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첫 분기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으며 작년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기본설계를 진행한 멕시코, 말레이시아의 대형 화공 프로젝트가 EPC(설계·조달·시공) 수주로 이어져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2분기 이후 전망도 밝다. 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화학·정유 등의 해외발주 시장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들 분야를 중심으로 수주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매출·영업익 상승…'기본설계→시공' 전략 성공
26일 삼성엔지니어링은 연결재무제표(잠정)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액이 2조1634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1조5308억원)보다 41% 증가했고, 전 분기 매출(2조5135억원)보다는 14% 줄었다.
1분기 영업이익은 17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73억원)보다 63% 상승했고, 전 분기(1067억원)와 비교해도 39% 증가했다. 분기별 영업이익이 1619억~2129억원에 달했던 전성기(2011~2012년)에 가까워진 모습이다.
연간 매출 목표(8조5000억원)의 26%, 영업이익 목표(6100억원) 29%를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8.1%로 작년 4분기(4.2%)의 부진을 털어냈다. 작년 1분기 영업이익률은 7%였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기본설계(FEED) 후 설계·조달·시공(EPC)까지 수주하는 'FEED to EPC' 전략이 성과를 낸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작년에 앞서 기본설계를 수행했던 '멕시코 도스보카스 정유 프로젝트(도급액 4조5000억원)'와 '말레이시아 사라왁 메탄올 프로젝트(도급액 1조2000억원)'에서 EPC를 수주했다.
이들 매출이 반영되며 올해 1분기 화공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7997억원)에 비해 33% 증가한 1조64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작년 4분기(1조1926억원)보다는 11% 감소했다.
비화공 부문 매출은 1조992억원으로 전년 동기(7311억원)에 비해 50% 증가했으며, 전 분기(1조3209억원)보다는 16.8% 감소했다.
모듈화, 자동화 등 '탈 현장' 기술을 통해 코로나19의 영향도 피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멕시코, 말레이시아 현장 등 대형 화공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매출 반영이 1분기 실적을 견인했다"며 "미리 모듈을 제작하고 현장에서는 설치만 하는 방식을 적용해 현장 인력을 줄였고, 일부 작업을 자동화한 덕에 코로나19 영향이 적었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에 정유 관련 수주 기대
수주 곳간도 넉넉하다. 올해 1분기 수주는 2조8086억원으로 올해 목표인 8조원의 35%를 달성했다. 총 수주잔고는 17조2000억원이다. 작년 매출 기준 2년4개월에 해당하는 일감을 확보한 셈이다.
2분기 이후 실적에도 기대가 크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호황을 맞은 정유 등의 분야에서 발주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정유·석유화학·가스에 주력하고 있다.
기본설계 입찰에도 지속해서 참여할 계획이다. 작년 12월 기본설계를 수주한 '인도네시아 TPPI 올레핀 콤플렉스 프로젝트' 등이 올해 EPC 전환을 앞두고 있어 연계 수주를 기대하는 상황이다. 이 사업의 경우 EPC 규모가 총 40억 달러(한화 약 5조6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17건의 기본설계 프로젝트를 수주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50%를 EPC까지 연계 수주하겠다는 목표다.
증권가에서도 이같은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추진 중인 3건의 FEED 안건과 연내 5건의 추가적인 FEED 프로젝트 참여로 'FEED to EPC' 전략을 통한 성과는 점차 구체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유가 상승, 투자심리 회복 등 대외환경 변화에 따라 해외 발주시장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린솔루션, 환경 인프라 등 ESG 기반의 친환경 신사업 육성을 통해 중장기 미래성장동력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