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규제 지역을 대폭 해제하면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향후 시장의 흐름에 따라 이번 대책에서 제외된 수도권과 서울 지역의 추가 해제 시기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거래량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집값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워낙 큰 분위기에서 정부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되레 이번 해제 지역의 경우 하락 거래가 늘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기 터지자 대폭 해제…집값 하락세 지속
정부가 부동산 규제지역을 대폭 해제한 건 10여 년 만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당시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 종합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에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제외한 수도권 및 서울의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전면 해제하는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했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는 2011년 12월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남은 강남 3구 역시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다.
이후에도 시장 반응은 미미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집값 하락세는 박근혜 정권까지 이어졌다.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가 위축된 시장의 심리를 되살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금융위기 수준 아냐…당장 추가 해제 어려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 역시 최근의 시장 흐름을 뒤바꾸지는 않을 거라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전망이다.
정부 역시 이번 방안이 최근 하락세를 막기 위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서울 지역의 경우 규제를 유지한 만큼 시장의 영향은 크지 않을 거라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규제지역 해제는) 가격을 떠받치거나 거래를 늘리는 직접적인 결과를 목표로 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번 정책으로 시장 환경 자체가 엄청나게 변하는 건 아니다"며 "집값 급락을 방어하는 수준에서 급매물 해소나 거래 증가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에 규제가 해제된 지역의 경우 되레 하락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번에 해제된 지역에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주택을 보유한 이들이 급하게 집을 팔려는 분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며 "특히 해당 지역의 경우 집값이 떨어지는 지역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오히려 집값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수도권과 서울 지역의 규제가 언제 해제될지도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아직 시장에 유동성이 남아 있는 데다가 과거 금융위기 때처럼 당장 경착륙의 우려가 크지 않은 만큼 정부 역시 급하게 추가 해제에 나서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윤 수석연구원은 "이명박 정권 때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한 것은 금융위기가 터진 데다가 당시 미분양이 전국적으로 17만 채에 달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미분양 가구는 3만 채 정도로, 경기가 그 당시 수준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규제를 해제한 5대 광역시의 시장 흐름에 따라 수도권 추가 해제 등을 단계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고 있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금융시장과 청약 시장 전반 여전히 불안 요인 있다는 점에서 수도권은 규제를 유지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지정 해제하거나 다시 지정하는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