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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매달 지구 한 바퀴 도는 KTX…"디지털 정비로 결함 줄인다"

  • 2023.11.08(수) 14:12

고양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가보니
로봇·자동시뮬레이터 등으로 정비수준 높여
한문희 사장 "중요 비전, 디지털로 사고 예방"

"KTX는 한 달에 지구 한 바퀴를 돌고 일 년에 지구에서 달까지 왕복하는 거리 이상을 달린다. 이 열차를 첨단 정비로 정밀하게 계측해 한 치의 결함없이 내보내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이하 수도권정비단)에서 만난 윤광호 수도권정비단 고속차량운영처 고속경정비기계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수도권정비단은 전국 4개 정비단 가운데 고속차량의 중정비 유지보수를 유일하게 시행하는 곳으로 그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해외 각국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코레일이 '안전'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사고 예방을 위한 디지털화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코레일의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경정비동에서 정비 대기 중인 열차 모습./제공=코레일

지구 한바퀴 도는 KTX, 이렇게 정비한다

이날 방문한 수도권정비단에는 거대한 고속 열차들이 기계 장비 앞에서 민낯을 드러내며 정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도권정비단은 경정비와 중정비 업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스마트 융합정비기지로 '대한민국 고속철도 기술의 메카'로 불린다. 

첨단 장비를 비롯해 각종 정비 기계가 모여 있는 만큼 그 규모가 웅장했다. 이곳은 축구장 약 200개 크기(142만㎡)로 프랑스 최대 중정비 기지인 프랑스 국영철도(SNCF) 비샤임기지보다 6배가 크다. 

건물만 202개로 자전거를 타고 정비·업무동을 이동하는 직원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철도 정비는 주로 경정비동과 중정비동에서 이뤄졌다.

송정섭 수도권정비단 품질안전처 신뢰성관리부장은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경정비는 엔진오일 및 필터 교체 등 주기적으로 하는 정비고, 중정비는 큰 수리나 수선을 하는 것"이라며 "경정비로 열차의 기본적인 성능을 확보하고 중정비로 차량 분해, 시험검사, 측정, 시험운전 등으로 종합적인 성능을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경정비동에선 열차를 김밥처럼 늘어뜨린 채 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일상 정비 수준인 '기본 정비'와 주행 거리(5000~66만km)에 따른 '주기 정비'를 진행한다. 

차량 주요 장치부의 기능상태를 확인하고 소모품 교체 등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기본적인 성능을 확보한다. 

'P 선로'에선 기중기를 통해 열차의 상부를 들어 부품을 교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Z 선로'에선 주행 기간에 따라 최소 3일에서 일주일간 정비 작업을 진행한다. 

이곳에서 '차륜(바퀴) 초음파 탐사' 과정도 거친다. 비접촉식 정밀 탐사로 내부 결함을 찾아내고 데이터 관리도 가능한 기술이다. 

윤 부장은 "차량을 운행하다보면 균열이 생기는데 초음파 탐사를 통해 내부 결함을 찾아낸다"며 "차축에 연결된 속도센서와 신호장치를 통해 운전실 모니터로 전송돼 안전 운행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접촉식 레이저도 차륜 형상을 스캔해서 기록해 데이터도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륜 운반 등을 수행하는 자동 로봇./제공=코레일

지금 필요한 건 '디지털화'

특히 인력 위주의 작업 방식에 벗어난 '디지털화'가 눈에 띄었다. 

경정비동에는 차륜 자동 로봇이 차륜을 옮기고 있었다. 윤 부장은 "과거엔 한 개 360kg짜리 차륜을 기중기로 들었었는데 지금은 자동 로롯이 차륜을 직접 들고 내경을 깎는 작업을 한다"며 "작업의 효율성도 높이고 작업 도중 사람이 접근하면 로봇 작업이 멈춰 안전상 문제도 해소됐다"고 말했다. 

수도권정비단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중정비동에서도 디지털화 작업이 속속 펼쳐졌다. 

중정비는 고속차량 반수명정비, 부품분해정비, 객실설비개선 등을 시행한다. 이중 반수명정비는 고속차량 정비 중 가장 큰 정비로 차량 15년 운행 전후의 차량을 완전히 분해해 진행한다. 

정비 섹션별로 나눠 정밀하게 진행하는 만큼 자동화, 디지털화가 진행중이다. 

특히 열차의 두뇌와 신경망 역할을 하는 '차상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시선을 압도했다. 이는 시스템은 각 장비를 제어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송 부장은 "KTX 20량을 디지털트윈처럼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는 차상컴퓨터를 통해 냉난방부터 바퀴, 객차 정보를 주고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프랑스산을 수입해 쓰다가 2009년 국산화 개발로 현재 국산화가 전부 이뤄진 상태다. 

차상 컴퓨터 시물레이션 장비./제공=코레일

최근엔 차상컴퓨터를 이루는 전자카드도 직접 정비에 나섰다. 

송 부장은 "제작사는 원천 도면 특허를 갖고 있어 한정된 유지보수 정보만 준다"며 "이 외 수리는 제작사를 통해 해야 되는데 수리 비용이 점진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전문가를 채용해 전자기기 연구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배선 스캔을 자동화해서 도면을 그려내는 시험기를 제작해서 카드 점검 등을 하고 있다"며 "이런 연구들을 통해 알아낸 정보와 기술 등을 역으로 해외에 알려주기도 했다"고 했다. 

이같은 기술력으로 수도권정비단은 우리나라를 찾는 국제철도연맹(UIC) 등 철도전문가 그룹과 한국철도를 배우러 오는 해외 국가의 필수 견학 코스로 꼽힌다. 

코레일이 '안전'에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디지털화를 통해 더 꼼꼼한 정비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디지털화, 자동화, 기계화를 신속히 추진해서 사고와 장애를 예방하고 고객과 철도 안전을 지키는 게 코레일의 가장 중요한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첨단 기술이 들어온다고 해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디지털화가 필요하다"며 "실시간으로 차량 고장을 예측해 정비가 될 수 있도록 해서 운행 도중 이상이 실시간 확인되고 정비되도록 안전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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