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하다하다 공동주택 관리비까지 말썽입니다. 아파트는 물가 인상 여파로, 소형주택은 월세를 올리기 위한 '꼼수' 등으로 관리비가 슬금슬금 올라가고 있거든요.
이에 정부가 관리비 세부내역 공개 확대 등 제도 정비에 나선 상태인데요. 넋 놓고 있다가 '관리비 덤터기'를 쓰지 않기 위해선 꼼꼼히 따져봐야겠죠?
요즘 관리비 왜 이렇게 비싸?
최근 원룸, 오피스텔 등 소형주택부터 아파트까지 관리비 인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관리비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데다, 임대차 시장에선 월세를 올리기 위한 꼼수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더군다나 주택 유형별 관리비 항목이 상이한 등 거주자가 꼼꼼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관리비에서 정확히 어떤 부분이 얼마나 올랐는지 모르니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쉽고요.
공동주택 관리비 항목은 크게 △공용관리비 △개별사용료 △장기수선충담금으로 나뉘는데요. 아파트의 경우 관리비 항목을 47개로 나눠 공개하고 있습니다.
공용관리비는 말 그대로 공동으로 생활하며 필요한 관리 항목이 속하는데요. 일반관리비(인건비, 제사무비, 제세공과금, 교육훈련비, 차량유지비, 그밖의 부대비용), 청소비, 경비비, 소독비, 승강기유지비, 홈네트워크설비유지비, 수선유지비(수선비, 시설유지비, 안전점검비, 재해예방비), 위탁수수료 등이 포함됩니다.
개별사용료는 주로 개별 가구가 사용하는 항목을 담고 있는데요. 난방비, 급탕비, 가스사용료, 전기료, 수도료, 정화조오물수수료, 생활폐기물수수료, 입주자대표회의운영비, 건물보험료, 선거관리위원회 운영비 등이요.
장기수선충당금은 당장 들어가는 돈은 아니지만 도색, 배관, 승상기 등 장기적인 수선 및 보수 계획에 따라 미래에 지출할 수선비를 적립하는데 필요한 비용입니다. 미래에 쓸 돈인 만큼 임차인들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면 다시 돌려받을 수 있죠.
관리비 항목을 살펴보면 물가와 밀접한 영향이 있어 보입니다. 전기세나 인건비 등 물가와 연동되는 항목들이 다수 포함되기 때문에 따라서 오를 수밖에 없거든요.
실제로 K-apt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공동주택 평균 관리비는 ㎡당 2730원으로 전년 동기(㎡당 2399원) 대비 13.8%(331원) 올랐습니다.
최근 신축 아파트들이 자재비, 인건비 상승 등으로 줄줄이 공사비를 추가 인상한 것처럼 기축 아파트들도 보수 등 공사 비용이 오른 탓으로 풀이되는데요.
올 초에는 전기세가 크게 오르면서 관리비도 덩달아 뛰자 주민들의 항의가 잇따른 바 있습니다.
원룸, 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 시장에선 '월세 꼼수'로도 작용하고 있는데요. 일부 임대인들이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등을 피하거나 세금 혜택 등을 받기 위해 월세는 내리는 대신 관리비를 대폭 올린거죠.
지난해 한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는 월세는 27만원인데 관리비를 105만원으로 책정하는 등 비정상적인 매물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이에 임대차 시장에선 관리비를 '제2의 월세'라고 여기는 등 불안감이 높아졌습니다.
'깜깜이' 관리비 막 내릴까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원인으로는 '깜깜이'가 손꼽혀 왔는데요. 현재는 100가구 이상 공동주택만 관리비 세부 내역을 공개하고 있거든요.
소형주택은 공개 의무가 없다 보니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집주인이나 공인중개사가 항목을 뭉뚱그려 설명해주고는 정액 관리비를 요구하는 게 대부분이었죠.
실제로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 원룸 등 매물을 검색해보면 '관리비 15만원. 청소비, 인터넷, TV 포함' 식으로 간단하게만 설명된 매물이 다수입니다.
정부는 이같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관리비 정보 공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우선 아파트를 대상으로는 올해 1월2일부터 'K-apt'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지도에서 관리비를 찾고 비교할 수 있는 기능 등을 추가했고요. 하반기엔 소형주택을 대상으로 한 관리비 세부내역 공개에 나섰는데요.
9월21일부터는 소형주택 관리기 월 10만원 이상 정액 부과 시 인터넷으로 매물 광고할 때 일반 관리비, 사용료, 기타관리비로 구분해 관리비 세부 내역을 게시하게 했습니다.
관리비 항목을 게재할 때는 '관리비 15만원에 일반관리비 8만원, 사용료 4만원(수도료 2만원, 인터넷 1만원, TV 1만원), 기타관리비 3만원' 식으로 구체적으로 써야 하죠.
10월6일부터는 소형주택 전월세 계약 시 정액 관리비가 월 10만원 이상인 경우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에 세부 금액을 기재하도록 양식을 바꿨습니다.
이전엔 계약서에 관리비 총액만 기재했는데요. 일반관리비, 전기료, 수도료, 가스사용료, 난방비, 인터넷 사용료, TV 사용료, 기타관리비 등 8개 항목으로 나눠 기재하게 했습니다.
11월8일부터 12월18일까지는 공인중개사가 이같은 내역을 충분히 설명하게 하는 '공인중개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고요. 12월14일부터는 관리비 공개 대상 범위가 기존 100가구 이상에서 50가구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는데요.
시장에선 정보의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관리비 덤터기'가 해소될 거란 기대감이 나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추상적인 가격이 나타나면서 관리비가 급등할 여지가 있다"며 "기준점이 생기면서 항목별로 얼마나 올랐는지 가늠할 수도 있어 합리적"이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관리비 책정 자체가 '사적 영역'인 만큼 확실한 제재·관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도 지적됩니다.
일례로 중개사의 관리비 세부 항목 게재 의무의 경우 집주인이 세부 내역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중개사 역시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를 뒀고요. 관리비 공개 대상 확대는 지난해 12월부터 추진했으나 시행까지 1년이 걸리는 등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지난 13일 본인의 SNS를 통해 "부동산 플랫폼의 표시·광고 시 관리비 세부내역을 입력하도록 의무화했는데, 확인해보니 플랫폼 중개 물건 중 겨우 2% 정도만 세부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요.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정보 공개 확대 시 터무니없이 가격을 높이는 현상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적정 관리비 책정을 위한 실효성 측면에선 한계가 있을듯 하고, 사적 영역인 데다 규모의 경제 등이 작용하는 만큼 관리비 제재가 어렵다"고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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