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에 회사를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한 김퇴사 씨는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부가가치세를 신고하라는 안내문을 받았습니다. 7월25일까지 상반기 매출에서 발생한 부가세를 신고하고 납부하라며 세무서에서 보낸 편지죠.
부가세 신고안내를 처음 받아본 김씨는 옆 가게 박영세 사장에게 당신도 부가세 안내장을 받았냐고 물어봤는데 박 사장은 자기는 간이과세자라 내년 1월에만 신고하면 된다고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같은 사업자인데 누군 하고 누군 안하는 게 있냐며 불만스럽게 안내장을 다시 펴보는데 '2018년 제1기 부가가치세 확정신고'라는 문구에 머리가 더 복잡해 졌습니다. 1기라면 2기도 있다는 얘기 같은데 무슨 세금신고를 이렇게 자주하는지, 또 신고면 신고지 확정신고는 뭔지 세금에 대한 두려움만 커 갑니다.
김 사장처럼 세금이 어렵고 두렵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용어와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1기분', '확정신고'와 같은 용어들 말이죠. 그래서 사업자의 부가가치세 신고에 대해 좀 더 알아봤습니다.
우선 부가가치세는 소비자가 부담하지만 사업자가 대신 세무서에 내는 세금이라는 것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110원짜리 물건을 사면서 110원을 가게 주인에게 주면 그중 10%인 10원의 부가가치세는 소비자가 사업자에게 "나 대신 국세청에 좀 내 달라"고 주는 것이죠.
그런데 사업자가 10%를 전부 전달하지는 않습니다. 사업자도 물건을 만들면서 재료를 구입하는 등 소비자 입장에서 세무서에 전해주라며 다른 사업자에게 낸 부가가치세가 있거든요.
이 때 사업자가 원재료비 등 원가를 부담하며 낸 부가세를 '매입세액'이라고 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며 받은 부가세를 '매출세액'이라고 합니다. 사업자는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뺀 것만 국세청에 신고하고 세금을 내죠. 당연히 사업자마다 업종마다 낼 세금이 다르겠죠.
부가세 신고는 10%로 딱 떨어지는 세율과 달리 매우 복잡한 셈인데요. 따라서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마다 혹은 서비스 요금을 낼 때마다 사업자가 세금을 신고하고 낼 수는 없습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하나 팔 때마다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빼고 세금을 신고납부해야 한다면 아마 장사를 접어야 할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업자들에게 1년치 부가세를 모아서 한꺼번에 내라고 하는 것은 국가차원에서 상당한 부담입니다. 나라에서 살림을 꾸려나가려면 세금이 필요한데 1년치를 몰아서 받을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할 수 있는 국가사업이 거의 없을 테니까요.
부가세는 국가에 내는 세금(국세) 중에서 소득세 다음으로 세금 비중이 크거든요. 실제로 부가세는 2017년에만 67조1000억원이 걷혔습니다. 전체 국세수입(265조4000억원)의 25.2%에 달하죠.
같은 기간 75조1000억원이 걷힌 소득세는 연중 세금이 계속해서 국가에 전달되는 구조입니다. 종합소득세는 1년에 한 번 5월에 걷지만, 근로소득세는 매월 근로자들의 월급에서 떼가고 이자소득세나 배당소득세 등은 그때그때 금융기관들이 원천징수해서 국가에 전달합니다.
그래서 부가가치세도 실시간은 아니더라도 일정 기간 나눠서 걷기 위해 과세기간을 정해두고 있는데요.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으로 나눠서 신고하고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는데 편리상 상·하반기를 1기와 2기로 구분합니다.
일반적인 사업자들은 1기분 부가세를 한 달 뒤인 7월25일까지 신고납부하고 2기분 부가세는 다음 해 1월25일까지 신고납부하죠. 그런데 김사장의 옆 가게 박 사장처럼 영세한 사업자들은 간이과세자(부가세 포함 연매출 4800만원 미만)라고 해서 특별히 1년에 1번(1월25일)만 신고해도 되도록 허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국가차원에서 보면 국세수입의 25%가 넘는 덩치 큰 세금을 6개월마다 걷으면 세출계획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개별 재무담당자도 있고 상대적으로 세무자료 처리가 수월한 기업 납세자, 즉 법인들에는 부가세를 3개월에 한 번씩 신고납부하도록 하고 있죠.
정리하면 부가세는 사업자(개인+법인)들이 상·하반기 6개월(7월, 1월)마다 신고납부하는 것이 기본인데, 법인들은 사정이 좀 나으니까 3개월(4월, 7월, 10월, 1월)마다 신고하고, 일반 개인사업자 중에서도 어려운 간이과세자들은 반대로 1년에 한번만 신고납부하는 겁니다.
3개월마다 부가세를 신고납부하는 법인들은 상대적으로 개인보다 불리한 납세환경이기 때문에 예외 규정을 두고 있어요. 4월과 10월에는 매입세액을 빠뜨리더라도 가산세를 물리지 않는 겁니다. 4월에 신고한 내용에서 빠진 게 있으면 7월에 확정적으로 수정해서 신고하면 인정해주는 것이죠. 다만 매출세액은 누락되면 가산세를 물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예외 때문에 7월과 1월은 세금을 최종적으로 확정해서 신고한다고 해서 '확정신고'라는 이름이 붙었고 그전에 4월과 10월에 신고하는 것은 '예정신고'라고 부르는 거죠. 이제 왜 부가세를 여러번 신고하게 된 것인지 느낌이 좀 오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