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고공행진하던 집값 롤러코스터가 급하강 하고 있습니다. 상승세가 뜨거웠던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아파트 가격이 곤두박칠치고 있는데요.
이 와중에 꿋꿋하게 버티는 단지도 있습니다. 집값이 '반토막' 나는 지역에서도 어느 정도 가격을 방어하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선 오히려 신고가 매물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아직 본격적인 하락장에 접어들지 않았다는 뜻일까요? 과연 이들 아파트는 어떤 이유로 살아남은 걸까요?
'담합'이 만들어낸 집값?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19일 기준) 전국 주간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9% 하락, 지난 2012년 5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한동안 뜨겁게 달궈졌던 서울도 전주보다 0.17% 떨어지며 17주 연속 내리막길이고요. 수도권(-0.20%→-0.23%)이나 지방(-0.13%→-0.15%) 할 것 없이 모두 전주보다 하락폭이 확대됐습니다.
금리 상승, 매수심리 하락 등으로 '급매'가 등장하며 실거래 가격이 수억원씩 떨어지고 있는 단지도 속속 눈에 띄는데요. 특히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곳이나 입주 물량이 많은 곳 위주로 하락세가 뚜렷합니다.
검단신도시 '신안인스빌어반퍼스트' 전용 84㎡는 2019년 분양가에 근접한 4억원대까지 호가가 떨어졌고요. 세종시 새롬동 새뜸마을10단지더샵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이달 8억8000만원(24층)에 거래돼 지난해 9월 거래가(12억원·22층)에서 1년 만에 3억2000만원이 빠졌습니다.
하지만 이와중에도 '버티기'에 성공한 단지들이 있습니다.
집값이 크게 떨어지는 지역 내에서도 호가나 실거래가가 수천만원 하락 수준에 그치는 등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폭이 작은 경우인데요.
그 이면엔 '집값 담합'이 있었다는 정황들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도 동탄에 위치한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특정 가격 이하에 매물을 내놓는 매도자나 부동산 중개업소에 압력을 가한 사태가 포착됐는데요.
'00억원 이하로는 매물을 내놓지 말자'는 내용을 담은 글을 단지 내 엘리베이터에 게시하거나 값을 싸게 내놓은 매도자의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한 사례들이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소에 매물을 내리게 하거나 매도자를 찾아가 '일단 시세대로 내놓고 나중에 계약하면서 깍아줘라'고 압박하며 주민들이 직접 나서 '저가 거래'를 단속하는 사례도 있는데요.
이같은 분위기는 동탄뿐만 아니라 대전, 세종, 과천, 수원 등 전국 각지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한 부동산 거래 전용 모바일 앱을 보면 수원 권선동 A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급매물이 많은 이유는 부동산 중개소의 영향이 크다. 정도껏 하셔라"며 "A단지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행동을 입주민들이 그냥 지나칠거라고 보느냐"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엔 '신고가'가 있다
이와 반대로 자연스레 '신고가'가 거래되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고가 아파트 중에서도 고가인 '초고가 아파트'들입니다.
집값 하락세에 접어들며 '집값 철옹성'으로 꼽히는 랜드마크급 아파트들도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는데 말이죠.
KB국민은행의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이달 99.32를 기록해 지난달(100.45) 대비 1.12%포인트 떨어졌는데요. 이 지수는 전국 아파트 단지 가운데 상위 50개 단지의 시가총액 변동률을 수치화한 것으로, 100선 아래로 내려온 건 지난해 12월(99.60) 이후 9개월 만입니다.
그런데 '초고가 아파트'들은 갈수록 훨훨 날고 있는데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140㎡는 이달 6일 73억원(3층)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달 3일 71억5000만원(5층)의 신고가를 쓴 지 사흘만에 1억5000만원이 올라 신고가를 갈아치운 건데요.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3차 전용 82㎡도 지난달 42억원(7층)에 거래돼, 3개월 만에 종전 최고가인 36억원(5층)보다 6억원 높게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 89㎡는 지난해 10월 기록한 신고가( 33억1000만원·4층)가 이달 8일 36억5000만원(15층)에 손바뀜했고요.
용산구 한강로2가 아스테리움용산은 지난 7월 전용 191㎡가 49억원(35층)에 거래, 직전 거래인 지난해 4월 41억5000만원(35층)보다 7억5000만원이나 올랐습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삼부아파트 전용 146㎡는 7월 30억3000만원(13층)에 거래되고 한 달 만에 1억7000만원 올라 지난달 32억원(12층)에 팔렸고요.
그야말로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 속 가격인데요. 이들 아파트가 '대세 하락' 속에서도 꿋꿋이 신고가를 경신하는 이유로는 '희소성'이 꼽힙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신고가를 찍은 아파트들은 한강변이라는 입지적 장점이자 희소성을 갖추고 있다"며 "아울러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다른 곳이 오를 때 충분히 오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가격이 뒤늦게 반영된 부분도 있다"고 봤습니다.
이어 "한동안 시장 관심이 높았던 서울 주요 재건축 아파트들도 시장 상황에 금방 영향을 받는데 이들은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걸 보면 갈수록 주택 시장이 양극화가 아닌 초양극화 시대로 접어드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