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무지막지하게 오르는 상황이 재현되진 않을 것이다."(7월11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국토부 장관이 장담한 것과는 전혀 다른 집값 통계가 나왔습니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한 주 만에 0.28% 상승하며 70개월(5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 상승을 기록했죠.
한참 집값이 급등하던 2020~2021년 때도 없었던 주간 상승률입니다. 서울에서도 주요 지역은 더 두드러지게 올랐고요. 전셋값 역시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아직도 '추세 상승'으로 볼 수 없는 걸까요?
무섭게 오른 서울 집값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셋째 주(15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맷값 변동률은 0.05%로 전주(0.04%) 대비 소폭 상승했습니다. 수도권은 7월 첫째 주(1일 기준) 상승 폭이 0.10%로 오르더니 이번주 0.13% 상승률을 기록했고요.
서울은 그야말로 무섭게 올랐습니다. 이번 주 서울 집값은 0.28% 상승하며 전주(0.24%)보다 상승 폭이 커졌는데요. 이는 2018년 9월10일(0.45%) 이후 305주, 약 70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입니다. 집값 급등기로 꼽히는 2020~2021년에도 한 주에 이만큼 오른 적은 없었죠.
상승 배경에 대해 부동산원 측은 "동남권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매물이 소진되며 상승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며 "일부 단지가 신고가를 갱신하는 등 거래 분위기가 회복되면서 인근 지역의 상승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주요 지역일수록 상승률이 두드러집니다.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송파구인데요. 지난주 상승률도 0.41%로 높았지만 이번 주는 0.62% 오르며 큰 폭 상승했습니다. 송파와 함께 강남3구로 불리는 서초(0.40%→0.47%), 강남(0.28%→0.32%)도 전주 대비 상승 폭이 커졌고요.
비강남권에선 성동구가 지난주 0.52%에서 0.60% 올라 가장 상승률이 높았습니다. 성동구와 함께 '마용성'에 속하는 마포(0.35%→0.38%) 역시 상승 폭이 커졌고요. 용산은 지난주 0.36%에서 이번 주 0.30%로 상승 폭이 작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인천과 경기도 각각 지난주 0.06% 상승에서 이번 주 0.07%로 상승 폭이 커졌습니다. 인천은 동구(0.12%), 미추홀구(0.09%), 계양구(0.09%), 서구(0.09%) 등 위주로 올랐고요. 경기는 과천(0.44%), 성남 분당(0.28%), 수원 영통(0.26%) 위주로 상승을 견인했죠.
전셋값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0.05%) 대비 상승 폭이 확대돼 0.06%를 기록했는데요. 서울은 전주(0.20%) 대비 상승 폭이 0.18%로 줄었지만 61주 연속 상승곡선을 타고 있습니다.
부동산원 측은 "꾸준한 임차수요가 이어지며 학군지 및 정주여건이 양호한 선호 단지 위주로 상승 거래가 발생하고,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며 인근 단지로 상승세가 확산되는 등 서울 전체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밖에 영등포구(0.34%), 성동구 및 양천구(0.26%), 서초구(0.24%), 노원구(0.23%), 용산구(0.20%)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요. 수도권도 상승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인천은 지난주 0.10%에서 이번 주 0.14%, 경기는 0.10%에서 0.11%로 상승 폭이 늘었습니다.
이래도 '추세 상승' 아니라고?
이러다가 다시 뜨거웠던 '집값 불패' 시대가 돌아오는 건 아닐까요? 집값 통계를 비롯해 인허가·착공·준공 등 각종 지표를 보면 불안감이 드는데요. 하지만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계속해서 '추세 상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집값이 상승 전환된 지 오래되지 않은 데다, 지방은 여전히 찬바람인 만큼 완전한 상승세로 보긴 어렵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집값은 연초만 해도 침체 국면이었다가 봄과 함께 다시 상승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상승 기류를 탄 서울은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3월25일(0.01%)부터 상승 전환했는데요.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4월만 해도 "현 정부 들어 시장을 정상화해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고요
이어 6월 초에도 한 방송에 출연해 집값 상황에 대해 "안정적인 모양새를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7월11일엔 기자간담회에서 "집값이 추세적 상승으로 가는 건 아니라고 확신한다"고까지 했고요. ▷관련 기사:"집값 일시적 잔등락…무지막지 오르지 않을것"(7월11일)
실제로 지방은 여전히 위축돼 있는 상황입니다.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27일(-0.02%)부터 34주째 하락세인데요. 이번 주에도 0.04% 떨어져 전주(-0.03%)보다 하락폭이 커졌고요. 충남은 0.03에서 -0.01%로 하락 전환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시작된 조급함은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주택 공급이 부족한 데다 신축 아파트 분양가는 계속 오르니 '지금이 제일 쌀 때'라는 인식이 번지기 시작했죠.
정부는 지난 18일 제7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택 공급 확대를 예고하면서도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을 재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3기 신도시와 수도권 신규 택지를 더해 총 23만6000가구를 오는 2029년까지 분양하겠다고 밝혔죠.
그러나 분양 시점이 5년 뒤고요. 올 하반기 3기 신도시 본청약 물량은 1100가구에 그치고 내년에도 7900가구 정도만 본청약에 들어갑니다. 신규택지는 아직 후보지 발표도 안 했고요. 정부의 확고한 메시지에도 불안감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에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공급 부족 불안감, 전셋값 상승 지속 등에 따라 수요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면서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며 "불안감이 확산할수록 패닉바잉(공황 구매)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공급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