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1만원을 걷으면 나라 살림에도 딱 1만원이 보태지는 건 아닙니다.
정확하게 회계처리를 하려면 1만원에서 세금을 걷기 위해서 투입된 징수비용을 제외해야 하죠. 세무공무원 월급도 줘야 하고 고지서나 안내장도 보내야하고 전산시스템을 개발·유지해야하는 데도 돈이 드니까요. (※2016년 국세 100원당 징수비용 0.65원)
납세자 입장에서도 세금을 내는데 따르는 부대 비용이 들어요. 이른바 납세협력비용이라는 게 드는거죠. 세무대리인 비용, 재무팀 운영비용은 물론 일선 세무창구나 온라인 사이트에서 세금을 내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도 납세협력비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야할 세금이 아주 적은 경우에는 손익분기점 이하인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징수비용이 더 들어 차라리 걷지 않는게 나을 수도 있는 금액이 있을테고, 납세자 입장에서도 배(세금)보다 배꼽(납세협력비용)이 더 큰 경우도 있을테죠.
그래서 세법에는 아주 적은 세금은 아예 걷지 않겠다는 규정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데요. 바로 '소액부징수' 제도입니다. 너무 적은 세금은 고지서 발송비용도 아깝고 납세자들도 불편하니 안 걷겠다는 제도죠.
소액부징수제도는 세목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요. 우선 소득세의 경우는 건당 5만원 이하 기타소득에 대한 소득세가 소액부징수 대상입니다.
기타소득은 상금이나 복권당첨금, 보상금 등 우발적인 소득을 말하는데요. 일시적인 강연료 수입, 원고료 등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기타소득세율은 22%(지방소득세 포함)인데요. 비용을 소득에서 빼주는 필요경비율 70%(2018년 4월 이전은 80%)를 반영하면 실제 원천징수되는 기타소득세율은 6.6%(2018년 4월 이전은 4.4%)입니다.
예를 들어 기타소득으로 100만원을 벌면 소득세로 6만6000원을 떼이죠. 하지만 5만원 이하는 예외로 하겠다는 겁니다. 기타소득이 5만원이면 3300원의 기타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걷지 않겠다는 것이죠. 그래서 복권 당첨금도 5만원까지는 복권판매처에서 곧장 지급하지만 당첨금이 5만원을 넘으면 은행에 가서 세금을 내고 받아가야 합니다.
과세표준이 50만원이 안되는 상속세나 증여세도 징수하지 않습니다. 과세표준 1억원 이하의 증여세율은 10%인데요. 이런 저런 공제를 반영해서 과세표준이 50만원에 못 미치면 세금을 안내도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성인 자녀에게 10년간 5050만원을 증여한 경우 성인 자녀에 대한 증여공제액 5000만원을 뺀 50만원에 대해서는 10% 세율로 5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징수하지 않겠다는 얘깁니다.
사업자가 내는 부가가치세에서도 소액부징수 제도가 적용됩니다. 연매출 2400만원 미만의 간이과세자는 부가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연매출 4800만원 미만 사업자는 간이과세자로 구분해 부가세율 10%를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업종별 부가가치율(5~30%)을 반영해서 통상 일반사업자보다 부가세 부담이 적은 편인데요. 2400만원 미만이면 이것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실제 연매출 2000만원인 소매업(부가가치율 10%) 간이과세 사업자를 예를 들면, 2000만원의 10%인 200만원에 다시 업종별 부가가치율 10%를 곱한 20만원(매입세액공제 등 미반영)을 부가세로 내야 하지만 낼 필요가 없습니다. 걷지 않으니까요.
1만원 이하의 관세도 소액부징수제도를 적용해 걷지 않습니다. 해외여행을 하고 입국할 때 휴대품 중 600달러까지만 면세가 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관세 등 세금을 신고하고 내야 하는데요. 신고한 세금이 1만원이 안되면 자진신고한 기록만 남기고 세금은 걷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입국 여행객의 휴대품이 660달러여서 신고서를 쓰고 세금을 내려고 하면 세관원이 그냥 가도 좋다고 할 겁니다.
660달러 중 면세한도 600달러 초과분인 60달러에 간이세율 20%를 적용하면 12달러가 세금인데요. 자진신고하는 경우 세금의 30%를 깎아주니까 내야할 세금은 8.4달러입니다. 하지만 원화로 환산하면 9492원(2018.8.16. 환율 1130원 적용)으로 1만원이 채 안되기 때문에 낼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물론 이 계산식은 자진신고하는 경우이고요. 적발된 경우에는 세액의 40%(2회 이상 적발시 60% 가산)를 가산하기 때문에 면세한도 초과분이 40달러만 넘어도 징수 대상이 되겠죠. 또 환율도 변수가 될 수 있으니 잘 따져봐야 합니다.