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서울시에 전가하지 말아달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집값 상승의 탓을 오 시장에게 돌리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이렇게 맞받아쳤다. 세제 강화, 정비사업 규제 등 '막무가내 규제'로 주택 공급을 막았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가격 안정의 유일한 지름길로는 '정비사업 활성화'를 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을 적극 활용하고 '한강변 35층 룰'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 정부의 고집이 문제"…정부 정책 강하게 비판
오세훈 시장은 2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른 건 정부가 막무가내로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고 임대차3법을 시행해 전·월세 가격을 끌어올리고, 정비사업을 규제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 시장 취임 이후 서울 집값 불안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취임한 오 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정비사업 활성화 등을 시행하면서 서울 집값이 오히려 올랐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2018년 9·13대책, 2019년 12·16대책, 2020년 7·10대책 등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후에 가격이 오른 것"이라며 "서울시뿐만 아니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체의 주택가격변화 추이가 똑같은데 시장 취임 이후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현재 나타나는 '공급 절벽'의 탓도 현 정부와 전임 시장에 돌렸다.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은 "향후 2~3년 내 서울시 공급이 절벽에 가깝지 않나 우려된다"며 "문 정부가 너무 공공주택 공급에만 매달린 원인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오 시장은 이에 동의하며 "제가 서울시장을 지냈던 시절에 지정해놨던 393개의 재개발구역을 박원순 전임 서울시장이 전부 해제해버렸다"며 "그 영향으로 앞으로 2~3년까지는 공급물량 확보가 어려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면 당장은 주택가격을 조금 자극할 수 있겠지만 꾸준히 주택이 공급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는 것만이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루는 지름길"이라며 "이점에 대해서 아직도 문 정부는 고집스러운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방점은 '정비사업 활성화(신통기획)'
정비사업 활성화 전략으로는 규제 완화를 제시했다.
김회재 의원은 "정비사업 규제를 안 풀어서 집값이 오른 것이냐"며 "집값 안정시키겠다며 취임했는데 정부 책임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오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규제만 풀어주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한 적 없고 이건 기본이다"며 "신규 주택을 일정 물량 매년 공급하는 게 바탕에 있어야 그 외 다른 정책이 보태질 때 부동산 가격 안정의 정책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 시장이 추진하는 '한강변 층고규제 완화'에 따른 집값 상승 등을 우려하며 "층고규제를 폐지하면 부동산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오 시장은 "일률적으로 폐지하는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융통성 있게 층고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라며 "건축비 증가 등을 고려하면 많이 올라가야 50층 정도가 맥시멈(최대치)이 될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공급 방식으로는 '신통기획'을 전면에 내세웠다. 오 시장은 직접 준비해 온 판넬로 신통기획의 사업 방식을 설명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신통기획을 도입해 신속하고 통합된 심의를 통해 빨리 주택을 공급하고 초기부터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는 욕구를 제어할 것"이라며 "그동안 빨라도 5~6년, 늦으면 10년 걸렸던 정비사업을 2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의 협치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회재 의원은 "서민주거안정은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인데 최근 문 대통령이 주관하는 공식 자리에도 불참하지 않았느냐"며 "협치 의지를 표명해달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김현미 장관과는 협치가 잘 안 됐었다"며 "정권 초에 방향을 설정했던 것에서 단 한 치도 수정한 게 없어서 답답하게 느꼈고 이래서는 절대로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겠다고 우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 취임한 노형욱 장관은 열려있다"며 "청와대의 간고한 방침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유연하게 모든 사안을 생각하려는 분이라고 높이 평가한다"고 현재 국토부장관과 사력을 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