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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vs 관세청..고위직의 명암

  • 2015.03.25(수) 10:26

국세청 고위직 행시 69%..관세청은 93% 육박
행시 선호현상에 조직 내외부 불만 가중

"함께 교육받던 국세청 직원은 지방국세청장까지 올라갔어요. 저는 30년 가까이 일했어도 아직 7급인데, 그저 부러울 뿐이죠."

 

관세청의 한 세관에 근무하는 A계장은 국내 유수의 로펌에서 영입 제의를 받을 만큼 손꼽히는 능력자지만, 인사에선 언제나 뒷전이었다. 이제 정년을 앞두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데, 혹시 민간에 나가더라도 낮은 직책이 발목을 잡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런 광경은 관세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전국 각지에 묵묵히 일하는 세관 직원일수록 두드러진 현상이다. 이웃 과세당국인 국세청과 비교하면 밑바닥부터 시작한 관세청 직원이 고위직에 오를 가능성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세무공무원이 고위직에 오를 확률은 얼마나 될까. 과세당국에서 6급 이하 직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90%를 넘어선다(국세청 92.6%, 관세청 91.9%). 고위직 공무원은 1%도 못 미친다. 하위 90%가 상위 1%에 들어가려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얼핏 보기엔 직원 수가 많은 국세청이 관세청보다 더 버거워 보인다. 국세청 고위공무원은 35명으로 전체 1만9857명 가운데 0.2%, 관세청은 정원 4571명 중 고위공무원 15명으로 0.3% 수준이다. 고위공무원이 되려면 국세청은 500대1, 관세청은 333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고위직에 오르는 관문은 국세청보다 관세청의 관문이 더 좁게 나타난다. 국세청에는 그나마 '희망 사다리'가 놓여있지만, 관세청엔 고위직을 놓고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다.

 

◇ 행시 출신 고위직..국세청 69%, 관세청 93%

 

국세청과 관세청의 고위공무원단 면면을 살펴보면 행정고시 출신 분포가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다. 국세청은 고위공무원단 35명 가운데 행시 출신은 24명으로 69%를 차지했다. 비고시 출신은 11명으로 31%의 비중을 나타냈다. 국세청 최고위공무원인 김봉래 차장을 포함해 7급 공채가 4명, 사법고시 출신 3명, 세무대학을 나온 8급 특채 2명이다. 5급 특채와 9급 공채도 각각 1명씩 고위공무원단에 자리를 잡으며 임용의 다양성을 불어 넣었다.

 

반면 관세청에는 6급 이하 직원들의 고위직 관문이 '바늘 구멍'처럼 좁다. 관세청은 현직 고위공무원단 14명 중 13명이 행시 출신으로 93%에 육박했다. 서정일 국경관리연수원장(7급 공채)만 제외하면 본청 간부와 지역 세관장들이 모두 행시로 임용된 고위공무원이다.

 

행시 출신 고위공무원의 경력도 관세청이 훨씬 더 많다. 관세청 고위공무원의 평균 행시 기수는 32.6회로 국세청(34.3회)보다 2회 가량 높게 나타났다. 평균 연령도 관세청이 54세로 국세청(53세)보다 1년 정도 높았다. 국세청 고위공무원들이 관세청보다 상대적으로 젊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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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품제에 묶인 관세청

 

관세청의 행시 선호 현상은 조직 내부와 외부에서 상당한 불만을 낳고 있다. 6급 이하 직원이 고위직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는 직원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7급에서 6급으로 승진하는데만 최소 4년이 필요하지만, 지체될 경우에는 10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 관세청에서 30년을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단 세 번만 승진하는 셈이다. 개인 능력이 부족해서 승진이 좌절되는 경우도 많겠지만, 특출난 직원들도 유독 행시 출신에 밀려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유독 관세청이 행시 출신을 고위직에 두는 이유는 타부처 전출을 막기 위한 '당근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관세청에서 성장의 한계를 느끼는 행시 공무원들이 다른 부처로 떠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을 잡아두기 위해 일찌감치 승진까지 보장해준다. 이 과정에서 비고시 출신 직원들은 승진 인사에서 배제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타부처의 행시 동기들도 관세청의 '행시 우대' 인사가 달갑지 않다. 한 본부세관 관계자는 "마치 골품제처럼 공직의 출발선이 아래에 있으면 진급 자체에 한계가 분명하다"며 "하위직 출신도 능력있는 직원이 많은데, 아예 올라갈 기회 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은 조직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관세청 내에서도 행시가 고위직을 독식하는 현상에 대해 고민이 깊은데, 향후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중앙공무원교육원 파견 중인 김대섭 국장(7급 공채)과 조훈구 미국 관세관(8급 특채, 세무대)이 돌아오면 고위직의 행시 쏠림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에 비해 7급 출신의 인력풀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외부 파견자가 복귀하면 국세청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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