한 희망이던 '오세훈 효과'도 집값만 올릴 뿐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붙이진 못했다.
여의도 통개발은 점점 멀어지고 강남 은마아파트 등 일부 재건축 단지는 사업이 길어지면서 주민간 갈등이 심화하는 등 부작용만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견디다 못한 재건축 주민들은 '재건축 활성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강남 등 재건축 아파트들이 몰려있는 주요 지역 주민들이 재건축 활성화를 요구하며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달 8일 서울 강남구 소재 28개 재건축 조합·추진위원회·준비위원회 등이 '강남구 정비사업 연합회'를 발족해 운영중이다. 압구정 현대, 개포 우성, 은마아파트 등이 참여했다.
연합회는 오세훈 시장이 후보시절 내놨던 공약과는 달리 재건축 활성화가 외면받고 있다며 재건축 관련 이슈에 공동으로 협의·진행하고 강남구청 및 서울시에 입장을 전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강남 역시 재건축 연한(35년)을 훌쩍 넘긴 재건축 아파트들이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준공 43년차의 은마아파트는 지난 2010년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여전히 재건축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재건축 사업이 길어질수록 건축물 노후에 대한 안전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지반 휘어짐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GTX-C노선이 단지 지하를 지나는 계획이 나오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주민 간 내분도 심해지면서 재건축 추진위 집행부 구성을 둘러싼 잡음도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재건축 활성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집값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질 않아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9%로 2019년 12월 셋째 주(0.20%)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여의도가 속해있는 영등포는 0.21%, 강남은 0.20%로 서울 평균치를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장기적인 안정을 위해선 재건축 사업의 순차적 활성화를 조언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재건축 규제 완화 시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진퇴양난의 모습"이라며 "서울시가 재건축을 활성화했다가 가격이 너무 급등하면 각종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시기 조절을 하고 있는듯 하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재건축 활성화시 단기적으론 역풍이 있겠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공급이 이뤄지면 시장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며 "순차적인 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의도는 서울의 랜드마크 성격도 있는 만큼 통개발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식으로 가야 하고, 강남 등은 구조적인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주거환경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