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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받은 1위 건설사의 '작업중지권' 들여다보니…

  • 2025.08.26(화) 07:33

삼성물산, 2021년부터 작업중지권 전면보장
4년간 약 54만건…건설노조도 "혁신" 호평
공기·공사비 탓 현실제약도…"구조개선 필요"

오늘 발표해 주실 삼성물산의 사례를 대표로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열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20대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간 간담회에서 김 장관이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안전관리 우수사례로 언급하며 꺼낸 말이다.

김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삼성물산은 제안자에 대한 인센티브제, 작업 중단에 따른 하청사 손실보상제를 통해 끝단에 있는 노동자들의 위험 개선 요구가 스스럼없이 제기되고 즉각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시스템을 잘 정착시키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간담회에서 안전관리 우수업체 자격으로 사례발표를 진행했다. 특히 노동자가 작업 중 위험하다고 판단할 경우 스스로 중단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점이 호평받았다.

1년에 20만번씩 '중지' 외쳤다 

삼성물산이 작업중지권을 전면적으로 보장한 건 지난 2021년 3월부터다. 당시 국내 건설사 중에서는 최초였다.

2022년 4월부터 2023년 3월까지 4만4455건이 사용됐던 작업중지권은 2023년 4월~2024년 3월 약 6배 수준인 24만8676건으로 대폭 늘었다. 이후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도 23만6334건이 사용돼 근로자들이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막았다. 4년여간 작업중지권 누적 사용횟수는 53만7689건에 이른다.

삼성물산은 작업중지권 제도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고민했다. 작업중지권을 사용하는 근로자에게는 포상을 하고, 협력회사에는 작업중지권 사용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했다. 협력회사 안전보건 가이드라인에도 작업중지권을 명시해 권리를 보장했다.

이는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받았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지난해 4월 성명을 통해 "건설현장에서 원청 시공사가 작업중지권을 보장하는 것은 건설노동자에게 일대 혁신이며 건설기업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물산은 10대 건설사 중 사고사망자가 가장 적다"며 "또 삼성물산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휴업재해율(근로자가 1일 이상 휴업하는 재해 발생 비율)이 작업중지권 전면 보장 첫해인 2021년부터 매년 15% 가까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삼성물산은 지난 2023~2024년 2년 연속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0건이었다. 비록 지난 6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긴 했지만, 사업장 수가 많은 대형 건설사임을 감안하면 극히 적은 수치라는 게 업계 평가다.

삼성물산 작업중지권 사용 현황/자료=삼성물산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중지=비용' 감수해야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건설사업 구조상 근로자들이 작업중지권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작업중지권 발동으로 인한 공사기간 지연 등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이러한 비용을 발주처에서 공사비로 반영해 주는 경우도 극히 드물어서다. 작업중지권이 건설업계 전반에 퍼지기 어려운 이유도 이러한 구조적 모순에 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원청사와 하청업체들은 발주처가 정한 공사기간 내 준공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작업중지권 발동이 공사기간 영향을 주는 데다, 작업자들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협력사에 대한 안전 교육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발주처가 공사비에 반영해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단순히 원청인 건설사만의 노력이 아닌 제도적·구조적 혁신 노력이 뒷받침돼야 작업중지권이 보장되는 '안전한 현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실제 삼성물산 또한 지난 14일 간담회 중 발표에서 이러한 부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변화는 공공공사 분야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공공공사의 경우 최저가 낙찰 방식을 주로 활용한다. 공사비를 아껴야 수주가 가능한 상황에서 안전관리 강화에 기꺼이 비용을 투자할 건설사는 드물다.▷관련기사:[기자수첩]'안전' 강조하면서 '빨리 공사하라'는 정부(8월11일)

B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공사부터 안전에 비용을 투자할 수 있도록 구조적 변화가 이뤄져야 민간공사 분야까지 확대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시평 1위' 삼성물산의 이러한 움직임은 의미를 둘만하다는 평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안전을 경영의 제1원칙으로 하는 회사 방침 아래 안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등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외에도 건설업계는 다양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현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근로자 스스로 작업 중지 신고 등을 제안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 '안전신문고'를 두고 있다. 또 'H-안전지갑' 제도를 통해 근로자가 안전활동 참여 시 포인트를 제공하는 등 혜택을 준다. DL이앤씨도 이와 유사한 안전활동 인센티브 제도인 'D-세이프코인'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이수교차로 방면에서 본 래미안 트리니원 건설 현장/사진=윤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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