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에 강점이 있는 중소기업 A사는 인공지능(AI) 스피커를 개발하고 신규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스마트홈으로 가는 사물인터넷(IoT) 시장의 핵심이어서 단독으로 진입하기 보다는 대기업 B사와 함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위험도 덜고 성공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으로서의 누릴 수 있는 세금감면 혜택을 놓고 싶지도 않다. A사의 가장 중요한 세금감면 혜택인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만 하더라도 중소기업일 때는 당기 발생분의 25%를 공제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서 벗어나 대기업이 되면 최대 2%의 공제율로 급감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규모기준과 독립성 기준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 제조업의 경우에는 매출액이 1000억원 이하여야 하는데 국내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에는 그 자회사의 매출액도 합산해 1000억원 이하여야 한다.
다만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에 따라 매출액 합산 방식이 달라진다. 중소기업 A사가 대기업 B사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되 A사의 매출액이 900억원, 신설 조인트 벤처의 매출액이 200억원인 경우를 가정한다.
① A사:B사의 지분율 51:49인 경우
자회사 매출액 200억원이 전액 A사의 매출액에 합산되므로 합산 매출액 1100억원이 규모기준 1000억원을 초과해 A사는 중소기업에서 제외된다.
② A사:B사의 지분율이 49:51인 경우
신설 조인트 벤처의 지배기업이 A사가 아닌 B사이므로 조인트 벤처의 매출액을 A사의 매출액에 합산하지 않는다. 그러나 A사의 지분율보다 B사의 지분율이 높으므로 A사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면 A사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A사:B사:'A사의 대주주' 지분율을 49:49:2로 정하면 된다. A사와 B사가 49%로 동일 지분을 소유하되 A사의 대주주가 2%를 출자하면 경영권은 A사가 확보할 수 있다.
A사가 단독으로 50% 이상 소유한 경우에는 자회사의 매출액을 전액 합산했지만 50% 미만 소유하면서 지배기업인 경우에는 A사의 지분율에 자회사의 매출액을 곱하여 합산한다.
즉, 200억원에 A사의 지분율 49%를 곱해 98억원을 합산하므로 합산 매출액은 998억원이 되고 규모기준 1000억원 미만이므로 중소기업 기준을 충족한다. 경영권을 확보하면서도 중소기업에 계속 해당할 수 있는 출자구조가 된다.
여기에는 중소기업에 계속 머무르는 방법이 숨어 있다. 법인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인 개인이 직접 법인을 설립하면 두 회사간의 매출액은 합산되지 않으므로 기존 법인은 계속 중소기업으로 남을 수 있다.
매출액이 1000억원과 같은 규모기준에 가까워질수록 새로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거나 기존 법인을 인적분할해 종전 법인과 신규 법인간에 직접적인 출자관계가 없게 하는 방법이다.
기존 법인이 출자해 신설법인을 설립하되 중소기업을 유지하는 방법 중에는 해외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법도 있다. 매출액이 합산되는 관계기업이란 외부감사대상기업이 다른 국내기업을 지배함으로써 지배·종속의 관계에 있는 기업의 집단을 말하므로 외국법인이 자회사인 경우에는 그 매출액을 규모기준 판정을 위해 합산하지 않는다.
종전에는 근로자 수 또는 자본금 중 어느 하나를 충족하면 중소기업에 포함하는 '택일주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추가 고용을 회피하는 등 '피터팬 증후군' 문제가 발생하면서 2015년부터는 매출액 기준으로 단일화해 판단하고 있다.
단일화한 매출액 기준으로 중소기업을 판정하더라도 계속 중소기업에 머물고 싶어하는 많은 기업들이 있다. 어설픈 성장보다는 알짜 중소기업 유지 전략을 취하려는 기업들이다. 영원히 중소기업으로 남고 싶은 기업들에게는 아직도 그들을 위한 네버랜드(Neverland)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