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공정 과세, 형평 과세를 통한 조세정의 실현을 조세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잡았다. 앞선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과 이를 유지해 온 박근혜 정부의 조세정책으로 흐트러진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방법은 대기업과 고소득자, 자본가에 대한 과세 강화다. 부자 감세에서 부자 증세로 방향타를 트는 것이다. 당장 임기 첫해인 올해 세제개편안에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 방안이 담길 공산이 크다.
법인세는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대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이명박 정부 감세 이전인 25%로 원상복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또 대기업의 최저한세율도 인상될 전망이다. 대선 공약과 더불어민주당 정당공약에는 과표 1000억원 초과 대기업에는 비과세 감면을 받더라도 기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최저한세율을 현행 17%에서 19%로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과표 500억원 이상 대기업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을 때 늘어나는 세수 규모는 4조1700억원으로 추산된다. 과표 500억원 이상 대기업은 전체 법인수의 약 1%에 해당하는데 이중에서도 이익이 나서 세금을 내는 대기업은 5분의 4 정도다.
전체 법인수의 0.8%에 불과한 대기업이 4조원 이상의 세부담을 추가로 지게 되는 것인데, 이같은 세부담으로 인해 국내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15%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주요 선진국들이 파격적인 감세정책을 내놓고 있어서다.
소득세율도 고소득자에 한해 인상될 전망이다. 현행 소득세 최고세율은 과표 5억원 초과구간에 대해 40%로 부과되고 있는데 이 구간을 확대하거나 세율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춰 고소득자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이다.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을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출 경우 근로소득자 1만여명과 종합소득세 납세자 1만8000명이 지금보다 2%포인트 높은 고세율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는 대주주의 주식양도차익에 매겨지는 양도소득세를 현행 20%에서 25%로 높이고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를 축소하는 등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대주주에 한정된 증세 방안이지만 시장에서는 주식양도차익과세가 일반 소액주주에게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증세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대선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증세에 긍정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모두 법인세율 25% 회복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고소득자의 소득세 부담 상향에도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증세를 기반으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는 환경이다. 다만 의석수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감세기조를 유지하고 있어서 국회 논의과정에서 야당의 의견이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