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는 큰 경제현안이지만 아쉽다. (정책이) 아직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 안타깝기도 하고 국민들게 송구스럽다"
오는 21일 취임 100일을 맞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개를 숙였다. 최우선 과제였던 집값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확산되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노 장관은 다만 부동산 시장 불안은 과도한 유동성과 심리 등 복합적인 문제인 만큼 국토부 입장에선 수요자들에게 주택공급에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형욱 장관은 19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계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있고 최근에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등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이 있다"며 "국토부는 공급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는 일관성이 필요하고, 공급대책은 중장기적으로 정부(정권)에 관계없이 꾸준히 추진돼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노 장관을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고위관료들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집값 거품과 관련해선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것도 무책임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골이 깊어질 때 굉장히 큰 문제가 생긴다"라며 "집값이 영원히 오를 수 없고 하락폭이 크면 깡통전세나 대출상환부담,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어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단기간 주택공급 부족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에는 일정 부분 동의했다. 다만 지금의 주택공급 정책이 실현되는 시점을 포함해 중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노 장관은 "집값 폭등은 유동성과 저금리뿐 아니라 수급문제도 있다"며 "서울이 올해와 내년 초까지 스트레스(주택부족) 구간인데, 5년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당시 주택공급이 많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 정부가 3기 신도시부터 도심 주변 주택을 공급하고 있는데 이는 시차가 발생한다"며 "장기적으로 총 물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공급정책이 이연되는 까닭에 효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급대책을 통한 단기 주택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를 위한 양도세 완화 등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노형욱 장관은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로 인한 매물잠김 현상이 있다는 문제의식은 갖고 있다"며 "양도세를 낮춰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 효과가 있을지 따져봐야 하고, 조세정의 관점에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가 밝힌 고층규제 완화 등 민간정비사업 활성화와 관련해선 집값 안정이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노형욱 장관은 "서울시에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이나 정부 소유 유휴부지, 재건축‧재개발 외에 고층규제 완화도 오래된 숙제"라며 "다만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상승)을 줄 수 있고, 시장을 교란시키는 문제가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전제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안정을 위한 대국민담화에서 발표한 3기 신도시 민간주택 사전청약 등에 대한 계획도 조만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1차 사전청약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던 전용 84㎡ 주택형을 늘리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노형욱 장관은 "공공이 조성했지만 민간이 공급하는 민영주택 사전청약도 준비하고 있어 민영주택에선 LH보다는 큰 평형이 많아질 여지가 있다"며 "2.4대책 후보지도 이르면 본지구 지정되는 곳이 있어 이들 지역은 사전청약이 가능한 물량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달 중 신규택지 지정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혁신안 등을 최종 확정해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노형욱 장관은 "신규택지는 부지는 확보돼 있고 투기우려 등 확인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마무리단계"라며 "LH는 조직슬림화와 내‧외부 통제 강화 방안 등은 이미 확정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어떤 형태로 분리할지 등에 대해서는 국회 공청회를 거쳐 최대한 빨리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