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부동산원 통계 조작 의혹에 관해 "(전 정부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체감과는 동떨어지게 '집값을 잘 잡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놀랐었다"면서 "그 자신감이 결국은 조작에 기초했다는 거에 아마 우리 국민들이 다 허탈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의 한국부동산원 부동산 주간 통계 조작과 관련한 중간 감사 결과에 대해 이 같이 언급했다.
부동산원 통계 조작 의혹에 "손으로 진실을 가릴 수 없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부동산원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감사원은 지난달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가 총 94회 이상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통계 작성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 집값 상승률을 낮췄다는 내용의 중간감사 결과를 내놨다. ▷관련기사: '한주에 집값 0.01% 상승, 무슨 의미?'…'주간 통계' 도마 위(9월19일)
이에 대해 원 장관은 "통계는 정책 의사결정을 위한 과학적인 근거이며 여러 의견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의 분쟁을 줄일 수 있는 민주주의 핵심 신뢰의 자원"이라며 "무엇보다도 정확한 통계 결과와 중립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링컨 대통령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다"면서도 "그게 지난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이 아닌가 생각하고 또 소수의 사람을 영원히 속이는 것도 가능할 텐데 그것을 시도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이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진실은 결국 밝혀질 수밖에 없다"면서 "손으로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의 정책과 의사결정이 기본이 되는 통계는 국가의 근간"이라며 "국민을 속이고 시장을 왜곡시킨 문재인 전 정부의 통계 조작은 국정농단이자 조직적인 범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도 "문재인 전 정부가 부동산 통계 조작으로 주택 가격 변동률을 낮게 만들어 전국 24개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내지 않아도 될 부담금 약 1조원을 더 내게 됐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부동산원 집값 적용, 재건축부담금 1조원 '더'…"통계조작 탓"(10월10일)
다만 유경준 의원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경준 의원의 주장은) 민간 통계가 옳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며 "민간 통계인 KB 통계는 옳고 부동산원 통계는 틀렸다는 전제로 말하는데 그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민간 통계의 집값 상승률을 그대로 적용하면 집값 상승기에 집값이 굉장히 많이 올랐다"며 "그렇게 되면 전국이 규제 지역으로 묶이게 되고 세금이 훨씬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기원 의원은 "이번 통계 조작 문제가 되는 것은 주간 통계"라면서 "재건축 부담금은 주택가격 상승률을 기초로 산정하는데, 여기에는 주간 통계뿐만 아니라 월간 통계 매매가격지수, 실거래가격지수 같은 여러 가지 지수를 포함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대포장으로 주택 소유자들이 엄청나게 큰 세금을 부담하게 된 것처럼 주장하면 시장이 정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평 고속도로 경제성 분석 로데이터 내놔라" 야당 의원 난타
야당 의원들은 이날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실시공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포화했다.
국토부가 지난 5일 B/C 분석(경제성 분석)을 통해 예타노선인 양서면안은 0.73, 대안 노선인 강상면안 0.83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보유한 토지를 지나는 대안 노선의 경제성이 더 우수하다는 결과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 일가가 땅을 보유한 지역과 가깝게 고속도로 노선이 바뀐 이유에 대한 충분한 자료 제출이 없어 이 사안이 정쟁으로 비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부 용역사는 로데이터를 내일 주겠다고 하는데, 이는 자료를 가공했다는 의미로 들린다"며 "증인 선서를 하고 국감을 하면서 국회가 요구하는 자료를 이유 없이 주지 않거나 감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제출할 수 있는 자료는 모두 제출했다"고 대답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의원 질의 전 관련 자료제출 요구를 받은 원 장관이 "(용역사의 BC분석과 관련해)이미 분석에 들어간 데이터들은 의원실에 다 제출했고, (국토부) 도로국장을 비롯해 의원실을 방문해 직접 설명했다"고 밝힌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위원도 "양평고속도로가 문제가 된 이유는 세 가지 원인이 있다"며 "김 여사 일가가 거기 땅을 갖고 있고 장관님이 느닷없는 백지화를 했고 또 용역도 워낙 불투명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다 보니까 여러 의혹이 재생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용역이 정말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가, 용역 신뢰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철저하게 들여다보고 파악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LH 검단 아파트 부실시공도 도마 위에 올랐다.▷관련기사: 원희룡, 또 철근누락에 "구조자체가 썩었다…LH 공공주택 긴급 점검"(9월26일)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 아파트가 재건축 대상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느냐"며 "얼마 전에 지하 주차장이 무너진 아파트의 101동, 102동, 103동 종합 평가 등급이 (재건축 대상인) D등급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주민들은 얼마나 피눈물 날 일이겠느냐"며 "이 아파트는 철근이 없으니 순살 아파트라고 그랬는데 살도 없다. 그러니까 진짜 순살 아파트가 맞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한준 LH 사장은 "이유를 불문하고 시행청 대표로서 입주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GS건설과 최대한 노력해 입주자들의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