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딸한테도 여기(영등포자이 디그니티) 청약 신청하라고 했어요. 딸은 분양가가 비싸서 별로라는데, 입지가 좋아서 설득해보려고요."
24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견본주택을 찾은 70대 여성 A씨가 분양 상담 순서를 기다리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영등포구 대림동에 거주 중인 A씨는 "서울 서부 지역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기를 기다려왔다"며 "가족들도 함께 청약했으면 하는 마음에 오픈 첫날 찾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에서 처음으로 영등포자이 디그니티가 견본주택을 열었다. 견본주택에는 오전부터 주차장이 꽉 차는 등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개관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분양 상담을 위해 50여명이 대기했다.
한동안 암울하기만 했던 서울과 수도권 청약시장이었지만 최근들어 청약 계약률이 높아지는 등 속속 완판을 향해가면서 청약시장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다만 집값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분양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한 분위기다.
"교통·학군·입지 다 좋은데"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양평12구역에 들어서는 아파트로 GS건설이 시공한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35층, 4개 동 총 707가구 아파트로 전용 59㎡와 전용 84㎡ 185가구를 일반분양한다.▷관련기사: [영상]영등포자이 디그니티, 입지 좋다지만 둔촌주공과 1억원 차이?(2월22일)
유니트는 59A와 84A 두 개를 마련했다. 전용면적별 일반분양 가구 수는 △59㎡A 34가구 △59㎡B 40가구 △59㎡C 9가구 △84㎡A 32가구 △84㎡B 35가구 △84㎡C 35가구다.
각 유니트 안에서는 방문객들이 화장실과 침실·부엌 등을 꼼꼼히 점검하고 유상 옵션 여부를 묻느라 분주했다.
84A 타입 유니트에서 만난 B씨는 "현재 경기도에 거주 중인데,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5호선 양평역 코앞이고 목동과도 가까워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라면 괜찮은 가격인데, 요즘 집값이 내려가고 있어서 (고민 중이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인근 양천구에 거주 중인 C씨는 "입지 조건 등이 마음에 들어 청약을 넣어보려 하는데, 분양가가 높아 자금 마련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 "실제 계약 여부는 청약이 당첨되면 다시 고민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분양가는 △59㎡가 7억9160만~8억6900만원 △84㎡ 10억7570만~11억7900만원 수준이다. 계약금 10%(1차·2차 합계)를 지불한 후 분양가의 60%인 중도금에 대해 이자 후불제를 적용한다.
"가격 경쟁력은 글쎄…유상 옵션 많아 아쉬워"
이날 만난 예비 청약자들은 "아파트 내부와 입지 등은 매우 만족하지만 가격이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볼 순 없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양평동에서 현재 거주 중인 D씨는 "구축 주택에서 30년간 살았는데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 청약을 넣으려 한다"면서도 "분양가가 높아 상담을 먼저 받아보고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근 영등포중흥S클래스(2021년 3월 입주) 전용 84㎡는 지난해 3월 13억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도 13억원 수준이다. 본격적으로 집값이 떨어지기 전의 가격이란 점에선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평가다.
'강남 4구'에 속하는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과는 1억~2억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 84㎡는 12억3600만원에서 13억2040만원 수준에 분양됐다.
아울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전용 84㎡에 유상옵션을 더하면 12억원 중반대까지 가격이 올라간다는 설명도 나왔다. 입주자 모집공고에 따르면 마감재와 주방·욕실 등 유상옵션을 모두 추가할 경우 전용 84㎡A 기준 9000만원가량이 소요된다.
현재 서대문역 인근에 사는 E씨는 "최근에는 붙방이장 등 유상 옵션이 늘어나는 듯 하다"며 "청약에 당첨돼 입주하게 된다면 최소한의 옵션만 신청하고 그 외 인테리어는 직접 꾸밀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