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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GTX-A 빠르지만 깊다는데…"시간 재봤습니다"

  • 2024.03.21(목) 11:22

개통 'D-9'…GTX-A 수서·성남·동탄역 가보니
입구서 승강장까지 6~7분…혼잡 때는 '아득'
요금 4450원, 배차간격 최단 17분…이용률은?

# 성남역 2번 출입구로 들어가 하행 에스컬레이터를 세 번 타면 승강장까지 약 6분20초. 열차를 타고 동탄역으로 이동하는데 약 11분25초, 내려서 동탄역 1번 출입구까지 약 7분 걸린다. 성남역으로 들어가 동탄역으로 빠져나오기까지 총 소요되는 시간은 25분 남짓이었다.

지난 20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수서~동탄 구간 시운행 차량을 타고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을 직접 재봤다. GTX는 일반 지하철보다 2배 빠르지만 지하 깊숙이를(40~50m) 달리는 만큼 역사 내 이동 시간이 총소요 시간을 단축하는 데 관건으로 꼽힌다. 

실제 시간을 재보니 에스컬레이터 등을 이용하면 이동 시간이 크게 부담스럽진 않았다. 하지만 이용객을 몰릴 때를 떠올리자 길게 뻗어있는 계단 끝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기본 요금 3200원으로 확정된 GTX가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선택을 얼마나 받을지 주목된다. 

GTX 수서역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구간 (속도 2배속)/촬영=채신화 기자

입구서 승강장까지 7분! 생각보다 금방?

이날 방문한 GTX-A 노선 수서역, 성남역, 동탄역에선 국가철도공단 등 직원들의 마무리 채비가 한창이었다. 오는 30일 GTX 최초 개통을 열흘도 채 남기지 않은 만큼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 사이엔 묘한 긴장감도 느껴졌다.  

운정~동탄을 잇는 GTX-A 노선은 2017년 실시계획 승인 및 착공하고 약 9년 만에 일부 구간(수서~동탄, 34.9km) 개통을 준비중이다. 전공준 국가철도공단 차량처장은 "차량의 안전을 철저히 검증하고 최종 필증을 받기 위해 3만3000km를 주행했다"고 말했다. 

관건은 역사 내 이동 시간이었다. GTX는 대심도 터널을 달리기 때문에 역사로 들어가서 승강장까지 가는데 시간이 오래 소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GTX 역사 내엔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이 다량 배치돼 있었다. 

수서역은 통합 대합실에서 에스컬레이터 한 번, 계단 한 번을 이용해 승강장까지 이동하는 데 2분10초가 소요됐다. 수서역 승강장은 지하 4층으로 출입구 3곳, 에스컬레이터 16대, 엘리베이터 9대가 설치돼 있다.   

박진용 철도공단 GTX 사업단장은 "수서는 승강장에서 수서역 3호선과 분당선으로 이동하는 환승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서 에스컬레이터를 한 대 더 추가했다"며 "퇴거 게이트도 통로에서 안쪽으로 밀려 올라오는 승객이 밀리지 않도록 혼잡을 완화할 수 있게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30일 개통을 앞둔 GTX-A 노선 역사 및 열차 내부./사진=채신화 기자 

수서역에서 열차를 타고 성남역으로 한 정거장 이동하는데는 6분52초 걸렸다. 열차 내부 전광판에는 노선도와 현재 운행 속도, 역내 내부 혼잡도 등이 실시간으로 표기됐다. 최고 속도인 시속 180km 가까이 올라갈 때는 열차 흔들림이 비교적 잘 느껴졌지만 전반적으론 안정적이었다.▷관련 기사: [르포]내달 뚫릴 GTX-A 미리 타보니…"SRT보다 낫네"(2월25일)

성남역에 내려서는 에스컬레이터를 두 번 이용해 대합실까지 1분36초에 이동할 수 있었다. 출구 밖까지는 에스컬레이터를 한 번 더 타고 나오는 데 총 6분 정도 소요됐다. 성남역 승강장은 지하 3층으로 경강선 환승 구간인 만큼 외부 출입구 5곳, 에스컬레이터 46대, 엘리베이터 10대가 설치돼 있다. 

성남역에서 GTX를 타고 동탄역까지 걸린 시간은 11분25초. 내려서 에스컬레이터를 4번 타고 1번 출구까지 나가는 데 6분가량 소요됐다. 동탄역은 고속철도(SRT)와 공용하는 기존 통합 역사로 승강장이 지하 6층에 있다. 성남역으로 들어가 동탄역으로 빠져 나오기까지는 총 25분가량 걸리는 셈이다. 

전반적으로 역사 내 이동은 거리에 비해 소요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날 철도공단, SRT 등 관계자와 국토부 기자단 등 100여명만 해당 구간을 이용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 등 이용객이 몰리면 에스컬레이터 등 시설을 바로 이용하기 힘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용객이 많거나 에스컬레이터 고장 등으로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면 어떨까. 계단을 올려다보니 끝도 없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혼잡률이 높아질수록 역사 내 이동 시간도 지체될 수밖에 없다. 철도공단 측은 GTX 1편성당 100% 혼잡률을 1062명, 130%는 1300명 정도로 잡았다. 

GTX 역사 내부 계단과 에스컬레이터./사진=채신화 기자

아직 완공되지 않은 구성역은 올해 6월 말에야 이용할 수 있다. 예측하지 못한 지반이 나타나 시공이 3개월 정도 늦어졌다. 수인분당선과 환승되는 구성역 승강장은 지하 4층으로 외부 출입구 2곳, 에스컬레이터 14대, 엘리베이터 12대가 설치된다. 

GTX 차량은 EMU-180으로 SG코레일에서 서울교통공사에 위탁해 운영한다. 내부엔 친환경 카펫도 깔린다. 독일에서 수입한 불연재 친환경 소재라고 한다. 

상·하행 각 60회로 120회 운영하며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6시반~9시, 오후 4시반~7시는 평균 17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그 외 시간은 평균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표정 속도는 시속 101km, 최고 속도 180km다. 

배차 간격·비싼 요금…얼마나 탈까? 

GTX가 개통만 되면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이동 시간도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오는 30일 GTX-A 노선이 개통하면 동탄에서 수서까지 90분 걸리던 출근 시간을 20분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관련기사: 이성해 KR 이사장 "GTX-A 비상구만 21개…다중 안전 확보"(3월21일) 

A 노선 수혜 지역은 일대 집값이 출렁이는 등 부동산 시장도 벌써부터 활기가 돌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남역 인근 판교 백현마을2단지는 1월(31일) 전용 면적 84㎡가 17억9500만원(7층)에 팔렸다. 개통을 앞둔 현재는 19억원 전후를 호가하며 2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동탄역 인근 아파트 외벽 곳곳엔 'GTX 조기 개통 확정'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기도 했다. 동탄역 인근 '동탄역 롯데캐슬' 주상복합 아파트 전용 102㎡는 지난달 22억원(34층)에 거래돼 직전 거래인 지난해 9월(21억원) 보다 1억원이 뛰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현재 최고 호가는 23억원대다. 

GTX 성남역 2번 출입구 일대 모습./사진=채신화 기자

그러나 배차 간격이 비교적 길고 운임이 비싼 편이라는 점에서 이용객들의 선택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GTX의 출퇴근 시간대 배차 간격은 17분으로 일반 지하철에 비해 긴 편이다. 

앞서 성남역으로 들어가 동탄역으로 빠져나오기까지 총소요 시간이 25분 이내였는데, 만약 GTX 열차를 놓친다면 다시 17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걸리는 시간은 40분을 넘게 된다. 그러나 운행 횟수를 늘리긴 어려운 상황이다. 

SRT와 공용 노선(28km)을 쓰기 때문에 SRT 운행 사이 빈 간격에 GTX 차량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에 '복복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당장은 시행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성해 이사장은 "GTX 열차 운행 시간과 맞춰 대중교통이 원활하게 운행해 국민 불편을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21일 GTX 수서~동탄 구간 기본 요금(10km)을 3200원으로 확정했다. 여기에 5km 마다 거리 요금 250원이 추가된다. 서울 지하철 기본 요금(1400)의 두 배가 넘는 가격이다. 수서~동탄은 4450원, 수서~성남은 345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수서역에서 만난 한 남성은 "저는 동탄에서 왔는데 수서까지 자가용 타면 편도 30분도 안 걸린다"며 "동탄 사람들은 보통 동탄이 생활권이라 GTX 이용 수요가 많진 않을 것 같고 요금도 비싸서 타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고 말했다.  

수서~동탄 SRT(7400원)와 비교하면 GTX가 4450원으로 2950원 싸다. 버스·전철과 GTX를 갈아탈 때는 환승 할인도 적용된다. K-패스 할인 적용 시 이 구간 요금은 일반인은 3560원, 청년 3110원, 저소득층 2070원이다. 어린이, 청소년, 경로, 장애인, 유공자 할인을 비롯해 주말 할인도 있다. 

이 이사장은 "GTX 요금은 다른 교통 수단에 비해 시간 단축 효과를 고려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라며 "예상 승객은 하루 2만명, 출근 시간엔 47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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