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영수증에 풀칠하지 말고 사진 찍어 보내주세요."
모바일 앱 '자비스'는 사업자가 영수증을 찍어서 올리면 내역을 전산에 입력해 주는 서비스로 관심을 끌고 있다. 전산에 입력된 영수증은 각종 세금신고의 기초자료가 된다. 이 앱만 있으면 영수증을 모으거나 풀칠할 필요가 없다. 자비스는 세무대리인을 선임할 여력이 없거나 적은 인력으로 회사를 꾸려가야 하는 업체에겐 단비와도 같다.
최근엔 본인 인증 한 번으로 전자세금계산서, 법인계좌 거래내역, 법인카드 사용내역 등 세무업무 처리에 필요한 금융정보를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또한 자비스 이용자가 기장이나 세금신고 서비스를 추가로 원하면 협력 세무사들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
세무 앱이 세무사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자비스는 세무사들과 '윈윈'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역삼동 자비스앤빌런즈 사무실에서 만난 김범섭 자비스 대표는 "세무사들과 함께 가고 싶다"며 "자비스 앱을 이용하면 단순업무가 줄어들기 때문에 세무사들은 세무 컨설팅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자비스를 개발한 두 주역, 김범섭(40) 대표와 신동민(39) 이사를 만나 자비스의 사업 론칭과정과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김범섭 대표는 KAIST 항공우주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KT(휴대인터넷 사업기획 매니저)와 위자드웍스(마케팅 이사), ith(대표이사), 드라마앤컴퍼니(CEO)를 거쳐 자비스앤빌런즈를 창업했다. 신동민 이사는 한양대학교 정보경영공학과를 졸업하고 CJ헬로비전(전략기획 매니저), 비욘드파트너스(신규사업전략 컨설턴트), CJ올리브네트웍스(전략기획 과장)를 거쳐 자비스앤빌런즈를 공동창업했다.
▲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자비스는 무슨 뜻인가
▲자비스는 'job is' 를 연결해 만든 이름입니다. 직역하면 ‘일이란 무엇이다’로, 일(세무 업무)의 형태와 정의를 바꾸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 자비스는 어떻게 시작했나
▲제(김범섭 대표)가 명함을 입력해 주는 앱인 '리멤버'를 만든 경험을 살려 '자비스 영수증' 앱을 만들었는데요. 이용자가 직접 찍어 업로드한 사진(영수증)을 타이피스트가 입력하는 방식을 그대로 도입했습니다. 요즘도 영수증을 모으고 붙이는 업체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간편하게 영수증을 입력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면 먹히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습니다.
- 이용자 수는 얼마나 되나
▲현재 영수증 입력 서비스 이용자는 약 1만7000명으로 타이피스트 10명이 하루에 영수증 400장을 처리합니다. 또한 자비스와 협력하는 파트너세무사를 통해 세무대리 업무를 이용하는 회사는 약 350곳으로 고객사의 누적 매출은 283억원 수준입니다.
- 이용자들은 자비스를 어떻게 알고 가입하나
▲자비스가 스타트업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어서 지인 소개로 자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 2년 동안 빠르게 성장했는데 성공비결은
▲무료 영수증 앱을 통해 단순 업무에 들이는 품을 줄인 데다 세무지원 서비스의 수수료도 저렴합니다. 사업자가 영수증을 사진 찍어 올리기만 하면 자비스의 전문 타이피스트가 전산으로 입력하므로 고객이 영수증을 붙이고 정리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 영수증 내역은 수기로 입력하나
▲네 그렇게 합니다. 입력 실수를 막기 위해 영수증 하나를 타이피스트 두 명이 입력합니다. 두 명의 입력 결과가 같을 때만 최종 입력이 되는 방식이죠. 만약 입력 결과가 다르면 세 명이 다시 같은 작업을 반복하고, 그래도 다르면 자비스 내부의 전문가가 최종적으로 확인해 입력합니다.
- 입력한 영수증을 이용자들은 어떻게 활용하나
▲영수증이 입력된 엑셀파일을 다운로드 받아서 회사 내 각종 증빙이나 세금신고에 활용합니다. 세금신고를 할 때는 엑셀파일을 다운 받아 사업자 스스로 신고하거나 세무사 사무실에 세무대리를 맡길 수도 있고, 자비스와 협력관계인 세무사들의 세무대리 서비스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 보안 유지는 어떻게 하나
▲모든 타이피스트는 업체 구분 없이 영수증을 입력하기 때문에 한 업체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 세무사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거 아닌가
▲일견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비스는 오히려 고객과 세무사를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돼 세무사들과 윈윈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어떤 측면에서 그렇다는 건가
▲자비스가 단순 업무를 처리해 주면 세무사들은 전문 영역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작은 세무사 사무실은 컨설팅을 하고 싶어도 인력 부족으로 할 수 없는데 자비스를 이용해 인건비와 시간을 줄이고 컨설팅 비중을 높일 수 있다는 거죠. 또 자비스를 통해 금융정보를 한꺼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세무 컨설팅을 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 고객들은 만족하나
▲자영업자나 스타트업은 자비스가 영수증 정리를 대신 해주니까 매우 편리하다고 합니다. 영수증을 정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간 낭비가 줄어드는 거죠. 또한 온라인 업무게시판 및 채팅상담을 활용하면 언제든 편한 시간에 업무를 확인하고 부탁할 수 있어 긍정적인 반응이 많습니다.
- 앱을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
▲세계적인 흐름을 보더라도 단순 세무업무는 머지 않아 자동화 될 겁니다. 세무사들은 자동화된 세무업무를 바탕으로 고도화된 세무 서비스나 컨설팅에 집중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여기서 자동화 업무를 처리하는 게 바로 자비스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자비스 앱을 통해 사업자들의 종합적인 재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 재무 데이터 플랫폼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먼저 내년 1월부터 매출·매입과 잔고 등 이용자의 금융정보를 '자비스 대시보드'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재무 현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또한 재무 데이터를 정리한 자료(자비스 데일리 리포트)를 매일 이메일로 보내줄 계획입니다.
▲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왼쪽)와 신동민 이사(오른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