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퇴직공무원들로 구성된 특정 회사에 300억원이 넘는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사는 관세청이 사활을 걸고 있는 국가관세종합정보망(국종망) 구축 등 대규모 사업들을 수주하면서 3년 만에 연매출 200억원대로 거듭났다.
19일 박원석 의원(정의당)에 따르면 민간업체인 케이씨넷(KC넷)은 지난 2010년 설립 이후 관세청에서만 309억원의 사업을 수주했다. 최근 3년간 수주한 관세청 사업 규모는 197억원으로 관세청의 정보화사업 계약 총액의 9%에 달한다.
◇ 관세청 정보화의 중심 'KC넷'
케이씨넷은 2010년 '관세정보 DB정제' 사업을 시작으로 2011년 전자통관시스템 운영사업, 2012년 차세대 지능형 보안 인프라 구축사업에 이어 2013년과 2014년에는 4세대 1~2단계 국가관세종합정보망 구축사업을 따냈다. 전자통관 유지보수 사업도 꾸준히 연장 계약을 체결하면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했다.
연도별로는 2011년 46억원에 이어 2012년 67억원, 2013년 78억원 규모의 시스템 구축사업을 관세청으로부터 수주했고, 올해도 58억원으로 지난해(6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관세청에서 올렸다.
관세청 사업을 수주하는 민간회사 가운데 유독 케이씨넷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전현직 임원들이 대부분 관세청 출신이기 때문이다. 2013년 6월에 취임한 여영수 대표이사는 관세청 고위공무원인 인천세관장을 지냈고, 주재협 감사는 관세청 국경감시과장, 김병철 이사는 구미세관장 출신이다. 지난 8월에 합류한 박병진 사외이사는 대구세관장 출신이다.
전직 대표이사였던 김종호씨와 오태영씨도 각각 부산세관장과 관세청 심사국장 출신이고, 구미세관장, 인천공항세관장, 여수세관장에서 퇴직한 관세청 간부들도 각각 케이씨넷을 거쳐갔다. 이들 가운데 케이씨넷 초대 대표였던 김종호 전 부산세관장은 현재 공공기관인 국제원산지정보원의 이사로 재직중이다.
◇ 원산지정보원이 주식 10만주 보유
공공기관인 국제원산지정보원과 케이씨넷의 관계도 눈길을 끈다. 국제원산지정보원은 대표이사인 김기영 전 서울세관장을 비롯해 간부 8명이 모두 관세청 출신인데, 케이씨넷의 지분을 갖고 있다.
케이씨넷의 지분은 관세청 산하 비영리재단인 국가관세종합정보망연합회가 보유하다가 2013년 국정감사에서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해 6월 국제원산지정보원에 매각했다. 당시 국제원산지정보원은 케이씨넷 주식 10만주를 주당 2000원에 매입했다.
주식을 넘기긴 했지만 케이씨넷의 운영 주체는 여전히 관세청 퇴직자들이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원석 의원은 "원산지정보원이 케이씨넷 주식을 매입한 이후, 관세청 퇴직자 전관예우와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여전하다"며 "관세청과 협의해 즉시 매각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원산지정보원은 지난 16일 박원석 의원에게 "케이씨넷 주식의 민간매각 계획 수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추후 케이씨넷에 대한 용역 수주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감시, 감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