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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기업 소송에 '움찔'한 관세청

  • 2015.10.16(금) 17:42

대부분 다국적 기업에 적용하는 과세기준에 소송 집중
행정규칙 개정해 과세기준 완화...충돌 줄이기로

다국적 기업의 소송 역습에 관세청이 놀란 눈치다. 최근 다국적 기업에 대한 관세 세무조사를 크게 늘리고, 관련한 법원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특별 쟁송팀’까지 만들었지만 예상 외로 많은 불복 소송이 제기되면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기로 했다.

 

# 기본적으로 복잡한 수입물품 과세기준

 

수입물품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과세가격 결정 방법은 매우 복잡하다. 실제 거래가격을 기초로 세금을 매기는 방법(1방법)부터 동종·동질 물품의 거래가격(2방법)이나 유사 물품의 거래가격(3방법)을 참고하는 방법, 국내 판매가격을 기초로 역산하는 방법(4방법), 원가 산정가격을 기초로 하는 방법(5방법), 그밖의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방법(6방법) 등 6가지로 나뉜다.

 

6가지 방법은 1방법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하도록 돼 있는데, 1방법이 안되면 2방법으로, 다시 3방법, 4방법, 5방법의 순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가 합의한 사항으로 WTO 회원국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이다.

 

 

# 논란 많은 네 번째 과세방법

 

해외에 본사와 자회사를 둔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는 더 어렵고 복잡하다. 본사나 다른 역외 자회사와의 거래에서 과세가격을 과도하게 높거나 낮게 거래하는 식으로 탈세하는 것이 관행화돼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외형적으로 거래된 가격으로만 세금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2방법이나 3방법도 쓰기 어렵다. 예를 들어 아디다스코리아가 아디다스홍콩으로부터 수입해 온 물품의 경우 동종동질의 다른 물품을 찾기 어렵다. 브랜드가 있는 제품은 브랜드마다 평판이나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나이키 등 다른 스포츠 용품과 비교하기도 쉽지 않다. 유사한 물품 역시 과세가격으로 평가하기가 애매하다.

 

때문에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는 4방법을 가장 많이 쓴다. 수입된 후 국내에서 판매되는 아디다스 제품의 판매가격에서 이윤 및 일반경비 등을 빼고 계산하는 방식인데,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 과세는 4방법을 따른다.

 

문제는 이 기준이 애매해서 과세하더라도 쟁송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판매가격에서 빼야할 이윤 및 일반경비를 계산할 때 동종업계의 평균으로 하게 되는데 이것 또한 통상적으로 산출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 수입물품 가격결정 과정(자료=관세청)

 

# 논란? 과감히 버린다

 

최근 다국적 기업이 제기한 관세소송은 공식적인 통계를 내놓고 있진 않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세청의 대응도 바빠졌다.

 

관세청은 다국적 기업의 소송만을 전담하기 위해 2012년에 규제개혁법무담당관 산하에 송무전담팀을 별도로 만들었다. 2014년부터는 대형 로펌 등의 공격적인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이를 송무센터로 격상시키고, 본청에서 관리하는 대형 소송의 범위도 50억원에서 10억원 이상으로 크게 늘렸다. 올해부터는 일선 세관에도 다국적기업의 불복을 전담하는 대응팀을 추가로 신설했다. 그만큼 대응해야 할 소송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송 대응팀은 강화했지만 이것이 당초 의도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다는 데 있었다. 관세청의 소송 패소율은 2012년 15.9%, 2013년 14.7%를 거쳐 2014년 9.2%까지 떨어졌지만 올해는 7월말까지 패소율이 26.1%에 달하고 있다. 패소 사례가 늘면서 소송비용 부담도 지난해 1억 6400만원에서 올해는 5억 9400만원으로 크게 불었다.

 

결국 관세청은 근원적 처방에 나섰다.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가격 결정기준을 완화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관세청은 지난 14일 수입물품 과세가격 결정에 관한 행정규칙(고시)을 개정해 다국적기업이 주로 대상이 되는 4방법 적용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국내 판매가격에서 빼야 하는 통상이윤이나 일반경비를 적정하게 산출할 수 없는 경우 4방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바꿨다. 이렇게 되면 과세규모나 빈도가 줄기 때문에 불복 등 세관과 기업간의 충돌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당국 관계자는 "통상이윤이나 일반경비를 너무 교과서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무리하게 과세기준을 적용하게 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 것이 사실"이라며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굳이 4방법을 쓰지 않고, 관세평가협의회 심의도 거치고, 납세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늘려주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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