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단독] 국세청 뇌물수수 '시한폭탄' 더 있다

  • 2014.05.23(금) 13:56

송광조 前청장, STX 외에 S-Oil 관련 의혹도 제기
세무서 직원 뇌물 '릴레이'..국세청, 청렴 서약 '무색'

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국세공무원들의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송광조 전(前) 서울지방국세청장은 STX그룹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송 전 청장은 국내 정유사에 대한 세무조사도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있는 상태다.

 

국세청의 뇌물수수 관행은 고위직뿐만 아니라 일선 세무서에서도 암세포처럼 퍼져 있다. 지난 달 수도권의 현직 세무서 직원도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돼 검찰에 구속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 STX 뿐일까..S-Oil도 의혹 제기

 

송 전 청장은 2009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으로 근무하면서 S-Oil의 세무조사 추징액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신고서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됐다. 비즈니스워치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신고서는 당시 세무조사 실무자였던 K조사관(43)이 작성한 것으로 S-Oil뿐만 아니라 동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봐준 정황이 적혀있다. 관련기사☞[단독] 동양 세무조사 봐주기?..국세청도 엮이나

 

2009년 3월부터 6월까지 S-Oil 정기 세무조사에서 159억원의 법인세를 추징했지만, 실제로는 2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걷을 수 있었다는 것이 실무담당자였던 K조사관의 주장이다. 

 

▲ 국세청의 2009년 S-Oil 세무조사 문건

 

S-Oil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대주주인 사우디아람코그룹(국영석유회사)에 11차례에 걸쳐 2조9084억원을 현금 배당하고, 법인세를 주민세 포함 10%로 원천징수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조세조약이 적용된 시점은 2009년 1월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법인세 25%를 원천징수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당시 S-Oil로부터 2586억원의 법인세를 더 걷을 수 있었지만, 국세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S-Oil의 현금 배당에 대한 세금은 2012년까지 국세부과제척기간도 끝났기 때문에 국세청이 추징에 나서기도 어려워졌다.

 

K조사관은 "송 전 청장은 S-Oil 조사 및 세금 추징 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과세주권을 포기했다"며 "동양그룹 세무조사에서도 위법 사실을 적발했음에도 과세되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지목한 송 전 청장은 지난해 8월 CJ그룹으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서울지방국세청장 자리에서 자진 사퇴했다. 최근까지 법무법인 율촌 출신 세무사들이 만든 세무법인 택스세대 회장으로 활동해왔다. 지난 22일에는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STX그룹으로부터 1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받기도 했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송 전 청장에게 뇌물을 준 대기업이 더 있는지, 금품을 받은 전·현직 국세공무원이 추가로 밝혀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송 전 청장에게 흘러간 금품은 CJ나 STX의 청탁이 아닌, 일상적 관리 차원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여죄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현재로선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세무서도 '뇌물 천국'

 

국세청의 '윗물'뿐만 아니라 일선 세무서의 '아랫물'도 좀처럼 정화되지 않고 있다. 인천 지역의 세무서 법인계장이었던 K모씨는 금괴 업자로부터 2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달 15일 서부지검에 체포됐고, 지난 2일 구속 기소됐다.

 

앞서 지난 3월에는 교보증권 세무조사 과정에서 업체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팀장과 팀원들 5명이 검찰에 기소됐다. 금천세무서 법인세과에서 근무하던 남모씨도 2009년 세무조사 관련 청탁과 금품을 함께 받고 최근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8월 고위공직자들이 일제히 청렴 서약서에 서명하고, 대기업 관계자와 사적으로 만나지 않는 '국세행정 쇄신방안'을 내놓는 등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당시 김덕중 국세청장도 "나부터 대기업 관계자와 사적으로 만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솔선수범을 약속했지만, 일선 세무서를 중심으로 한 뇌물수수 비리는 계속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불미스러운 일이 터져 당혹스럽다"며 "다만 과거 세무조사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고, 현재 진행형인 국세행정 쇄신의 효과는 시차를 두고 점점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