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준공 전에도 입주 예정자가 미리 와서 하자를 살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30일 서울 동대문구의 신축 아파트 단지를 찾아 이같이 언급했다.
입주 초기 아파트의 하자 발생 현장을 확인하고 시공사의 하자처리 대응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올해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는 배관 누수와 곰팡이, 악취 등으로 입주민들이 피해를 겪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천장 누수가 발생한 지하 주차장에서 현장 관계자의 설명을 듣던 원 장관은 "이렇게 육안으로도 보이는 하자라면 내가 입주자라도 가만 안 있는다"며 "(입주민들의 민원은) 정당한 불만"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이후 채한식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원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하자를 접수·평가하고 시정조치하는 것이 국민의 주거품질을 높이고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며 "하자 정보공개와 평가를 투명하고 철저하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하자를 사후에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과정에서 미리 발견할 필요가 있다"며 "준공 전에도 입주 예정자가 미리 와서 볼 수 있도록 제도에 반영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원회와 시공자, 입주자가 하자를 일회성으로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국토부나 지자체에서도 하자 수리에 대해 이력관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자체에서 일상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 시스템을 고쳐야 할 것 같다"고 봤다.
다만 그는 "건설사들이 하자 접수와 판정에 있어 중대한 하자와 경미한 하자를 구분해달라는 호소를 하는데 일리가 있다"며 "싸잡아서 집단 징벌하듯이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해줘야 좋은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원 장관은 "하자를 제기하는 입주자 눈높이를 따라가기에 시차가 있는 것 같다"며 "불만을 가진 소비자를 감언이설로 달래서 넘어가면 끝이 아니라 끊임없이 고쳐나갈 때 주거산업, 나아가 건설산업이 발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교통부나 지자체 행정도 주민과 보다 밀착해 신뢰를 얻고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위원회도 입주자의 날카로운 지적을 잘 수용하며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원희룡 "하자·층간소음 해결 중요해...다만 시장 자율 방식"
자유토론에 나선 A 위원은 "시공분야에 대해서는 안전관리가 강화됐지만 품질관리 지원은 적은 게 현실"이라며 "부문별로 품질관리 계획을 세우고 기록 보관 시스템을 갖춘다면 하자 발생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B 위원은 "구조도면과 건축도면을 일치화하고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소통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최저가 입찰과 하도급 문제로 각종 부실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정부의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삶의 터전인 공간에 하자가 발생하고 층간소음이 온국민을 극단적인 갈등으로 몰고 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일일이 국가가 간섭, 통제하고 대리 해결해주는 방식이 아닌 시장에서 당사자들이 자율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면서 심각한 분쟁으로 가지 않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자기 권리를 구제하는 일이 번거롭고 힘들어서 포기하는 일을 최소화하도록 여러가지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해나가겠다"며 "시공사 선정이나 준공 과정에서 많은 권한을 가진 지자체와 잘 논의해서 국민들의 삶이 한단계 나아졌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아파트를 찾은 이유를 묻자 원 장관은 "이 아파트가 '하자의 대명사' 같은 건 전혀 아니다. 오히려 하자를 소재로 삼기에 큰 부담이 없는 곳이라 간담회 장소로 잡았다"며 "하자가 심각한 데는 살벌해서 이런 얘기를 못한다"고 답했다.
아파트 시공사 관계자는 "하자는 우리 단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후보지 중 접근성이 좋은 우리 단지가 선택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