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궁극적으로 불안한 집값을 잡고 주거안정을 꾀하는 것이다. 하지만 해법은 공공주도 공급과 현 정부의 규제 유지 혹은 강화(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민간주도 공급과 규제 완화(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로 정반대다.
노선은 다르지만 목표 지점은 같은 셈인데 과연 어느 후보가 집값을 잡을지 시장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관건은 정책 실현 가능성이다. 시장에 내 집 마련 수요가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 충분한 주택공급이 필요한 만큼 실제 공급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 집값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부동산 세제 등 규제 관련해선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 중심의 현 정부 정책이 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만큼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다만 성급한 규제완화는 오히려 시장을 더 자극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공공 vs 민간…공급 확대로 집값 잡을 정책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주택공급 목표는 5년 임기 동안 250만 가구로 같다. 하지만 방법은 전혀 다르다. 이재명 후보는 기본주택을 중심으로 공공을 통한 주택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서 '역세권 첫 집' 등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공급대책이 시장 안정에 도움을 주려면 대기수요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4대책 등 도심공공복합사업과 공공재개발, 3기 신도시 등 공급대책에도 시장 불안이 계속되는 것은 정부가 계획한 시기에 공급이 가능할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두 후보의 공급대책을 두고 실현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두 대책 모두 현실화 과정에서 기대와 우려 요인들이 공존하고 있는 까닭이다. ▷관련기사: [집값 공약은]②'5년간 250만 가구'…재원·부지는요?(11월10일)
우선 공공주도인 이재명 후보 공급대책은 현 정부 정책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고, 공공이 중심이라 토지수용을 통한 택지확보 면에서 오히려 민간에서 주도하는 윤 후보의 공약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좀 더 높다는 평가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주택공급은 부지 확보와 조성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인데 공공이 부지확보에 더 빠를 수 있다"며 "역세권 개발이나 청년 원가주택 등은 규제완화 등 인센티브로 사업을 유도하고 기부채납을 높이는 방식으로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방법과 유사한데, 정부의 사업 추진도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간에서 추진하는 것은) 현실 가능성은 더 낮다"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도심 내 역세권 주택 공급은 부지 확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실제 저렴하게 공급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라며 "용적률을 높이면 정주환경도 망가질 수 있고 역세권 첫집 같은 주택(기부채납을 통해 확보한 주택을 공공분양하는 방식)에 대한 주민 반발도 크다는 게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대적으로 기본 주택은 예산 확보만 가능하다면 장기로 임대하는 형태라 분산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집값 안정에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현 정부의 공공주도 공급이 시장 안정을 가져오지 못한 만큼 민간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이 더 효과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공주도 주택공급이 어렵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 정비사업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대책이 더 현실적인 방안으로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정책 궁합도 공급대책 실현에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자체와 향후 집권하는 정부 사이에서 공급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도 중요해 현재 서울시장과 정책 방향이 맞는 후보가 누구인지도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로는 집값 못 잡아 vs 섣부른 완화 역효과
부동산 세제 등 규제 부분에 있어서도 두 후보의 방향은 전혀 다르다. 이재명 후보는 국토보유세 신설 등 현 정부보다 더 강한 규제를 예고하고 있는 반면 윤석열 후보는 1주택자의 재산세 부담을 낮추고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80%로 상향하는 등 규제 완화에 힘을 싣고 있다.
시장에선 현 정부가 취임 후 투기세력 등을 막고 주택 매입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대책을 쏟았지만 집값 안정에 실패했던 탓에 규제 부분에선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고준석 교수는 "지금까지 규제 중심의 부동산 대책을 펼쳤지만 집값을 잡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 인하 등을 통해 시장에 단기간 주택 공급이 이뤄져야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규정 소장도 "두 후보의 공급대책이 당장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서 거래를 유도할 수 있는 양도세 완화 등이 가격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보인다"며 "현 정부 정책과 달리 보유세 완화 등을 통해 재고주택 매물이 시장에 나와 거래를 유도하는 정책은 야당(윤석열 후보) 정책이 더 나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집값 안정 뿐 아니라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더 쉽게 하기 위해서라도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기축 매물이 시장에 나와야 서민 실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 중심 정책에서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거래 자체가 어렵다면 이로 인한 피해는 다주택자보다 무주택자와 갈아타기 실수요자들이 더 크다는 점에서 양도세 완화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성급하게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되레 부작용을 키울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승현 대표는 "매물 출회를 통해 시장에 공급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집값 안정을 위해선 수요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집값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LTV 상향 등 대출을 풀어주면 오히려 대출로 집을 산 서민들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를 풀어 가격을 잡는 것이 아닌 집값 안정이 선행된 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