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회계사회가 회원들이 낸 회비로 고위 임원들의 부부동반 해외여행 경비를 대주는 등 방만경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 공인회계사로 일하려면 의무적으로 회계사회에 가입해야 하는데 회원들이 내야 하는 가입비는 300만원대로 신입 회계사의 한달 월급에 육박한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이하 한공회)는 2003년 이후 퇴임한 임원 총 5명에게 위로 명목으로 해외여행경비 등 총 906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예산집행·회계처리 등 부문에서 총 4건의 기관주의를 받았다.
금융위는 먼저 한공회의 부적절한 퇴임임원 위로휴가비 지원을 문제 삼았다.
한공회는 짧게는 2년, 길게는 12년 가량을 근무한 총 5명의 임원에게 퇴임 후 부부동반 위로 여행경비로 평균 1302만원씩을 지급했다. 3년~6년 재직 후 퇴임한 임원 총 3명에게도 위로금 명목으로 각각 550만원에서 1000만원이 지급됐다.
금융위는 "퇴임임원이 회계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크고 이에 대한 보상의 필요성이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퇴직금과 별도로 1인당 최대 1600만원이나 되는 금액에 대해 뚜렷한 근거규정도 없이 지급하는 관행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임원들 교통비로 매년 1억 지급
현직 임원들에게 과도하게 지급되는 교통비도 기관주의 대상이 됐다.
한공회는 회장과 부회장, 감사와 이사 등 비상근 임원 총 18명에게 매년 1억1400만원 상당의 교통비를 지원한다. 이는 회의 참석마다 지급되는 회의비 15~30만원 외에 별도로 지급되는 것으로 금융위는 이를 '중복지원'으로 규정했다.
한공회는 앞선 2011년 감사에서도 평의원회 회의 등에 참석하는 임원에게 지급하는 교통비를 실비보전 수준으로 낮추라는 제도개선을 요구받았으나 이듬해 7월 이를 개선하는 대신 회의 참석 등과 관계 없이 월정액 교통비를 지급한다는 별도의 조항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들의 업무용 차량 또한 운행일지가 작성되지 않는 등 부실하게 관리돼 온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들 차량이 휴가나 공휴일에도 회사에 반납되지 않는 경우가 흔했으며 사용일지가 누락된 사례 또한 3년 동안 총 253건에 달했다. 2014년 65건, 2015년 131건, 2016년 57건 등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차량운행일지가 작성되지 않거나 부실하게 적힌 사례가 매우 많았다"며 "회무규정에 따라 3년 동안 서류를 보존해야 함에도 2014년 7월 이전 일지는 보존하고 있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 회장 대외비 3억…증빙은 '허술'
또한 회장의 대외활동비 집행이 적절한 증빙자료 없이 이뤄져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공회 회장은 1억여원의 업무추진비에서 별도의 증빙 없이 매월 800만원대 급여를 받는다. 그런데 2014년도부터는 여기에 대외비가 더해져 매달 1800만원이 회장에게 추가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는 업추비가 폐지된 대신 임직원 급여 계정 예산이 연간 3억원 이상으로 높게 잡혔다. 대외비 5000만원 또한 별도로 편성돼 있다.
금융위는 한공회가 회장의 활동비 예산을 지급 근거규정에 맞게 집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업무를 소홀히 한 2013~2015년 증빙업무 담당자를 문책하라고 통보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변호사회와 세무사회가 회 규정에 근거해 회장의 급여 지급을 집행하는 것과 달리 한공회는 지급 근거규정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회의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공로를 들어 회장과 부회장 등 임원들에게 과도한 경조사비를 지급한 것에 대해 개선 통보가 내려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한공회는 임원 경조사비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총 1억4285만원을 썼다.
또한 회계팀 차원에서 허술하게 이뤄지는 자금출납 관리도 문제가 됐다. 지출결의서를 심사하는 한공회 회계팀은 관례상 자금출납업무까지 겸하는데, 회계팀은 출납 때 쓰인 인감날인을 대장에 기재하지 않거나 날인현황을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는 등 부실하게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