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육아의 병행이 어려워 나타나는 '경단녀(경력 단절 여정)' 현상이 여전합니다. 특히 소득이 적은 여성일수록 경력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업을 유지하느라 추가로 드는 육아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겁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차별 없는 여성 일자리'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내놓은 정책 공약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 연 소득 적을수록 '경단녀'로 더 내몰려
통계청이 신혼부부의 출산과 경제활동을 분석한 '백서'를 내놨습니다. 지난 2014년쯤 결혼한 부부 23만 쌍을 대상으로 1년간의 변화를 추적한 결과입니다.
주요 분석 결과를 볼까요?
2015년에 2년 차 부부가 된 이들의 맞벌이 비율은 1년 전 49.7%에서 44.4%로 낮아집니다.
▲ 자료=통계청 |
이는 자녀가 생겼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2015년 기준으로 자녀가 없는 부부의 맞벌이 비중은 51%가량인데, 자녀가 있는 부부의 경우 38.6%에 불과합니다.
실제 처음 출산을 한 부인 중 14.5%가 일을 그만두고, 자녀가 있는데 또 낳은 경우는 9.4%가 전업주부를 선택합니다.
특히 소득이 적은 여성일수록 경제 활동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년간 경제 활동을 유지한 여성 7만7257명 중 연 소득 3000만원 미만은 52% 수준입니다. 전체 여성 상시 근로자 중 연 소득이 3000만원 미만인 경우가 58%라는 점을 고려하면 낮은 편이죠.
반면 직장을 포기한 여성 1만 7503명 중에선 3000만원 미만은 무려 84.8%에 달합니다.
▲ 자료=통계청 |
이는 적은 돈을 벌면서 육아 비용을 대느니 차라리 일을 관두는 게 낫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육아 비용이 그만큼 부담이 됐던 겁니다. 반면 돈을 많이 벌 경우에는 부담이 적으니 직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낮은 여성 고용률…기업은 채용 부담
이런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은 낮은 편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통계치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남성은 75.8%, 여성은 56.2%이었습니다.
남성은 OECD 평균(74.7%)보다 높았는데 여성의 경우 평균(59.3%)보다 오히려 낮았습니다.
여성의 고용률이 낮은 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기업 문화와 재취업이 어려운 고용 시장 등의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 '경단녀'를 채용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기업이 많습니다. 사람인이 25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40%에 달하는 기업이 경단녀 채용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부담의 이유로는 '가정사로 자리를 자주 비울 것 같아서'(58.7%), '야근 출장 등이 어려울 것 같아서'(34.1%) 등이 꼽혔습니다.
# 문재인 정부 '여성 경력 단절 근절' 공약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경단녀의 재취업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통계청이 밝힌 올해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53%로 1년 전보다 0.8%포인트 올랐습니다. 1999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경단녀'들이 주로 속한 30대 여성 고용률 상승이 눈에 띕니다. 이들 고용률은 59.6%로 1년 전보다 1.8%포인트 올라 남성과 여성을 통틀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증가 폭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계속될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고 경단녀 맞춤형 취업 지원을 활성화하는 등의 공약을 내놨습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문재인 정부는 경단녀의 재취업뿐 아니라 경력 단절 자체를 막겠다는 구상입니다. 새 정부의 노력으로 제도 개선과 함께 기업 문화도 바뀌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