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 변혜준 기자/jjun009@ |
정부가 조만간 가상화폐 과세문제에 대해 답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미 미국이나 일본 독일 영국 등 가상화폐 거래 상위권 국가들이 가상화폐와 관련한 과세방향과 체계를 마련해 놓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그렇다면 가상화폐에는 어떤 세금이 부과될까. 해외사례를 참고해 세목별로 가상화폐 과세 가능성을 짚어봤다.
# 부가가치세 'X'
간접세로 과세당국의 입장에서 부과징수가 편리한 부가가치세부터 보자. 부가세는 거래단계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에 붙는 세금이다. 따라서 부가가치가 발생하지 않는 지급수단, 통화의 거래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매기지 않는 게 원칙이다.
상품권 100만원어치를 현금 100만원을 주고 구입할 때는 부가세가 따로 붙지 않는다. 지급수단만 달라진 것이지 100만원이라는 가치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가세 부과는 가상화폐를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봐야 하는데 이미 가상화폐 과세체계를 구축한 대다수 국가들은 가상화폐를 지급수단으로 인정해 부가세를 비과세하고 있다.
1비트코인이 1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1비트코인으로 1000만원어치를 지불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는 얘기다. 미국과 영국 호주 일본 등은 이런 이유로 가상화폐 거래에 부가세 혹은 소비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독일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를 물물교환으로 취급하고 부가세를 부과하고자 했으나 최근 유럽사법법원이 가상화폐는 가치를 더하는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비과세로 방침을 바꿨다. 유럽 전역이 마찬가지 흐름이다.
우리나라 과세당국도 부가세는 논외로 하고 있다. 과거 게임머니에 대해 부가세 과세대상인 재화로 판단한 대법원 판례가 있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제한적인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는 게임머니와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는 전혀 다른 문제다.
# 사업소득세 'O'
그렇다면 가상화폐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과 영국 호주 일본 독일 싱가포르까지 가상화폐 과세방향을 정한 거의 모든 국가들이 가상화폐 소득에 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과세당국도 소득세(법인은 법인세)를 가장 유력한 과세후보로 꼽고 있지만 문제는 우리나라 현행 소득세법이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법에 열거돼 있는 것은 과세할 수 있지만 열거하지 않은 것은 과세근거가 불명확하다.)
가상화폐를 기준으로 보면 ▲가상화폐를 채굴하거나 거래하는 사업을 해서 얻은 사업소득과 ▲가상화폐를 매입하고 또 타인에게 양도하면서 발생한 양도소득이 과세 대상으로 거론된다.
사업소득의 경우 현행 세법에서 어떤 것을 사업소득으로 볼 것인지를 일일이 나열해 두고 있지만 가상화폐와 관련된 항목은 찾기 어렵다. 다만 추가적으로 '계속적 반복적인 영리목적의 활동을 통한 소득'도 사업소득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 수 있다. 특정인이 반복적으로 사고팔기나 채굴 등의 활동을 해서 수익이 생겼다면 사업소득으로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도 '계속적·반복적인 활동에 의한 소득' 대한 해석을 놓고 법적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세법을 개정해 가상화폐와 관련한 소득세 과세항목을 신설해야만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또한 반복적인 활동으로 보기 어려운 일반 사업자(개인 채굴 및 거래)의 경우 기타소득으로 구분할지에 대한 해답도 찾아야 한다.
# 양도소득세 'O'
양도소득세도 상당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가상화폐 과세방안이다. 가상화폐 선물거래까지 허용한 미국은 가상화폐의 채굴과 사용 두가지 측면에서 양도세 과세 기준을 두고 있다. 채굴의 경우 취득시점의 시장가격에 채굴비용을 뺀 이익에 대해 과세하고, 사용측면에서는 가상화폐를 양도하거나 지불수단으로 사용했을 때의 매각차익에 대해 과세하도록 했다.
세계 최초로 가상화폐를 법정통화로 인정한 영국은 개인의 매각차익에는 과세하지 않고(비과세), 법인이나 개인이 사업화한 경우에만 매각차익에 대해 과세키로 했다. 독일은 가상화폐를 취득한 후 1년 내에 양도한 경우에만 매각차익에 대해 과세하고, 일본은 매각차익을 우리의 기타소득 개념인 잡수익으로 보고 과세할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세법에서는 양도차익 과세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양도세도 열거주의(부동산, 주식, 회원권 등)를 채택하고 있어 법 개정을 통해 가상화폐를 회원권과 같이 별도의 항목으로 열거해야 과세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주식의 경우는 일부 대주주에게만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어 역차별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양도세보다는 증권거래세 형태의 저세율 거래세가 오히려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 상속세·증여세 `△`
가상화폐가 아직 제도권 밖에 머물러 있으면서 상속이나 증여수단으로 고민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산가들의 상속이나 증여에는 거액의 세금이 따르기 마련인데 아직 과세방침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이보다 더 좋은 부의 대물림 수단이 따로 없다는 판단이 나오는 것이다.
국세청은 현행 세법체계에서도 과세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상속·증여세는 나열된 것만 과세하는 열거주의가 아닌 폭넓은 해석을 통해 과세하는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물건, 그리고 재산적 가치가 있는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모든 권리,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모든 경제적 이익이 상속세와 증여세 과세 대상이다. 가상화폐도 경제적 가치를 가진 유무형 자산으로 간주하면 과세대상이 된다.
하지만 상속·증여세 역시 큰 과세결함을 갖고 있다. 바로 자산의 가치평가이다. 상장주식은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과할 때 평가기준일 전후 2개월간의 종가평균을 과세기준으로 하지만 가상화폐는 24시간 장이 열려 있고 시간, 심지어 분초 단위로 가격이 급등락하고 있어서 종가라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다.
더구나 개인간 가상화폐의 이전을 과세당국이 포착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상속세와 증여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 이전 경로 추적은 물론 평가기준까지 마련해야만 한다는 숙제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