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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억 국책사업'..관세청-LG CNS 왜 늦췄나

  • 2015.12.09(수) 10:10

30만 사업자의 국종망, 예고도 없이 개통 미뤄져
지체상금 대신 3개월 연장근무로 해결..의혹만 무성

특혜의혹 등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부터 탈이 많았던 국가관세종합정보망(국종망) 사업이 사업 종료시점까지도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특별한 이유없이 시스템 개통시점이 2개월이나 미뤄진 것이다.

 

4세대 국종망 시스템은 당초 내년 2월에 개통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돌연 4월말로 시점이 미뤄졌다. 이미 업계에는 2월 개통을 기준으로 시스템에 대한 교육과 등록작업이 진행중이지만 아직 개통연기에 대한 공지는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다.

 

# 개통시기도 모르는 시스템 수요자들

 

국종망은 우리나라의 모든 수출입 통관업무를 하나로 묶는 전산시스템이다. 관세청을 비롯해 국토부, 산업부 등 관계 국가기관만 169개에 달하고 수출입업체, 선사, 항공사, 관세사 등 시스템 수요자도 사업체 수만 30여만개에 이른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무역과 관세징수, 물류정보 처리가 하나로 모이는 중요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사업자들이 너무 많다. 특히 개통시점이 2개월이나 연기됐다면 당연히 수요자들에게 공지가 됐어야 하지만 여전히 2월 개통으로 알고 있는 사업자들이 많은 상황이다.

 

한 수출입 물류업체 시스템 담당자는 “국종망 개통 시점이 늦어지게 된 것을 몰랐고 업계에서 아직까지 잘 알려진 내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역시 국종망 수요자인 대형 관세법인 관계자는 “국종망 관련해서 지난달에 관세청으로부터 공지받은 메일에서도 시스템 개통이 2월로 돼 있다”며 “개통이 얼마 안남았다는데, 사실 아직 체감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관세청이 지난 3월에 배포한 국종망 일정설명자료. 자료에는 '귀 사에서 사용하는 세관 신고용 시스템은 아래의 4세대 국종망 구축 일정에 맞게 반드시 변경하여야 한다'고 적혀 있다.

 

# ‘2월11일’에서 ‘상반기’로 불투명해진 개통시점

 

수요자인 업체들이 달라진 국종망 개통일정을 모르는 이유는 시스템 개통시점이 아주 최근에, 그것도 갑자기 연기됐기 때문이다.

 

관세청 국종망 추진단에서 분기마다 발간하는 국종망 안내자료를 보면 4세대 국종망 개통시점은 올해 9월말 자료에서도 2016년 2월로 명기돼 있다. 정확히는 ‘2월 11일’이라는 날짜까지 언급돼 있다. 그런데 지난 4일에 내 놓은 12월 자료에는 개통시점이 그냥 ‘상반기’로 표시돼 있다. 그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국종망 사업은 2013년 4월부터 2014년 1월까지 1단계 사업을 진행했고, 2014년 5월부터 2016년 2월까지 2단계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관세청이 조달청을 통해 발주하고 LG CNS가 협력업체들과 함께 컨소시엄의 형태로 사업을 따내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그런데 개통시점의 연기사유에 대해서는 발주자와 개발자 모두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시스템 개발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처음에 분석한 것과 다르게 가는 부분도 있고, 새롭게 요구사항이 생기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사업 기간의 변경은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LG CNS 관계자는 “프로젝트 기획에 따르면 2016년 2월 오픈이 맞다”면서도 “그러나 프로젝트 사정이 바뀌면 개통시점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관세청의 의지도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개발 시행사에서는 오픈 시기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 관세청이 분기마다 발간하는 국종망뉴스레터.9월(위)에는 '2월'개통에서 11월(아래)에는 '상반기'로 개통시점이 변경돼 있다.


# 고무줄처럼 늘어진 1750억원 국가예산 사업

 

관세청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4세대 국종망 사업의 총 예산은 1750억원이다. 통상 거액의 국가사업의 경우 시행사업자가 기한을 맞추지 못할 경우 ‘지체상금’이라는 계약위반 대가를 물어야 한다. 그런데 국종망 사업의 경우 시스템 개통시점이 두 달 넘게 연기됐지만 지체상금에 대한 언급도 없는 상황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당초 시스템 개통시기가 2월이지만 LG CNS와의 계약만료 시점이 5월이기 때문에 그때까지만 개통하면 지체상금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며 “물론 5월이 넘어가면 봐주고 싶어도 봐줄 수 없는데 이번에는 관세청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날짜를 조정한 것이다. 4월이면 LG CNS도 사업을 완료한 것이 되기 때문에 합의를 해서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체상금과 관련해서는 LG CNS측도 침묵하고 있다.

 

그런데 통상적인 공공기관 SI사업의 경우에는 지체상금의 규정이 상당히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예산으로 진행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면 깐깐하게 지체상금을 물린다는 것이다.

 

공공발주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는 다른 대기업그룹 SI업체 관계자는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공공발주사업은 프로젝트가 지연되면 일할로 계산해서 예외 없이 지체상금을 부담하게 돼 있다”며 "정부가 갑이고 업체는 을이기 때문에 줄 돈은 안주더라도 받을 돈은 확실하게 받는 게 오래된 관행"이라고 말했다. 2개월이 지체됐다면 60일치의 지체상금이 부과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외가 있기는 하다. 개발과정에서 중간에 추가로 진행해야 할 일이 생기는 등 개발요건이 바뀌거나, 기관에서 추가 요청사항이 있어서 일정이 늦춰졌다면 업체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지체상금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을 수도 있다. 국종망 사업의 경우, 관세청이 중간에 다른 개발요건을 주문했다면 지체상금 대상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국종망 사업이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얽힌 사업이라는 점에서 개통시기의 문제를 단순히 발주관청과 개발사업자간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세업계 관계자는 “개발사업자와의 계약내용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엮인 국종망시스템의 개통시기 변화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고 말했다.

 

관세청과 LG CNS간의 모종의 거래를 짐작케 하는 흔적도 있다.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력을 남겨두고 3개월간 시스템 안정화 작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개발인력이 계약종료 이후에도 3개월간 잔류해서 안정화 서비스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스템 안정화 작업기간도 당초에는 계약기간 내에 포함돼 있었다. 국종망이 2월11일에 정상적으로 개통된다면 이후 3개월이 소요되는 안정화 작업은 계약기간인 5월 8일까지 완료할 수 있다. 그러나 4월말로 개통이 연기되면서 LG CNS는 계약종료 이후에도 3개월간 인력을 남겨놓고 안정화 서비스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LG CNS측이 인건비 등 추가비용을 감수하고 안정화 작업을 진행한다는 얘기다.
 
# 말 많았던 국종망의 사건사고는 진행형

 

국종망 개통시점의 변동이 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국종망 사업이 그동안 적지 않은 갈등과 문제를 양산한 전력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2013년 사업자 선정과정에서부터 관세청이 입찰담합 전력이 있는 LG CNS를 선택하면서 비난이 폭주했다. LG CNS는 2011년말 서울시 도로교통관리시스템 입찰담합과 특허청 공무원 뇌물공여사건에 연루된 기업이다. 조달청도 LG CNS의 전력을 이유로 국가사업에 입찰을 제한하도록 조치한 상황.

 

그러나 관세청은 LG CNS측이 처분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원의 최종 판단이 있기까지는 사업진행에 무리가 없다며 LG CNS를 국종망 개발사업자로 선정했다. 이후 사업이 진행되는 사이 LG CNS는 입찰제한처분 취소소송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고 대법원의 판단만 남겨두고 있다. LG CNS가 대법원에서도 패소하면 관세청은 입찰제한대상인 기업에 1750억원짜리 국고 사업을 위탁했다는 비난을 피해가기 힘들다.

 

LG CNS와 관세청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케이씨넷(KC-NET)의 납품비리 의혹도 제거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종망 중간사업자인 케이씨넷은 관세청 출신 관료들이 만든 사업체인 국가관세종합정보연합회의 자회사다. 전관비리 문제로 2014년말부터 검찰수사를 받았고, 관련해 전관출신인 대표가 올 초 투신 자살하기도 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개통시점에 대해서는 업체교육도 해야하고 적응기간도 좀 필요하고 해서 지난 여름에 연기하자는 얘기가 나왔었다”면서 “계약기간까지만 개통하면 법적인 문제는 없다. 계약 종료일 이후에도 인력을 남겨두고 안정화작업을 해야하고, 1년간은 무상으로 서비스를 하도록 돼 있다”고 개통시점에 대한 문제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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